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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이 Jul 11. 2021

SM에 입사한 SM키즈

'나를 믿어 주길 바래~ 함께 있어~ Cause I'm your girl. Hold me baby'



일본 사시는 고모에게 선물 받은 AIWA 워크맨으로 S.E.S. 1집을 매일 들었다. 1997년이었고, 나는 지독하게도 SM 음악을 좋아했다. 특히 중학교 때 H.O.T.부터 신화, S.E.S.에 이어 Fly to the Sky까지 친구 집에 모여 녹화한 그들의 영상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을 정도다. 동네 레코드 집에 가서 좋아하는 가수의 테이프를 사고 꼭 브로마이드까지 챙겨 내 방 벽에 붙였고, 여름, 겨울마다 발매됐던 SMTOWN도 시즌별로 모았던 나는 'SM키즈'다.



16년 후인 2013년 2월, 나는 SM 본사 대표실에서 면접을 본다. 당시 김영민 대표셨고, 앞서 팀장, 이사의 2차례 면접을 본 후 마지막 대표 면접까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당시 팀장과의 면접에서 인상 깊었던 질문은 연예계 통틀어서 어떤 가수를 좋아하느냐? 였다. 나는 당시 SM 아티스트인 보아와 타사 아티스트 지드래곤을 이야기하며 부연 설명을 했다. 더불어 언론홍보 직원을 뽑는 만큼, 보도자료 작성 능력을 가늠하기 위해 당시 샤이니 'Dream Girl' 컴백 홍보 보도자료를 미션으로 받았다. 제한된 시간 내에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가장 눈에 띄는 보도자료를 쓰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당시 샤이니도 좋아했었기에 무사히 통과했다.



그다음 이사와의 1:1 면접을 마치고 6시에 대표이사님과의 면접이 진행된다는 안내를 받고 거의 40분을 기다렸다. 참 할 일이 없었다. 갑작스레 시간이 떠 버려서 좀 긴장이 풀리기도 하고, 그렇다고 다른 지원자들이랑 떠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취준생이었던 나는 인내를 가지고 관련 기사들을 검색했다.   



드디어, 면접 시간. 그중 기억 남는 질문은 아래와 같다.


당시 최종 면접에서 뵀던 현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 총괄사장


Q. PR이 뭐라고 생각하나?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려야 하는 것이 PR인 거 같다'라고 했더니 흥미로워하셨다. 그러면서 홍보를 할 때,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요청하고 해달라고 조르는 것은 오히려 쉽지만,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게 좋게 부드럽게 '거절'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렇기에 그것을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다. 특히 SM과 같이 한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엔터 회사의 언론홍보는 '부드러운 거절'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면접이 끝나고 며칠 후, SM키즈로 자랐던 나는 SM 언론홍보팀 직원으로 입사했다. 그렇게 3년 2개월 동안의 SM 커리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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