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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Oct 25. 2024

생각하나

마이너 같은 삶을 산다. 메이저를 꿈꾸지만 현실은 마이너에 가깝다. 글을 쓰고 타로를 공부하고. 돈 버는 일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분명 이 일로도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존재하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극소수다. 누구나 아는 그들의 빛나는 삶을 동경하면서 이 길을 가기도 하고, 그냥 내가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가기도 한다. 둘 다 힘들기는 마찬가지.


언제부터 세상이 정한 기준과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스물, 서른, 마흔 어느 것 하나 동일지점에 있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살다 보니 살아지는 것처럼 내 속도가 생기고 내 길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면서 나는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기도 하고 옆으로도 뒤로도 자유롭게 걷게 되었다.


무엇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을 내가 정해서 간다는 것에 온전히 내 삶의 주인 같다. 그에 상응하는 다양한 힘듦이 따른다. 생업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삶의 무게는 더 무겁고, 지금보다 더 나중에 나이 들어해도 된다는 주위의 조언을 듣고 있다 보면 나중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눈앞의 내 현실이 또 보인다. 지금은 나보다 주변의 가족들 더 챙겨야 할 시기라고. 청소년기의 아이들, 중년의 남편, 노년의 부모님.


지금 할 수 없다면 나중도 없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나중에 좀 더 있다가 시간을 더 주라는 말을 한다. 나도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당장 해주지 못할 때 못난 나를 위로하고 아이에게 실망을 덜 주려 나중에, 대신 기간을 정해둔다. 아빠 거래처 수금날에, 돌아오는 생일에, 크리스마스에.. 당장 갖지는 못하지만 가질 수 있다는 희망.


사람들은 희망을 좋아한다. 물론 나도 희망을 좋아하고. 지금 하루하루 열심히 내 일을 하다 보면 어느 날 그것들이 나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나타날 것 같은 희망. 돈이든 영향력이든 무엇인가로 나타날 것 같은 마음.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할까? 무엇을 더 해야 할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열심힌 것 같은데.. 가까이 없는 희망을 잡으려 더 치열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희망이라는 두 글자 지친 마음에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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