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가 아닌 다른 곳으로 출근한다. 아직은 인력사무소에 등록하지 않아 제주도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를 이용해서 일자리를 구했다. 장소는 함덕 스타벅스 뒤편에 위치한 이랜드 부지 휀스 공사하는 곳.
휀스 공사는 시공하는 걸 구경해본 적도 없다. 당연히 직접시공에 참여해본 적은 없으니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설렘을 가득 품고 머릿속에서 공정을 예측하며 아침 공기를 가르며 현장으로 나간다.
생각보다 넓은 부지를 휀스로 돌리는데 나를 부른 사람은 50대 부부뿐. 이 넓은 부지를 매일 작업자 한 명 불러서 4일간 작업하셨단다. 머릿속으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나 하는 생각 하며 이전에 부르던 사람은 왜 안 나오냐 물으니 통풍 환자라 못 나온다고 한다.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며 확신했다. '도망갔군'
일당이 10만 원이라 갈까 말까 고민하다 그래도 새로운 일이니까 배우자는 생각으로 나갔는데, 큰일이다. 지시받은 작업이 멘땅을 파는 거다. 게이트를 총 3개 만들려면 총 6개의 구멍을 파야 한다. W600 X L400 X H700 사이즈를 파야하는데 장비는 '삽', '뿌레카(파괴함마드릴)' 단 두 개다.
제주도 보통 인력사무소 시세가 13만 원이고, 직접 가면 11~12만 원이 기본 시세에 하는 일이 청소업무와 간단히 물건 옮기는 정도다. 무거운 물건이거나 양이 많으면 금액이 올라가는 게 기본인데, 하.. 땅 파는데 10만 원은 너무 하지 않나. ㅎㅎ
여하튼 지시받은 대로 열심히 땅을 팠다. 젠장.. 얼마 파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돌이다. 망했다.. 여긴 제주도니까.. 당연히 돌이 있는 건 당연한데.. 생각 못했다. 파내는 걸 보니 흑반 돌반이다. 돌은 대부분 현무암이고 간혹 가다 콘크리트를 매설해 놓은 덩어리들도 나온다. 막상 일을 하기 시작하면 꾀 안 부리고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버릇은 이날 내 온몸을 달달달달 부셔놓았다.
점심 먹고 잠시 일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날에는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니 박아 놓은 휀스 기둥 하부에 시멘트 타설을 해야 한다고 한다.
- 레미콘 부르실 거예요?
- 아니
- 그럼 어떻게 하실 거예요?
- 뭘 어떻게 하긴! 모래 시키고 시멘트 시켜서 개어서 하면 되지~
저 대화를 끝으로 다음날 안 나오리라 다짐했다. 일을 늦게 끝내야 하는 사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모래, 시멘트 받고 사람 시켜서 그걸 게어낸 후에 가서 부을 거면.. 그 돈이면 그냥 레미콘 한차 혹은 반차 부르는 게 안 힘들고 빠른데 도대체 왜..?
아마 다음날 나온 사람은 나오자마자 시멘트 열심히 게고 기둥에다가 부으며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아.. 잘못 걸렸다.'
6개 구멍을 모두 파고 검사받으니 오후 4시. 퇴근을 명 받았다. 현금받고 집에 오자마자 사우나로 직행.. 온몸이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지만 그래도 또 하루 배웠으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