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방수?
살아생전 방수를 배워고, 방수를 해봤다. 해보기 전에 방수라는 건 물을 잡는 것이기에 매우 어렵고 난해한 공정이었지만, 배우고 해 보면서 건축일은 뭐든지 원리만 잘 파악하고 원리원칙대로만 시공하면 문제없구나 싶다.
어제의 작업은 벽체의 마감 부분을 모두 철거해서 골조를 드러내게 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우레탄 하도 작업까지 작업했다. 8시까지 야근해서야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었는데, 고객의 입주일자가 정해져 있기에 어찌 보면 이런 공사들은 야근을 피할 수 없지 않나 싶다. 야근하면 돈이야 더 벌지만 피로가 몇 배는 더 축적돼서 하고 싶지는 않다. 막상 일 시작하면 욕심나서 맨날 야근하겠지.. 나란 놈이란.
오늘은 창틀사이의 및 벽체의 테두리 부분에 우레탄 실리콘으로 모두 밀봉해버렸다. 저 비싼 자재를 이렇게 아낌없이 쓰다니.. 원리 원칙을 실천한다는 것은 제대로 된 공사금액이 아니라면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임을 머릿속으로 되뇐다.
시공을 하면서 방수의 기본 개념이 생겼다. 한 번 시공으로 완벽한 방수는 불가하다는 것. 완벽한 방수를 하기 위해선 5번이 넘는 방수층을 만들고 서로 다른 재료를 잘 부착시키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이걸 독학하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투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지..
오늘은 벽 전체에 '이레이' 작업을 실시했다. 이레이는 방수 쟁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칠만표 방수제를 희석해서 사용하는 방수제다. 1988년에 개발되어 지금껏 널리 사용 중인 '이레이'는 겉모습은 시멘트물이지만 시공해 놓으면 강력한 접착력과 튼튼한 방수능력을 보여준다. 특히나 이 제품의 특징은 물은 막지만 공기는 투과된다는 점.
방 3 군대를 모두 2도 이상 칠하다 보니 어느덧 8시가 넘어간다. 시내에 볼일 보러 나왔던 아내가 들어가는 길에 같이 돌아가려고 현장으로 또르르 달려왔다. 최근 3년간 항상 떨어져 있어야 했기에 늘 미안했었는데, 오늘 집으로 같이 돌아가는 길에 '제주도로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