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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n 28. 2024

28화. 한 노인의 가르침, 그리고 각성 1

크리스마스이브.

도로 위 캐럴송은 울려 퍼지고 길 가던 행인들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수다쓰와 챠밀라에게도 이 날 만큼은 특별했다. 자신들의 방에서 인생의 목표라 할 수 있는

인생계획서를 서로 교환하며 읽었고, 서로의 꿈을 지지하자는 뜻에서 각자의 싸인을 넣었다.

언제고 성공하거나, 힘이 들 때마다 이 날을 기억하고 지금의 인생계획서를 펼쳐보며 다시 마음을

잡기로 했다.

  

특별한 의식을 마친 두 사람은, 무언가 축하를 위한 이벤트가 필요했다. 공장 밖 자신들이 종종 들르는 치킨집으로 향했다.


"사장님, 저희 왔어요"

"응 밀라, 수다쓰 어서 와.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어디 안 갔어?"

"저희야 가족들이 스리랑카에 있는데, 특별히 나갈 일은 없잖아요. 둘이서 뜻깊은 세리머니 같은 거 진행하고 2차로 여기 온 거예요."

"착실해. 둘은. 내가 그동안 쭉 봐오던 외국인 근로자 중에 두 사람이 제일 성실해. 진짜야."

"에휴, 아주머니도 참. 저희 말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냥 저희는 나이도 같고 뜻도 잘 맞아서, 함께 다니고 그런 거죠 뭐."


이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한 노인이 지긋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혼자서 맥주 한잔에 프라이드치킨을 안주 삼고 있었다.


"수다쓰, 쟈밀라 둘은 그래, 스리랑카 돌아가면 뭐 할 생각이야?"

"저는 거기에서도 국어선생을 하다가 왔으니, 결국엔 선생님이 다시 되려고요. 아, 물론 교육사업을 하는 사장이면서 선생이 되는거죠"

"와, 대단한데. 수다 쓰는?

"저는 계속 고민 중이긴 한데, 한국음식 식당도 하고 싶고, 한국 제품을 갖다 파는 무역상도 되고 싶고, 아직도 세상에서 배울게 많아서요. 조금 정리되면 제 생각도 바로 설 것 같아요"

"우와, 대단해. 둘 다 정말 착실해서 가능할 거야. 응원해. 한국에서 고생은 좋은 자양분으로 하고 스리랑카 가면 정말 성공들 하면 좋겠다. 난 확신해 두 사람. 잘될 거야 아주! 잘될 때 이 아줌마도 잊지 말!"


그때였다.

"저기, 나도 이야기에 끼어들어도 될까요? 혼자 먹기 영 심심해서. 하하."


수다쓰가 먼저 반응했다.


"예, 어르신, 괜찮습니다."


갑작스러운 합석에도 크게 황하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역시나 한국정서를 몸으로 겪어본 그들이었다.


"본의 아니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네요. 스리랑카에서 오셨다고?"

"예, 그렇습니다."

"나도 소싯적에 외국에서 십 년 간 근무를 한 적이 있어요. 70년대 초반이었지요."

"아, 그러셨군요. 그때쯤이면 지금의 한국보다는 어려운 시절이었겠어요. 어디에서 일을 하셨요?"

"건설업에 종사했었오. 그 당시엔 중동의 오일머니를 번다고 중동으로 파견됐어요. 그땐 정말 산업의 역군이었지. 오일쇼크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위기 상황이었지만 한국은 더 심각했어요. 그 당시 나라를 떠받치고 일으켰던 역할을 우리같은 근로자들이 했었지요."

"아,. 그러셨군요. 대단한 일이었네요."

"뭐, 아주 오래됐고 지난 일이라 추억 저편에 있는 일들이지요. 두 분도 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겠군요?"

"어떻게 보면 그렇지요. 다만, 저희 둘은 조금 다르게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오늘 이 자리도 저희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세리머니 같은 자리이기도 하고요"

"어이쿠, 내가 그런 중요한 의식에 실례가 안 되면 좋겠네 허허"

"전혀요. 오히려 어르신께서도 외국에서 일하신 경험이 있으셔서, 아주 좋은 말씀을 해주실 것 같은데요. 왠지 저희의 꿈 선포를 응원해 주시려고 나타나신 귀인처럼 말이죠. 하하"


역시 밀라의 언변은 뛰었났다. 어색할 만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친근함이 가득한  술자리로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기분 좋아지는군. 불청객이 아니라, 응원군이 되어달라는 말씀이 참 고맙소. 그런데 스리랑카는 내가 잘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개발이 빠르지 않고 관광업이나 농업이 주요 산업이지 않습니까?"

"정확하게 보시고 계시네요. 어떻게 그것들을 아세요. 대부분 잘 모르시는 데."

"워낙 해외근무를 많이 해왔다 보니, 이래저래 눈동냥, 귀동냥으로 들은 게 많아요."


 다음 노인의 입에선 생각지 못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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