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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드레킴 Feb 10. 2024

카타추타의 바람

울루루에서의 두 번째 날 아침 일출을 보고 우리가 향한 곳은 카타추타였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울루루 바위만을 생각하지만 이곳에 오면 울루루 만큼 거대한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있다. 카타추타는 울루루에서 45km 떨어져 있는 서른여섯 개의 바위산이다. 자연적인 가치뿐 아니라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가치를 인정받아 1987년 유네스코의 복합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일출 후 다시 숙소로 복귀해 간단히 샌드위치와 시리얼 등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서둘러 나왔다. 해가 올라오기 무섭게 기온이 솟구친다. 정오쯤 되면 이미 외부 활동이 쉽지 않을 만큼 기온이 오르는데 카타추타와 울루루는 기온이 38도 이상 오르면 트레킹이 금지되기 때문에 기상 예보부터 확인해야 한다. 오늘 낮 최고 기온이 37도 이고, 오전엔 28도 인걸 보니 카타추타 바람의 계곡을 둘러보기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정 반대의 계절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여름인 6~8월은 호주의 겨울에 해당하지만 선선한 기후로 여행하기에 적합하다. 이 때문에 울루루의 사막여행도 성수기에 속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겨울에 해당하는 12~2월은 호주의 여름으로 내륙인 울루루는 현실적으로 여행하기에 너무 덥다고 한다. 우리는 11월 중순에 여행을 하는 거라 '초여름'에 해당하는데 여행 정보에 따르면 초 여름 닐이 더워지면서부터  파리와 날벌레가 극성이므로 일명' 망사모자', '벌집모자'를 꼭 챙겨야 한다고 했다. 발 빠른 정보 입수로 출국 전 집 근처 생활마트에 들러 4,500원씩 주고 모자 4개를 구매했다. 울루루에 도착하니 기념품 샵에서도 망사모자를 판매하고 있는데 20불 정도 하는 걸 보니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오길 참 잘했다. 숙소를 나오면서 모자를 챙기고 텀블러도 있지 않았다. 그리고 사막 트레킹엔 꾸준한 수분 섭취가 필수이다. 하지만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많이 마시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탈수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조금씩 목을 축이는 게 적당하다.

카타추타 바람의 계곡 입구 주차장에 들어서니 어제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내려 군데군데 웅덩이가 파이고 침수가 되어 있다. 사막이라고 비가 오지 않는다는 건 선입견이다. 울루루 사막에도 아이슬란드에서 본 것처럼 아주 낮은 들꽃과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간간이 내리는 비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카타추타로 가는 길에 카타추타-마운트 올가(Kata Tjuts-Mount Olga) 전망대가 있다. 규모가 엄청난 암석을 멀리서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이다.  잔망대로 올라가는 길엔 꽤 크게 만들어진 개미집들과 나무들이 많이 있고 전망대 앞엔 이름 모를 새들이 있는데 여기는 사막도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전망대를 내려오는데 국립공원 직원분으로 보이는 분들이 emergency telephone box를 점검하고 있었다. 이런 사막에선 정말 필수일 것이다.

카타추타는 원주민 아보리진의 언어로 ‘많은 머리’라은 뜻을 갖고 있다. 하나의 단일 바위로 이루어진 울루루와는 다르게 36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큰 조각 작품과도 같다. 이곳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배경지로도 유명하다.

해발고도 1,069m로 울루루와 함께 6억 년 전 지각 변동과 함께 침식 작용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붉은 흙의 성분도 아주 똑같다는데 이들은 본래 한 덩어리였을까?


카타추타에는 두 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 Valley of the winds walk ( 7.4km: 3-4 hrs)

- Walpa Gorge Walk ( 2.6km: 1hr )

두 가지 중 우리는 바람의 계곡을 둘러보기로 했다. 전망 포인트가 두 군데 있는데 아쉽지만 체력과 컨디션을 생각해 첫 번째 Karu look out 포린트까지만 갔다.  (왕복 1시간 소요) 우리들에겐 이것도 꽤 힘든 길이었다. 뜨겁게 올라가는 기온도 이유였지만 한없이 달려드는 파리떼가 문제였다. 물론, 한국에서부터 공수해 간 망사모자를 썼다. 하지만 옷 속을 뚫고 달려드는 이 놈들. 사람의 각질과 피를 빨아먹는다는데 정말 옷을 뚫고 달려들 정도라 아이들의 팔과 다리가 많이 물렸다.

파리와의 사투를 벌이면서도 더운 기온에 헥헥거리면서도 우리의 눈은 그야말로 휘둥그레졌다.

사방으로 솟아있는 거대한 바위사이로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과 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여  말을 하면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그 메아리 넘어 저 거대한 바위틈에 누군가 살고 있는 거 같았다. 원주민들은 이곳을 신성한 곳으로 여겨서 등반을 하거나 함부로 오르지 않고 새벽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고 했다.


이 거대한 바위틈에 아이들이 장난으로 메아리를 만들어 보냈는데 갑자기 우리가 너무 작은 존재임이 느껴져 소름이 돋고 뭔가 으스스하다는 아이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우리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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