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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Dec 10. 2019

#03. 잡부 2일차

새로운 곳

 새로운 곳이든 새로운 일이든 시작하면 새로운 인연이 생긴다. 그 물고를 트는 게 어려울 뿐 타고난 이 후로는 그저 성실하기만 하면 댐에 구멍 나듯 점점 물고 가 커지게 된다. 제주에서 잡부로의 물고를 트기 시작하니 며칠 뒤 잡부가 필요해질 때 또 연락이 왔다. 이번엔 저번 현장이 아닌 다른 현장에서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원래 잡부라는 게 무슨 일 할지는 현장 가봐야 아는 법이니 오늘은 무슨 일을 할까 설렘 반 기대 반 현장으로 떠난다. 두 번째 만남이라 그리 대면 대면하진 않았다. 그리고 역시나 일을 나간다는 설렘은 없어졌다. 역시.. 노가다 짬밥 무시 못한다... 오랜만에 찾은 잠 못 이루는 설렘은.. 한 번 느끼고 끝이다.


오늘의 잡부 업무는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보일러 엑셀관을 고정핀을 모두 철거한 이후 엑셀관 하부에 단열재(온돌이)를 시공하는 것이다. 왜 단열재를 온돌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제주에서는 다들 이렇게 부른다. 고정된 엑셀관 서포트는 ST25로 타정 되어 있는 상태. 


'나에게 주어 진건 인테리어용 작은 빠루와 망치... '


그렇다. 나는 오늘 퇴근할 때까지 하루 종일 바닥에 망치질해야 한다는 소리다. 시작도 전에 손이 아프다고 우는 소리가 들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장관리자는 여러 현장을 돌아다녀야 해서 점심때 올 테니 먼저 하고 있으란다. 떠나는 그를 멀리 눈으로 배웅해주며 주머니 속에서 에어팟을 찾으며 폰으로는 라디오를 켠다. 


'이제 시간과 공간의 방이다.'


역시 하루에 끝날 일이 아니었다. 쉬지 않고 죽어라 집중해서 타정 핀들을 제거했지만, 결국 마무리 짓지 못했다. 나는 직감했다. 다음날 나를 부르는 소리를... 현장이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 다음날도 나와주실 수 없냐며 제안을 받았다. 


훗.. 나란 남자 스카우트받는 남자라구.


손이.. 얼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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