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제는 '상처'입니다.
꿈 다음에 상처 이야기를 하려니 온도차가 상당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상처와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거기에서 좋은 글귀가 나올 수 있도록 써보려 합니다.
나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상처들에 대해 눈물 콧물 짜며 억지로 힘겹게 끌어내려 애쓰진 않겠습니다. 이 글의 성격이 나의 상처 치유 목적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 때문입니다.
앞 글에서처럼 친할머니는 제게 너무 무서운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아빠도 무서웠어요. 연이은 회사 생활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족들에게 푸셨던 것 같아요. 워낙 엄하셔서 친척 오빠, 동생과 저를 모아놓고 엎드려뻗쳐를 시킨 후 기합을 주시기도 했어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동생들에겐 예쁜 것을 사주고, 저는 달랑 샤프펜슬 1개 받아서 어린 마음에 서운했단 것을 아직까지 우스개소리로 꺼낼 정도로... 7살이던 제게 아빠는 항상 무서운 존재였습니다.
2012년 후쿠오카 여행에서 화산폭발로 무너진 집을 보존한 유적지
우리 아빠는 왜 다른 집 아이들처럼 다정하지 않을까? 태어나 보니 이런 아빠를 만난 것 뿐인데... 나도 좀 더 여유로운 집에서, 다정한 아빠를 만났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러나 너무 좌절하지는 말 걸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가족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 中 '삶은 원래 불공평하다'
최근에 본 '천천히 가도 괜찮아'에서 나온 챕터가 딱 나의 상황이었습니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고. 제 아무리 빌게이츠 아들 딸이라도 불만은 갖고 있다고.
어린 시절에는 어떻게 나의 마음을 방어해야 할지 몰라, 그냥 그대로 우울하게 지낸 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유년 시절에서 멀리 떠나온 지금의 내가 그 때의 나를 바라보면,
결국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깨끗이 포기하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일이 꼭 필요함을 알았습니다.
2012, 후쿠오카 하우스텐보스의 대관람차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타고 있는 대관람차를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각 칸에서 보는 풍경은 다를 것입니다. 이는 사람마다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대관람차는 결국 돌아가는 성질의 것입니다.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던 사람이 가장 위로, 반대로 가장 위에 있던 사람은 가장 아래로 내려오게 되는데 이런 특징을 인생에 대입해 본다면, 모든 이에게 어느 정도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대관람차 안에 있는 사람들 개개인의 마음이겠지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그 순간을 즐기는 이가 있는 반면, 어제 안 좋았던 일을 자꾸 상기시키며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는 이도 있겠습니다.
저도 과거의 상처들은 잊고, 집 앞에 떨어진 빨간 단풍잎이 얼마나 예쁜지 한번 더 들여다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