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되어 있던 두 사람이 함께 발을 내딛다
2017년 9월 9일. 이 날 나와 신랑은 결혼했다.
우리는 21살에 처음 만나 22살에 연애를 시작했고 30살에 결혼을 했다.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을 연인이라는 관계에 머물러 있다 이제야 부부라는 다음 단계로 발을 내디뎠다. 우리는 결이 좀 비슷했다. 가정환경은 달랐지만 이상하게도 두 가정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비슷했다. 우리는 마치 어릴 때 발이 묶여 자란 코끼리처럼 그곳을 벗어날 힘이 충분히 있음에도 그 자리만 맴도는 코끼리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 긴 시간을 함께 했음에도 그 흔한 여행 한번 간 적이 없었다. 데이트도 매일 비슷한 동네에 가는 카페마저 거의 매번 동일했다. 어떻게 그렇게 9년을 만났냐 하겠지만 우리는 그랬다. 우리는 관성에 약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잔잔한 우리의 관계에 먼저 돌을 던진 것은 나였다. 이상스럽게 서른이라는 숫자 앞에 마음이 초조해져 이러다 결혼을 못하는 건 아닌가 조바심이 들어 그를 재촉했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그는 그저 나를 잃을까 두려운 마음에 다음 단계인 결혼으로 함께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얼렁뚱땅 결혼을 했다.
연애뿐 아니라 우리는 삶 속에서도 정체되어 있었다. 그 좋은 20대에 홀로 떠나는 여행 한 번 간 적이 없었고 친구들과도 해외여행 한 번 간 적이 없었다. 그런 우리가 신혼여행에 대해서는 꽤나 큰 결심을 했다. 인생에 한번뿐인 신혼여행. 살면서 언제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모른다며 무려 14일의 여행 기간을 잡고 장소마저 유럽으로 정했다. 동네만 다니던 두 아이와 같은 어른이들에게는 꽤나 큰 모험이었다. 그나마 이런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작은 여행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상 호텔 예약 업무 이외에는 해본 적이 없었지만. 방문지로 우리는 런던과 바르셀로나를 골랐다. 각자 공평하게 맘에 드는 도시를 하나씩 골랐다. 짧은 일정으로 여러 도시를 다닐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여행이라기보다 그 곳에 사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한 도시에서 길게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결혼. 그리고 그 뒤에 바로 이어질 생의 첫 해외 자유 여행. 반쪽짜리 용기가 모여 결국 하나의 용기를 만들어낸걸까. 혼자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을, 겁쟁이 둘이서 서로의 손을 잡고 태어나 가장 먼 곳으로 자신들의 반경을 벗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