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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 Sep 03. 2022

이직 면접

호텔에서 면접



한국에서 재택근무로 계속 일하는 나.. 어차피 재택근무니까 친한 친구인 A와 호캉스를 갔다. 오랜만에 바람 쐬러 나오니까 좋았다. 나는 아침부터 노트북을 켜고 일하고 호텔방 통유리로 밖에 뷰를 멍하니 보기도 하고, 중간중간 A랑 수다에 꺄르르 웃었다. 점심 저녁은 주변 유명한 맛집을 갔다. 



갑자기 받은 메일 한 통 - 

면접 스케줄이 바로 다음날로 잡혔다. 



#다음날 

A는 아침 일찍부터 운동하러 갔다가, 돌아오더니 피곤하다고 자버렸다- 나는 그녀를 깨우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노트북이랑 이어폰을 들고 호텔에 있는 비즈니스 센터로 갔다.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면접 세팅 준비 완료..! 한국어로 준비한 면접 예상 질문 & 답변들을 다시 달달달 외우면서 면접 시간을 기다렸다. 면접 시간 5분 전에 팀즈(Teams) 로 미팅에 들어갔다. 



HR 담당자님이 들어오셔서,


HR: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조금 늦는데요.

나: 아 네, 


곧 내가 면접 볼 면접관인 푸트리가 들어왔다. 그녀는 말레이시아인으로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진이며 프로젝트 리더였다. 한국어 면접만 준비하고 있던 나는.. 당황했지만 곧 Hi 로 말문을 열었다. 




#면접 

푸트리: 안녕 레몬, 난 푸트리라고 해. 음.. 일단 내 소개를 간단하게 할게. 나는 @#@#$%$%%%$$##@#@@#$%^^^^%%$$#$# (자기 자랑..)

나: 그렇구나. 

푸트리: 자, 그럼 이제 니 소개를 좀 해줄래?

나: 안녕 푸트리, 나는 레몬이라고 해. 나는 @@#$%^%$#$#@@@!@##$#$$ (내 자랑..) 

푸트리: 아 그래? 음... 아, 나는 면접에서 너무 일 얘기하는 거, 그냥 그래~ 우리 좀 더 캐주얼하게 얘기해볼까? 넌 한국에 있어?

나: 응. 서울. 넌 어디에 있어? 

푸트리: 난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있어. 

나: 싱가포르? 



우리는 싱가포르를 화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재 회사가 싱가포르라는 이야기와 싱가포르 친구들 이야기, 그리고 내가 맡은 싱가포르인 클라이언트 이야기, 나는 APAC 캠페인에 한국인으로 참여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했다. 


푸트리는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푸트리: 혹시 질문 있니?

나: 아니, 없어. 나 이 프로젝트에 정말 관심이 있고 하고 싶어. 

푸트리: 알았어. 오늘 시간 내줘서 고마워! 

나: 응, 고마워! 좋은 하루 보내! 



면접이 끝났다. 정말 빨리 끝났다. 한 10분? 15분? 아마 더 짧을 수도 있다. 왜냐면 푸트리가 아무것도 나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심지어 왜 이직하냐는 질문도 안 했음..) 유일하게 물어본 게 있다면..  한국에 있냐는 이야기?  




면접을 마치고 A와 근처 맛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나: 면접 너무 빨리 끝났어. 나한테 아무것도 안 물어보더라구.. 

A: 좋은 사인은 아닌데.. 

나: 맞아. 면접 길게 볼수록 더 좋은 거 아냐? 



어차피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괜찮았다. 호텔에서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냈다.






호캉스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며칠 뒤, 합격 이메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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