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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온 Dec 10. 2019

#05. 잡부 4일 차

노동강도

 현장 잡부라 함은 보통 현장 청소를 하는 것이 기본업무다. 공구를 사용하거나 철거를 하거나 하는 등 기타 기술을 요하는 작업을 할 때는 기본요금에서 일부 비용이 추가 청구되는 게 이 곳만의 룰이다. 이런 룰이 지켜지려면 일의 공급량이 잡부의 수요보다 많아야 가능하다. 그러나 요즘 전국의 건축경기는 역대 최악이라는 소리를 종종 듣고, 제주도의 상황은 육지보다 더 심한 상황이다. 그러니 일의 공급량이 잡부의 수요보다 월등히 적어져 버린 상황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일단 잡부로 나가서 시키는 거는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을.


잡부를 해야지만 생계가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요즘은 몸이 엄청 힘든 시기일 것이다. 잡부로 나가서 이것저것 시키는 모든 것을 해야 하니 말이다. 


같은 업체와의 4번째 잡부로의 만남은 서로 얼굴도 이제 익혔고, 현장도 편안해져서 눈치만 있다면 그리 힘들지 않게 일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타일이 배달 오면 어딘가로 순간 사라지는 기술을 활용하는 거다. 너무 자주 사라지면 다음에 안부를 수 있으니 눈치껏 한 두 번 정도 사용하면 몸이 편하다. 단점은 시간이 안 간다는 것.


잡부로 오가면서 현장관리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인테리어 회사 사장님께 전해 들어갔는지, 점심 먹으며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물어보는 대로 대답해 주며 '내 나이에 경력을 말하면 누가 믿으리...'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아무래도 현장이 여러 개가 돌아가다 보니 직원을 채용하시거나 프리랜서를 구하시는 모양이다.


어휴.. 잡부로 나오면서 책임이라는 것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일하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 아시려나 모르겠다. 


오전에는 현장 청소하며 주변정리하며 시간 보내고, 오후에는 새로 설치한 창 외부 실리콘을 제거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현장 공정이 도장, 타일공사라 딱히 청소할 게 있지도 않아 오전에는 시간이 정말 안 갔다. 그저 라디오 들으며 지금 시간이 얼마나 흘렀나를 온전히 느꼈다. 오후에 작업한 실리콘 제거 작업을 하면서 처음 실리콘 제거 도구를 사용해봤는데 신세계다. 실리콘을 벗겨내는 손맛이 일품이다. 


그렇지만 애당초 공정을 생각했다면 실리콘을 미리 시공해서 뜯는 일을 만들지 않았겠지... 


오늘도 알찬 잡부의 하루가 마무리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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