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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드레킴 Feb 08. 2024

울루루의 별 헤는 밤


일몰 감상이 천둥번개에 의해 상당히 역동적이었기 때문에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무언가 감성적인 무드가 필요했다. 해가지면 울루루는 고요하다. 다른 동남아의 불타는 밤도 라스베이거스의 사막 위 들썩거리는 불빛이나 음악도 없다. 만약 울루루에 밤문화(?)가 있었다 해도 그렇게 인기 있을 거 같지 않긴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 울루루를 찾는 이유는 다름이 아닌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서 일 테니까....


오래전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한국에서 놀러 온 가족들과 휘슬러에 눈구경하러 간 적이 있었다. 스키를 타지 못하는 우리들은 진짜 순수하게 눈을 구경하러 간 거였고, 그곳에 가면 '눈'이외에도 즐길거리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휘슬러 산장에 도착했지만 주변은 암흑이었다. 당시 휘슬러는 최고의 '자연 스키 타는 곳'으로 일출과 함께 슬로프 문을 열고 일몰과 함께 문을 닫기 때문에 야간 스키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대부분의 스키어들이 스키에만 전념하고 다음날 또 새벽 스키를 타기 위해 밤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친정 엄마는 술을 좋아하셨는데, 술집은커녕 문 연 식당도 마트도 없이 깜깜한 휘슬러에 적지 않은 실망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물론, 다음날 아침 일어나 휘슬러 정상에 올라가 감상한 view point는 정말 최고였다.


이곳 울루루도 휘슬러처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일몰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지만 특별히 시간을 보낼 일이 없었다.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여전히 먼 곳에서는 번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하늘의 구름은 좀 멀어진 느낌이었다.  구름이 가신 하늘엔 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참 하늘을 바라보니 리조트 주변에 드문드문 설치된 가로등에도 까만 하늘의 별은 점점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얘들아~ 이리 와봐~ 별이 많아~"


"별 보러 가자!" 갑자기 신랑이 침대에서 벌떡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그러다가 번개 맞으면 어떻게? 난 무서워 안 갈래..."


인터넷으로 실시간 기상을 알려주는 사이트를 찾아본 신랑은 울루루 주변 번개를 동반한 구름은 비껴가고 있다면서 오히려 더 깨끗한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숙소에서도 충분히 잘 보이는데 불빛 하나 없는 사막 한복판으로 나가자니 좀 겁이 났다.

"사막에서 딩고를 만나면 어떻게 해?"


"우와~ 재미있겠다!" 겁 없는 아이들은 바로 옷을 챙겨 입는다.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선 길.


리조트를 벗어나 3~4분 정도 갔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암흑이다.

여기서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떻게 돼도 아무도 알지 못할 것 같다. 

신랑이 서행으로 운전을 하면서 창문을 내렸다.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진다. 


"자갸~ 그만 가자! 여기서 보자"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울 수 없으니 신랑은 내비게이션에 나온 필드오브라이트(FIELD OF LIGHT) 입구로 갔다. 오늘은 투어가 없는지 이곳도 적막하긴 마찬가지다.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렸다. 하지만 우리 가족 누구도 차에서 내릴 용기는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딩고나 야생동물이 나타날 것 같기도 하고 새가슴이 되어 창문에 걸터앉았다. 하지만 이곳은  쏟아지는 하늘의 별들과 유성을 보기에 완벽한 장소였다. 아이들과 별자리도 찾아보며 콧속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갑자기 멀리서 불빛이 다가온다. 모두들 긴장했다. 

"얘들아! 창문 올리고 문 잠가!!!"


트럭이 한대 가까이 오더니 우리 차 앞에 섰다. 차량 앞에 작은 호주 깃발이 흔들린다.

"Are you guys OK? "


"Yap. We are just hunting STARS" 


"OK! Take care of you. Watch out for Wild animal"


이 트럭은 밤에 순찰을 도는 국립공원 직원인 듯했다. 


"휴~ 얘들아! 이제 우리 집에 가자!"



울루루의 별 보기 투어와 액티비티


울루루에도 적당한 금액을 지불하면 밤에 안전하게 별을 볼 수 있는 투어들이 있다. 모두 영어 진행이라 아직 아이들이 아직 영어에 익숙하지 않고 어려 투어 신청을 따로 신청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비용이 비싼 편이었다.) 위험하지 않게 울루루와 함께 별을 보고 싶다면 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투어 신청은 에어즈락 리조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https://www.ayersrockresort.com.au/book/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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