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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락 Nov 23. 2023

T1은 어떻게 세계 최강이 되었는가?

# e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쓴 T1 팀워크 코칭 스토리

 "너무 축하드립니다!"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T1이 우승하자 손흥민은 자신의 SNS에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배우 박보영은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결승전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응원하는 모습을 자신의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이밖에도 많은 유명인들이 T1 우승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고 있다.   


롤드컵을 보기 위해 전세계 8만1500명이 광화문 광장을 찾고 결승전 당일 고척 스카이돔에는1만 8000명의  팬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전세계적으로 1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결승전을 시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 T1 우승 시상식


V4. T1은 롤드컵 통산 네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최연소와 최고령 타이틀을 모두 거머쥔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e스포츠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금부터 e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쓴 T1 팀워크 코칭 스토리를 시작한다.  2021년 겨울 전화 한통을 받았다. T1이란 e스포츠팀 선수들 워크숍에 와서 팀워크 코칭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서울에서 차로 세 시간 거리에 위치한 해변 인근 워크숍 장소에서 선수들과 첫  대면을 했다. 편한 옷차림에 서글서글한 미소로 나를 맞이한 선수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누고 워크숍이 시작됐다.  


무반응! 단단히 마음을 먹고 간 터라 나름 필살기를 발휘해 워크숍과 강의를 이어갔건만 선수들은 미동도 없이 듣고만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반응인지 알 수가 없는 무표정에 워크숍 내내 난감하기만 했다. 


코치 인생 20년에 이런 위기가 찾아오다니! 이제까지 망해도 이렇게 망한 강의나 워크숍은 없었다.뜨뜻 미지근한 반응조차 없어 움츠러드는 마음을 간신히 붙잡고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기념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매니저의 말에  선수들은 둥그렇게 내 주위에 둘러앉았다. 하나, 둘, 셋 외치는 소리에 나는 웃을 수도 울수도 없어 그냥 무표정하게 카메라 렌즈를 바라봤다. 이 선수들과의 인연은 이걸로 끝이구나. 아쉽기만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사진 촬영이 끝나자마자 한 선수가 다가오더니 연락처를 줄 수 있냐고 나에게 묻는 것이 아닌가. 오늘 강의를 듣고 궁금한 것이 많아졌다며 연락해도 되느냐고 물어서 흔쾌히 언제든 연락하라고 답했다. 


그렇게 얘기를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다른 선수가 앞을 가로막고 서서 오늘 하는 강의가 다 자기 얘기 같았다며 고맙다고 인사하고 돌아서는 게 아닌가. 그렇게 인연을 맺고 두번째 T1 워크숍에 초대를 받아 가니 매니저가 이런 얘기를 했다. 선수들이 첫번째 워크숍 때 얘기를 아직까지 한다는 것이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망한 줄 알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궁금해서 선수들에게 직접 물어보니 그때 집중해서 듣느라고 그런 표정을 지은 것 아니겠냐며 도리어 내게 반문했다.


나중에 단장과 감독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더니 T1 선수들은 세계적인 e스포츠 선수인 만큼 집중력이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수준 이상이라며 자랑스럽게 설명을 덧붙였다. 


T1 팀워크 코칭 장면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었다.  알고보니 집중력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인 선수들이 그때 몰입 과정에서 지은 표정을 내가 잘못 알아차린 것이었다.


집중력은 최근 심리학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주제다. '인스타 브레인'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정신과 의사이자 초베스트셀러 작가인 안데르스 한센은 이 주제로 80만부 이상 책을 팔아치웠다.


저널리스트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요한 하리의 최근작  '도둑맞은 집중력'도 초대박이 났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집중력'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아붓고 있다.


LOL Esports



그렇다면, "T1은 어떻게 세계 최강이 되었는가?"


입장에 따라서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다. 누군가 엄청난 성과를 내면 후견지명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인 양 호도하는 나름의 분석이 벌써 지면과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나도 여기 숟가락 하나를 얹겠다. 이건 일반론에 입각해서 설명하는 것이니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적용할만하다. 앞서 이야기한  '집중력'이 그 핵심이다. e스포츠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승패의 잔은 기운다. 경기에 몰두하느냐 마냐 그 한끝 차이로 승부가 난다. 


그러니 '집중력'이라고 하면 e스포츠 선수들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럼 e스포츠 선수들이 집중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긴말하지 않겠다. 뇌를 관리해야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편도체를 돌봐야 한다. 편도체는 우리 몸에서 종합안전관리체계를 관장하는 위기대응 시스템이다. 위험를 감지하고 싸울지 도망갈지 그 자리에 얼어붙을지를 결정하는 것이 편도체다. 



회복탁력성으로 잘 알려진 김주환 교수는 최근작 '내면소통'에서 편도체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탁월하게 설명한다.  김준환교수에 의하면 정서와 관련된 편도체와 이성적 판단을 내리는 전전두엽은 시소게임을 한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전전두엽은 비활성화되고 물론 그 반대도 성립한다. 


우리가 기가막힌 일을 당하면 말문이 막힌다고 하는데 뇌과학에서 이 매커니즘을 밝혀낸 셈이다. 편도체가 활성화 되니 전전두엽이 비활성화되어 언어 기능이 위축되는 과정을 우리 선조들은 말문이 막힌다고 표현했을 뿐이다. 


갑작스런 큰 정서적 자극은 이처럼 전전두엽을 비활성화 상태로 만든다. 다시 전전두엽이 활성화 되려면 당연히 편도체가 비활성화되어야 한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와 관련된 것 중에 우리가 의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건 호흡 밖에 없다. 호흡을 조절하면 편도체가 비활성화된다. 그래서 말문이 막히고 흥분해 씩씩거리는 사람들에게 숨 한번 크게 쉬라며 어깨를 토닥거려주면 재정신이 돌아오고 안정을 되찾는 것이다. 


이런 기법을 정신건강분야에서는 '마인드플리스'을 통해 훈련한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는 재난경험자들을 돕기 위해 해마다 재난정신건강지원 인력을 양성한다. 이 과정 중에 '마음프로그램'이란 트라우마 회복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트라우마 회복에 있어서 가장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방법이 바로 호흡법이다. 


숨 한번 쉰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까 싶지만 제대로 숨만 쉬어도 몸 건강과 정신 건강은 크게 달라진다. 나는 지난 몇년 동안 워크숍에서 이 원리를 사람들에게 설파하고 다녔다. 물론 T1 선수들에게도 이 원리를 전수해줬다. 얼마나 적용했는지는 경기 결과가 말해준다고 나는 믿는다.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위해 따로 돈 들일 필요도 없이 지금 당장 나의 호흡에 집중해 보자. 가만히 들숨과 날숨에 귀기울이며 내 몸의 감각에 집중해 보라. 


리더는 결정을 내리는 자리다. 전전두엽이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은 공격적이거나 회피적이거나 경직된 파괴적인 결정일 수밖에 없다. 리더라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편도체가 활성화된 섣부른 결정을 내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숨 한번 크게 쉬고 편도체를 안정시킨 후 전전두엽이 활성화되었을 때 결정을 내리자. 이런 결정에는 후회가 없다. 


*이번 인터뷰 기사는 제가 필진기자로 참여하고 있는 '사례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사례뉴스'는 현장지식과 실천사례를 공유하는 비지니스 언론사입니다. 앞으로도 칼럼과 인터뷰 기사를 한달에 한 두번 정도 '사례뉴스'에 기고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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