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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름 Aug 17. 2022

Mr. 다아시를 만나러 가는 길 -2

영화의 흔적을 따라간 여행



 채스워스 하우스의 내부를 구경하기 위해선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했다. 당시(2016년 기준) 가격으로 입장권은 18파운드였으며, 약 3만 원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집 구경에 3만 원이라니 조금 놀라긴 했지만 얼마나 으리으리할까 궁금해 빠르게 입장했다.





영화 속 천장의 벽화
실제 채스워스 하우스의 모습


 영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본 덕분일까? '어! 여기 그 장면에 나왔던 곳이잖아?' 하고 반가워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가장 먼저 입구였는데, 영화 속 엘리자베스가 처음 펨벌리 저택에 왔을 때 넋 놓고 보았던 천장의 벽화가 나를 맞이했다. 벽화는 엘리자베스처럼 넋을 놓고 볼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굉장히 넓고 웅장했고, '우와,,,' 하며 저절로 감탄하게 만들었다. 집 입구부터 이런 풍경이라니 엄청난 부내가 풍겨졌다.



영화 속 모습
실제 모습


 벽화도 멋있었지만,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감탄이 나왔다. 올라가는 계단, 난간 장식, 조각상 등등 하나하나 정말 멋졌다. 도대체 얼마나 부자이길래 집을 이렇게 꾸밀 수 있을까 싶었고, 저택의 주인으로 이 길을 따라 걸어가는 건 무슨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채스워스 하우스의 모형


 채스워스 하우스에는 300여 개의 방이 있는데, 그중 관람객에게 공개되는 것은 26개 정도라고 한다. 방이 300개나 있다니 누가 몰래 숨어서 살아도 모를 것 같았다.



채스워스 하우스 내부의 풍경


 이어진 길을 따라 채스워스 하우스의 내부 곳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영국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방들과 한쪽 벽면을 모조리 장식한 그림들, 그리고 영화에서만 보던 화려하고 반짝반짝 거리는 만찬 테이블까지. 정말 다아시가 실존 인물이라면 이런 집에 살 것 같았다.





엘리자베스가 보았던 영화 속 조각상
채스워스 하우스의 실제 조각상




영화 속 저택 앞마당
실제 모습





 내부를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저택 곳곳에서 영화 '오만과 편견'의 장면들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재밌었다. 엘리자베스가 보았던 조각상과 영화에 나온 장소들을 직접 보며 여기서 어떻게 촬영을 했을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상상해보았다. 마치 내가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영화에서 엘리자베스가 본 Mr. 다아시
실제 기념품 공간에 놓여진 다아시의 흉상
Please do not kiss!


 저택을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다다른 곳은 기념품샵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그토록 찾던 영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Mr. 다아시였다! 물론 영화에서 다아시 역할을 맡은 배우의 흉상이었지만, 이렇게 그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마침내, 이번 여행의 목적을 달성한 것만 같았다. 흉상 하단에 있는 안내문에 'Please do not kiss!'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니, '나처럼 영화에 빠져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뽀뽀를 하려고 했을까?'하고 상상하니 웃음이 나왔다.



오만과 편견 기니피그 버전
기념품샵에서 구매한 원서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치듯, 영화 '오만과 편견'을 사랑한 나는 이곳의 기념품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역시나 '오만과 편견'과 관련된 많은 기념품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엽서와 펭귄 클래식에서 나온 원서를 구매했다.




 기념품 가게에서 즐거운 쇼핑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푸릇푸릇한 멋진 영국 정원이 펼쳐졌다.



‘Cavendish 가문 소개’


 정원을 구경하며 주위를 서성이다 이 저택과 일대를 대대로 소유해온 'Cavendish' 가문의 족보(?)를 발견했다. 무려 1527년부터 시작되는데, 현재 소유주는 '12th Duke of Devonshire'라고 한다. 실제로 소유주와 그의 부인이 채스워스 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은 영국에서 손꼽히는 부자로 순재산액이 한화 약 1조 4천억이라고 한다....! 넓게 펼쳐진 들판과 동물들, 그리고 화려한 저택을 전부 관리하고 유지하려면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지 않을까? 하고 궁금했는데, 1조가 넘는 재력이 있어야 이 정도는 관리하는구나 싶어 놀라웠다. 영국 귀족들을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접했지 이렇게 실제로 보고 느끼니 정말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아 새삼 신기했다.






 채스워스 하우스를 방문한 여정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을 방문해 그 흔적을 느꼈고 영화 속에 들어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촬영지를 방문하기 위한 여행으로 시작됐지만, 런던을 벗어나 영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대저택을 직접 보고 경험한 것도 뜻깊었다. 어느 기회에 또 영국의 손꼽히는 부자 귀족 집을 방문해 영지를 돌아보고 저택 구경을 해보겠는가? 하루 전체를 비워야 하는 일정이었지만 정말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고 방문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Mr. 다아시를 만나러 가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았다면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정말이지 때론, 덕질은 여행에 이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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