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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Dec 10. 2019

#02. 잡부 1일 차

아.. 빡세다.

  뭘 하든 첫 인상이 제일 중요하니, 약속시간인 7시30분 보다 10분더 일찍 도착해서 초조한 마음을 숨기며 오늘 내가 필요하다 부른 님을 태연한척 기다린다. 전기일할때 습관대로 갈아입을 작업복과 안전화를 챙긴채 길거리에서 노래 들으며 기다리는데, 마침 전화가 울린다. 그가 온다.


잡부가 무엇을 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처음이라는 느낌은 '설렘'이라는 마법을 발휘하나보다. 현장으로 이동하는 1시간동안 인사하고 대화 나누다보니 어느덧 현장이다. 오늘 해야할 일은 현장에 비치되어 있는 폐기물들을 석고, 목재, 혼합 이렇게 구분하는 것. 그리고 현장내부에 있는 각재들을 옮기고 청소까지.


현장을 직접 운영할때는 폐기물을 구분하지 않고 1톤당 40만원 정도에 처리 했었는데, 색다르다. 정리하면서 물어보니 제주도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석고를 받아주는 곳이 제주도에 단 한곳만 남았고 혼합폐기물은 너무 가격이 비싸게 처리되기에 사람을 써서 정리하고 직접 가져다가 폐기하는게 월등히 싸다는 것. 분명 더 좋은 쉽고 편리한 방법이 있을 듯 하지만 나는 잡부니까 시키는대로 하자. 


일이.. 생각보다 빡세다. 내 몸이 아직 정상이 아니여서 힘든가? 아니면 지시 받은 일의 양이 많은걸까? 이유가 뭐지..? 아마도 안쉬고 열심히 일한 내 탓인가 보다. 기술자생활할때 일에 집중하면 쉬지 안혹 일하던 버릇이 그대로 나오니 잡부의 세계에서는 그저 몸만 힘들 뿐이다. 쉴때 쉬고 일할때 일하고 해야 하는데 말이다.


폐기물 모두 정리하고, 현장 청소까지 하고나니 다리에 힘이 풀린다. 시계를 보니 16시 30분. 시간 더럽게 안간다. 집에 보내줘..


녹초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은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기븐이 든다. 


"기필코 잡부왕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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