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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락 Jan 07. 2022

지금 이 순간에 춤을!

#취향의 발견

레스토랑 문을 닫고 도쿄에 간 적이 있다. 동료 서너 명과 함께 무박 2일의 일정으로 도쿄 시내를 쏘다녔다.


그러다가 찾은 작은 커피가게. 그곳에서 나는 인생 커피를 만났다. 당시 쓴 맛 나고 마시면 잠도 안 오는 커피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권하는 사람의 손을 뿌리치기 힘들어 마지못해 마시는 척만 하려고 한 모금 머금는 순간 입안에서 신세계가 펼쳐졌다. 그 품격 있는 산미를 뭐라 말할 수 있을까! 그 후 나는 커피와 사랑에 빠졌다.


그제야 내가 커피를 싫어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내 취향의 커피를 만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한번 만나기가 어렵지 알고 나니 이 산미의 세계는 넓고 풍성했다. 커피에서 산미를 느낀 나는 와인으로 그 세계를 넓혀 갔다. 친구들은 맛 초보인 나를 친절하게 산미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제는 신선한 원두를 골라 그라인더에 넣고 갈아 향을 음미하고 온도에 맞춰 커피를 내리는 일이 소중한 하루 일과가 됐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맛을 아는 것만으로도 삶은 풍성해졌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자신이 좋아하는 걸 모르고 산다. 그냥 남들이 좋다니 내게도 좋으려니 싶어서 무심코 따라 사고 먹고 마신다.


우연히 맞아떨어져 그냥 괜찮으면 그것이 전부인 줄 알뿐 굳이 내가 좋아하려는 것을 찾으려는 수고는 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볼만한 영화가 있는지 고르다 지쳐 종료 버튼을 누르고 잠든 적이 있을 것이다.


풍요 속의 빈곤은 현대 사회의 흔한 풍경이다. 선택할 것이 너무 많으면 사람들은 선택을 포기한다. 요사이 추천 알고리즘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멜론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이용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음악을 추천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책, 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천 알고리즘은 열 일하기 바쁘다.


취향조차 AI가 대신 찾아주는 세상이라니 편리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기계적으로 편집된 추천의 세계에서 내 취향을 제대로 발견할 수 있을까?


이제까지 살던 대로가 아니라 돌발적인 상황에서 신세계는 열린다. 아직까지 보지 못한 영화, 듣지 못한 음악, 맛보지 못한 음식을 통해 취향의 신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상담센터에서 진로 코칭을 하다 보면 센 언니, 센 형님들이 올 때가 있다. 그분들은 한결같이 뭘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상담실 방이 꺼져라 푸념한다.


이야기를 타고 타고 들어가 보면 결국엔 자신들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 뭘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진실에 직면한다. 자신이 뭘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분명한 사람은 자신의 앞길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말한다.


그렇게 자신감 있는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을 깔아주니 거기서 놀면서 맛도 보고 소리도 듣고 만져도 보고 냄새도 맡고 하면서 자기 취향을 찾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좀 놀아보면 어떨까? 손에 흙도 묻혀보고 형형색색의 종이들을 만져보고 오려보고 희한한 냄새가 나는 향신료도 맛보고 다양한 감촉의 옷감들도 만져 보면 어떨까?


음악 소리가 들린다. 심장은 고동친다. 어깨는 들썩 거린다. 몸이 반응하고 발이 리듬을 탄다. 그래,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에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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