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경 여행기 리뷰
최근에 곰살맞은 이야기와 만났다. ‘박하경 여행기’는 매주 토요일 하루만 여행을 가는 국어 선생님의 나 홀로 여행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나는 제주도 빵집 기행이 제일 애정이 간다. 빵지 순례에 나선 주인공 하경은 단단히 마음먹고 제주 공항에 내려 빵지 순례 지도를 들고 도장 깨기를 하듯 빵집을 찾아다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어떤 꼬마가 눈에 들어온다. 꼬마는 달팽이 빵을 찾는다.
빵집 주인은 그림까지 그려가면 아이가 원하는 빵을 찾아주려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빵은 찾을 길이 없다. 아이는 묘하게도 하경의 빵지 순례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한편 이 뒤를 들키지 않게 가만히 따라가는 한 할머니가 있다. 아이 뒤에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 뒤에 하경의 릴레이가 시작된다.
아이는 제주에서도 관록 있어 보이는 빵집에 들어간다. 마침내 빵을 찾은 듯 방긋 웃는 아이에게 빵집 주인은 롤케이크를 건넨다. 원하는 걸 찾았다는 기쁜 표정도 잠시, 아이는 금세 울상이 된다. 알고 보니 찾던 롤케이크가 아니었던 것이다.
주인은 아이의 얘기를 가만 듣더니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빵집이 시장 근처에 있으니 찾아가 보라고 일러준다. 정겨운 풍경이다.
아이는 시장을 가로질러 마침내 빵집을 찾아낸다. 그곳에서 아이는 롤케이크를 사면 덤으로 주는 단팥빵을 발견하고 한 입 깨물어 먹는다.
쫀득쫀득한 맛! 찾았다!
아이는 보물 상자라도 되는 양 롤케이크 상자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종종걸음으로 집에 돌아간다. "할머니~ "하고 부르자 몰래 숨어서 따르던 할머니가 모른 체 돌담에서 나타난다. 롤케이크 사 오느라 고생했다며 할머니는 손녀를 꼭 끌어안는다.
뒤에서 묵묵히 따르며 아이를 지켜 주던 할머니는 간섭 없이 아이를 가만 바라보기만 한다. 아이가 다른 빵집에 들어가면 때로 안타까워하며 행여 다치지는 않을까 염려했지만 개입하지는 않는다. 물론 아이의 뒤에는 할머니뿐만 아니라 하경도 있었다.
아이는 혼자 롤케이크 구하러 다니느라 무섭지 않았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누군가 지켜주는 것 같았다며 밝게 웃는다. 하경은 아이에게 들킬 때마다 빵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조금은 우스운 장면.
아이가 가져온 빵은 정성스럽게 장만한 제사 음식 한자리를 차지한다. 엄마의 제사상에 올려질 음식이었던 것이다. 빵집 사장님들 인터뷰에서는 종종 빵이 제사 음식으로 올라간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아이는 엄마가 좋아하던 음식을 엄마 오는 날 엄마를 위해 준비한 것이다. 그냥 울었다. 깜빡이도 안 켜고 감동 들어오기 있기 없기?! 엄마를 위해 아이는 고단한 여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의 마음에 엄마는 살아있다.
달팽이 빵을 찾아다니던 아이가 롤케이크를 찾게 되어 참 기쁘다. 내 일 같이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은 나도 엄마의 아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