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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이 Aug 30. 2023

#5. 어서와, 이런 나는 오랜만이지?


1. 독서를 좋아하는 나


저는 나름 문학소녀였어요. 고등학교 때는 구립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모조리 대여했습니다. 없는 책은 구매 신청을 해가며 참 재밌게도 책을 읽었지요.  


학교 공부보다는 책 읽는게 확실히 낫잖아요? 박웅현, 요시토모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그런데 대학에 가고 사회 짬밥을 좀 먹으니 재밌는 것이 책 말고도 무궁무진 합디다. 자연스레 책과 멀어졌고 이제는 종이 위 활자만 보면 하품이 먼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교양 있어 보이는것 같아, 지금이야 빨리 찍어줘 라고 말하는 중



반책모를 운명처럼 시작하게 됩니다. 시작하고 5일 후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를 다시 만났습니다. 이렇게 쓰니 무슨 간증 같은데 정말 다시 만났다니깐요. 


일단 모임 내 다른 사람들의 글이 궁금해 어떻게든 읽게 되고, 선정된 4권의 책들도 돈이 아까워 펼치게 됐어요. 이제는 책 읽기 30분은 거뜬히 해냅니다. 


단지 글쓰기를 시작했을 뿐인데 숨어있던 내가 다시 떠오른 것이 무척 반갑습니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나를 다시 소환했습니다.


 자신감이 충만한 나


엄한 집안 분위기의 영향으로 위축된 어린 시절을 보낸 저는 지금도 자신감이 충만하진 않아요. 회의 시간에 의견을 말할 때는 아직도 얼굴이 빨개집니다. 


내성적 성격이 홍보일을 하면서 많이 개선되어 기쁜 와중에, 이런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자신감 또한 얻고 있어요. 


제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고 주시는 피드백이 너무나 짜릿했고, 제 동생이 며칠 전 제 글을 읽고는"글을 너무 잘 쓰고, 어느 부분에서는 와닿았다"는 평을 해 주었을 때는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제가 믿고 의지하는 가족에게 인정받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줄은 몰랐어요. 








                                                      내 글을 읽은 동생의 피드백



글로 표현하는 일은 제 자신감을 쑥쑥 자라게 합니다. 그리고 제 글을 타인이 보고 공감하거나 어떤 평가를 해주는 것이 제게는 큰 힘이 되더라구요. 


이렇게 자신감이 붙어, 언젠가는 저만의 시선이 담긴 책을 출판에 내친 김에 베스트셀러가 되고, 해외에서 번역판도 출간되는 엄청난 상상을 해 봅니다. 


이렇듯 내면을 담은 글쓰기는 '자신감이 충만한 나'를 오랜만에 발견하게 했습니다.

셋째, 즉시 행동하는 나


저는 생각이 워낙 많아 행동이 잘 안 되는 사람입니다. 주스 하나를 살 때에도 너무 꼼꼼히 따지는 바람에 신랑에게 핀잔을 듣기도 해요. 


그런데 요즘은 생각을 정리하는 즉시 '글쓰기 행동'으로 이어지는 저의 모습이 자주 나타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회사 점심시간에, 퇴근길 버스 안에서 틈틈히 해당 주제에 대한 키워드를 써 보고, 글을 바로 정리해 나가는 제 모습이 꽤 멋지기까지 하네요. 




                               다이어트를 해야한다!고 느끼자마자 만들어버린 샐러드




이렇게 '즉시 행동하는 나'는 주말에도 진가를 나타냅니다.  매주 귀차니즘을 핑계로 미루고 있던 밀린 집안일들을 바로 실행한 것이 아니겠어요!


‘아~ 유튜브 조금만 보다 청소하자', '어제는 너무 피곤했으니 오늘은 일단 쉬자' 하는 유혹에 빠질 뻔 했지만 그냥 일어나 청소기를 켰어요.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생각들을 이젠 없애고 싶어 미칠 지경까지 왔거든요.



결과는 아주 괜찮았습니다. 냉장고는 깔끔해졌고, 바닥은 뽀송뽀송, 옷장은 따뜻한 겨울 옷들로 채워졌어요.  


이렇게 긍정적인 세 가지의 나, 어디 있다가 나타났냐고 마구 칭찬해 주고 있어요. 어디 가지 말고, 앞으로 쭉 옆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며 오늘 하루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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