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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Nov 28. 2021

지금, 헤어지는 중 입니다

똑같은 만남을 하고

똑같은 관계를 맺고

똑같은 이별을 하다.


결국 연애 소설은

만남, 관계, 이별의

3막이다.

​넌 내가 지겨워질지도 모르고

난 내가 지쳐버릴지도 모르고


​뻔한 결말인데도 확인하고 싶어

다음화를 보게되는 드라마처럼.

이미 예매한 영화라 나오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을 버리고.

방향을 벗어난 것 같은데도 유턴하지 못하고

관성처럼 계속 직진하고


지난 시간이 무의미해질까봐

스스로 합리화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사랑은 어디서부터 빠져들고

이별은 어디서부터 시작일까


​상대는 자신의 거울이다.

나와 닮은 어떤 모습이 거울처럼 보여져

연민을 느끼게 했고 공명을 일으켰다.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끌어당기는 이유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구?

사람은 끊임없이 변한다.


오늘의 내가 다르고 내일의 내가 다르다.

상대는 똑같은 모습을 무언 중에 강요하고

서로의 달라진 모습을 눈치채지 못한다.


자신이 아는 상대의 모습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더이상 서로를 발견해내지 못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태양을 돌던

지구의 회전축이 조금씩 변해간다.

공전 궤도가 이탈해 중심을 잃고 분리가 일어난다.


​사랑이 착각에서 시작되었듯

이별도 착각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헤어지는 것은 그저 표면의 이유일 뿐

결국은 사랑받지 못하여 헤어지는 것 그뿐이다.


모든 연애는

어쩌면 헤어지는 중이다.


​삶의 순간이

죽음을 향해 있는 것 처럼


​연애할 때는

헤어지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이별할 때는

사랑했던 것에 눈을 감는다.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이별에도 단계별 증상이 있다.


​첫번째는 부정.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끝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두번째는 분노.


판결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항복하지 못하고 항소하고 싶다.


세번째는 절망.


그 어떤 노력도 허사임을


드디어 자각하게 된다.


더이상의 실낱같은 희망을 놓고


이제야 결말을 받아들인다.


네번째는 애도.


파도처럼​ 솓구쳤던 감정은 이내 잦아든다.


더이상 어떤 요동도 없이 잠잠하다.


그리고 짧은 시절 함께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망각.


잊으려고 하는 건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잊었다는 사실조차 잊는다.


이젠 어떤 음성도 들리지 않는다.


주파수가 끊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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