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했던 잡부의 삶을 뒤로하고 드디어 조공의 세계로 들어섰다.
휴식기를 갖겠다 생각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던 그 당시 제주도가 가장 1순위 었던 이유는 이 곳에 한옥 대목장이신 '정ㅇㅇ 대목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같이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자주 찾아뵙고 이야기 나누면서 공부하고 싶었다. 제주 와서 자주 찾아뵈며 인사드렸더니 놀면 뭐하냐며 나와서 현장일을 배우라 한다. 대박사건. 당장 한옥을 배우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옆에서 지켜보며 일하는 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제주도 왔던 선택이 기가 막힌다.
보통 실내 인테리어만 하다 보면 한옥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못한다. 일단 자주 사용하지 않는 건축기법에 실내공간에 대입시키기에 한옥에 높은 이해도가 필요해서 쉬이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한옥을 공부하고 파고들면 들수록 그 작은 디테일과 자연과 일상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삶의 지혜를 알 수 있게 된다.
한옥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에 정리하여 브런치 책으로 다시 엮도록 해야겠다. 오늘은 목수 조공 이야기니.
어지 되었든 잡부를 더 이상 나가지 않고 목수 조공으로 나간다는 것은 보다 더 편하게 공사의 디테일들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정 목수님은 단순히 내장 목수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건축회사를 운영한다. 이는 다양한 공사들을 진행한다는 말이고, 공사의 모든 부분들을 현장에서 모두 배울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여건이라는 말이다. 현장에서 일할 때 오지게 혼나겠지만. 대목수 아래서 기술을 배울 수 있는데 그게 뭐 대수인가.
많은 기대를 안고 현장에 들어선 첫날. 내가 지시받은 업무는 현장 내부 집기 보양이다. 보양이란, 공사를 진행하며 발생하는 먼지나 충격으로 기존에 있는 것들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이다. 마스킹 테이프를 몇 개를 사용했나 모르겠지만, 보양작업이 완벽히 돼야 작업할 때 신경이 덜 쓰여서 속도가 난다.
나도 이런 현장은 처음이었는데, 벽체 누수로 인한 곰팡이가 발생한 가정집의 방 3곳의 벽체를 모두 털어내고 다시 방수작업을 진행하여 원상복구 시켜주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있던 살림살이들을 모두 보호해야 했다.
하루 종일 "보양 - 철거 - 우레탄하도" 작업을 하고 나니 시간이 어느덧 8시. 잡부로 일할 때는 시간이 그렇게 안 가더니 도낏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집중해서 열심히 일한다.
집에 와서 오늘 하루 일한 공사 일기를 적으며 배운 것들을 복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