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났어요 불났어요 삐뽀 ~ 삐뽀 ~
그동안 몇 개의 현장을 진행하고 거쳐갔을까? 그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화재는 경험하지 못했었다. 운영하던 매장이 화재가 발생했던 경험은 있지만 말이다. 화재가 경험했던 이 후로는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면 귀신같이 알고 예민하다.
공사가 진행될 때는 공정에 맞춰 업체들이 투입되는데 보통 공정표를 구성할때 아주 세부적인 공정의 안전사항까지 고려해서 업체들의 투입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현장관리자가 각 공정 전반에 대해 모두 알지 못하는 것도 한 몫하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다. 공사현장에 방화수를 비치해 놓는 것을 시작으로, 소화기도 유형별로 갖추어져 있다. 소화기의 경우 한 번 구매해 놓으면 현장마다 매번 사용하면 되지만 대다수의 인테리어 업체들은 구비하지 않고 있다. 물론 현장에서 화재가 나는 일이 매우 드문일이기에 경험이 없는 것도 이유일 것.
오늘은 여러 공정이 한꺼번에 현장에 투입되던 날이다. '사춤', '자동문', '샷시', '전기' 공정이 모두 들어오니 정신없이 서로 일을 하던 중 칸막이로 안 보이는 곳에서 큰 소음이 난다.
천천히 일어나서 가보니 이럴 수가.. 우리가 방금 '폼'을 시공해 놓은 칸막이 뒤편에 자동문을 시공하기 위해 용접을 하는 순간 점화가 돼버렸다. 문제는 우레탄폼이 패널 안에 되어 있다는 것. 불이 순식간에 커지기 시작하는데 쉬이 꺼지지 않는다. 우레탄 폼과 스티로폼이 타기 시작하면서 유독 가스가 나온다. 다행히 간이수도가 있기에 급한 대로 물을 받아서 끼얹는데 그래도 꺼지지 않는다.
작업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우왕좌왕하며 어떤 작업자는 판넬을 발로 차며 부순다. 다행히 발로 차며 유격이 생긴 틈 사이로 물이 들어가기 시작하니 불이 꺼지기 시작한다.
판넬이 불에 얼마나 취약한 제품인지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혹여나 건물을 짓는다면 절대로 건축자재로 선택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외부에 시공된 징크판넬은 단열재가 그라스울이 들어가 있어 화재에 그나마 강하지만 문제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내부에서 타는 것을 제압이 불가능하다는 점.
현장이 워낙 작은 공사여서 인지, 공사를 진행하며 현장관리자가 상주하는 것을 보질 못했다. 아마도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현장관리자는 모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