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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ug 30. 2022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내가 기다리는 그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것만큼 달콤한 설렘이 있을까?

어린왕자는 여우에게 말했다.
너를 만나기 한시간 전부터 나는 행복해질꺼야.
너를 생각하며 기다리는 시간이니까.

나는 문자를 보기도 전에 서둘러 현관을 나선다.
그는 한 번도 늦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집앞이야. 천천히 내려와."

이 문장 하나에서 스윗함이 느껴졌다.
나는 데리러 오라고 한번도 말한 적이 없다.
서로에게 당연한 건 없다. 다만 고마울 뿐이다.

오늘 예매한 영화는 드물게도 노르웨이 오슬로가 배경이다.
'사랑할 땐 최악이 된다.'
The worst man in the world

사랑은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이다.
최고로 고조된 감정이 일시에
내려올때는 그만큼의 커다란 충격이 필연적으로 따르게 된다.

Man is a dust.
Love is a just.
Friend is a must.

내가 쓴 시의 다음 문장에 반전이 있다.

Couple is a worst

누구나 사랑스런 연인을 꿈꾸지만
막상 사귀게 되면 닥치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

영화 속 장면들이 낯설지 않고 매우 사실적이다.
여성의 심리 변화를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어 공감을 자아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poetica)에서
카타르시스를 처음으로 설명했다.
타인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억압된 감정을 배출시키고 그로써 슬픔을 정화시킨다.
감정의 순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얼마나 비극에 관객들이 몰입했는지
한동안 그리스에서는 비극을 금지하기도 했다.


세익스피어의 연극에서 처럼 인간의 가장 큰 비극은 불행을 알면서도 기꺼이 불구덩이에 뛰어든다는 점이다.

' To be or not to be '

사실 번역이 좀 잘못되었는데

'죽느냐 사느냐' 가 아닌

Being 존재 자체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다.


우리는 왜 사랑을 할까?

연인을 통해서 내가 살아있다는

존재감의 확인을 느끼고 싶은 것 아닐까?

한 사람한테서 사랑받는 여자가  되는 것, 그것이 궁극이 아닐까?

상대방의 눈 빛과 목소리에서만 발견되는 '나'라는 존재의 불완전성을 시인은 이야기한다.


'너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나는 비로소 꽃이 되었다.'


여자는 임신테스트기의 선명한 두줄을 확인하고 현재의 남친이 아닌 엑스 동거남 악셀을 찾아간다.


위안받고 싶었던 사람은 나와의 미래를 꿈꾸고 나를 지지해주었던

그 남자 였기에...

 You made me be  myself.

당신이랑 있으면 나는 내 자신이 되요.

남자는  아름다운 꽃을 보면 갖고 싶어 한다.
꽃을  기어이 꺾어 자신의 공간 안에 가둔다.
그리고 꽃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꽃은 비틀어 시들어 가고 더이상 향기가 나지 않는다.

사랑은 식물처럼 가꾸어야 할 것이다.
매일 창가에 들여 햇빛도 받게 하고
잎을 쓰다듬어 주고 상처난 곳은 다듬고  잘 자라도록 물을 주어야 한다.


모든 연인과의 갈등은 마음의 격차가 아닐까.

A가 생각하는 B >

B가  생각하는 A


그가 나를생각하는 빈도<

내가 그를 생각하는 밀도


그  차이에서 시소를 타며 흔들리는 불안한 감정, 결국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질 수 밖에 없는 불편한 구조.


그래서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진다.

내 생각을 하는지?  얼마큼인지?


" 나  어떤거 같애?"

" 당신은 참 다정한 사람이야."


그저 '나는 너가 좋아.'

이렇게 말해주었음 좋을텐데

그게 잘 나오지 않는다.


나 또한 살짝쿵 물어본다


" 나랑 있으면 어때?"

" 재미있어."


혈중 알코올의 농도가 살짝 부족한 만큼 아쉬웠다.

한강을 가로질러 이태원프리덤의 해밀턴이 아닌

해방촌으로 향했다.

이곳은 가장 한국적이지 않은 장소로 유명하다.

관광객이 아닌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찾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향한 곳은

몇 번이나 같이 가자고 언급했던 바,

Fortified.

굳이 포트와인바에 오고싶었던 건 포르투의 추억이 있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성의 취향이  바로 이런 남자가 아닐까?


강하지만 스위트한 사람

엄격한 자기기준과 검열을 통해

강한 사람에게는 강하게

나에게 만큼은 한없이 달콤하길.


포트와인은 강화와인으로 알코올 도수가 와인보다 높은 20도 이다.


알코올은 당분이 발효되어 에탄올이 되는 과정인데 와인에 브랜디를 넣으면 알코올 발효가 중지되고 남은 당분이 스윗함을 주게 된다.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으로 더이상 영국은 프랑스의 보르도와인을 수입할 수 없게 되자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항구인 포르투갈의 포르투에 와이너리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선적시 와인이 부패되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브랜디를 첨가하게 되는 데 이것이 신의 한수로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위스키맛의 강화와인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모든 것은 우연의 산물.

포도주가 발명이 아닌 발견되었던 것도 땅에 떨어진 포도가 젖은 웅덩이에서 스스로 발효하게 되어 이것을 우연히 맛보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우리는 단지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발견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확률이다.

수십 억의 인구 중에 너와 내가 시간과 공간의 정확한 X 와 Y 축에서 교점을

지나치는 그 순간의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남자는 묻는다

"나를 어떻게 고른거야?"


내가 자신을 한 눈에 찜했다는  것을

그는 좋아하면서도 믿기지 않아했다.

남자를 고르는 방법은 나에게는 어쩌면 메뉴를 고르는 것과 같다.

나는 메뉴판을  넘기면서 어떤 게 있는지 찬찬히 읽어보지 않는다.

단 번에 내 눈에 들어오는 메뉴를

한 번에 선택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발견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닌 믿음의 문제이다.

상대적인 비교에서는 결코 만족을 얻을 수 없다.

절대적인 믿음만이 자신의 선택에 후회를 주지않는다.

이것을  설명한다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는

I think, therefore I am.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만큼이나
단순해 진다.

내가 가지는 믿음, 그게 바로 당신이야
I believe, therefore you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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