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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달 Sep 04. 2022

미용실에서 소개팅을? (2/2)

사람을 볼 때 성별에 따라 기준은 다르다. 같은 사람을 봐도 외모부터 시작해서 가치관에 차이라던지, 공감의 능력이라던지 생각하는 것이 다를 것이다. 근데 디자이너 선생님은 나를 몇 번 보지 않았음에도 어떤 면에서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해서 소개를 시켜주려고 하는 걸까. 머리를 감겨주던 인턴분이 우리 이야기가 흥미로웠는지 나에게 물었다.


"고객님 소개받으시나 보네요?"

"어쩌다가 그렇게 됐네요, 하하."

"그래도 원장 선생님이 고객님을 정말 괜찮은 분이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원장 선생님이 보는 눈이 있거든요."


'음.. 그런가..?' 


머리를 감고 나와 자리에 앉았다. 디자이너 선생님은 자신의 휴대폰을 가져와 사진첩을 열더니 몇 장 사진을 보여줬다. 소개받을 여성분들에 사진이었다. 3~4명 사진을 보여주면서 나이를 말해주는데 29살부터 30살 중반까지 나보다 연상인 사람들뿐이었다. 참고로 나는 연상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진첩을 넘기던 원장 선생님은 이 중에서 괜찮은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다.


"이 분은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아, 이 분은 29살이라고 들었어요."


예전부터 내가 만약 연상의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딱 한 살 위까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연상을 선호하지 않는 나의 연애관은 복잡 미묘했지만 그래도 한 번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디자이너 선생님은 그 여성분과 연락해보겠다고 하고 연락이 되면 나한테 따로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미용실을 나오고 집으로 가는 길이 오랜만에 설렜다. 갑작스럽게 생긴 일이지만 좋은 일이지 않은가?


그 뒤로 나는 연락을 기다렸고 일주일 안에는 연락이 오겠지 싶었지만 한 달이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소개팅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뜬금없이 미용실에 전화해서 '저에게 소개해주려는 여성분과는 어떻게 되었나요?'라고 묻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소개해준다고 한 디자이너 선생님의 번호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시 미용실에 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머리를 정리할 때가 돼서 미용실을 방문했다. 나를 담당하는 디자이너 선생님은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소개녀에 관한 얘기를 해줬다.


자기 선에서 빠꾸(?)를 놓았다고 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 설명을 해줬다. 상황을 들어보니 소개받을 여성분은 잘생긴 남자만 만나고 싶어 하는 '얼빠'라고 말했다. 디자이너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 여성분의 얼굴을 봤는데 '잘생긴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외모는 아닌데?'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고객에게 이런 눈만 높은 사람을 소개해주기 싫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소개는 물 건너갔지만 선생님의 상황을 듣다 보니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됐다.


오랜만에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 설렜지만 끝맺음이 허무해서 쓸쓸한 것도 있다. 그래도 나와 맞지 않은 사람을 만나 쓸데없는 감정 소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언젠가는 다시 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날은 또 올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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