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맘대로 Apr 13. 2023

IT 영업은 처음이라 - (2) 영업사원의 정의


영업사원은 어떤 사람들인가

    영업사원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당신도 처음의 나와 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직장생활을 해봤으면 그래도 왕왕 영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었을 것이라서 조금 과격한 이미지는(?) 아니겠지만 왜 그렇지만 그런 것 있지 않나, 사회의 강력한 '을'같은 느낌. 아니면 인스타그램에서 외제차모는 건달들 같은(?) 느낌. 무언가 고객들에게 굽신굽신해야할 것 같고 항상 이미지 관리를 해야할 것 같은 고달픈 느낌이 든다.

    어쨌든 내가 커리어를 바꾼 사람으로써 이 업계와 영업을 하는 사람들을 유체이탈하는(?) 느낌으로 관찰한 바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마 이 직업을 선택하려고 하는, 혹은 알고자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도움이 될 만한 포인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영업사원은 무언가 고객에게 간과 쓸개를 모두 빼어다주는 '을'에 입장에 있는 불쌍한(?) 사람들일 것만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영업사원도 그 역량과 스타일이 다양하다. 영업사원들은 각자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 무기에 기반해서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나간다. 뒤에 다룰 이야기는 모든 영업사원들이라면 응당 조금씩은 갖춰야할 것이면서 조금씩은 더 잘하는, '엣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만 한가지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강조하고 싶은게 하나 있다. 영업사원들이 비록 여러가지 스타일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역량이 있다. 바로 '숫자'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목적의식이다. 외국계에서는 'Quota Carrying'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목표량을 리드한다는 것을 상기하기도 한다. 회사는 영업사원들에게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판매량이다. 그리고 영업사원들은 그 판매량을 목적한 시간 안에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여러가지 능력을 발휘한다.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 판매량을 달성하기 위해 비현실적으로 닥달당하는 영업사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혼자서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나 자료 조사없이도 변호를 해내는 변호사같은 극적인 요소일 뿐이다. 모든 목표치에는 적당한 시나리오가 있고, 모든 영업사원들에게는 자신만의 무기가 있다. 


1. 관계형 영업사원

    앞서서 영업사원들의 가장 큰 역량은 숫자를 달성하겠다는 목적의식에 있다고 했다. 거기에 '숫자=목적'이 된다. 관계형 영업사원들은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관계를 활용한다. 술마시고, 단란주점가고 하는 고루한 영업이 생각난다고? 뭐 엄청나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왜 오래전(?)부터 그런 영업이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당신이 혼수 가전을 산다고 생각해보자. 하이마트를 가던, 전자랜드를 가던, 백화점 가전매장을 가던,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가전제품들은 거의 동일하다. 만약 그랬을 때 당신의 구매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똑같은 제품이라면 가격일 것이고, 그 와중에 할인마저도 비슷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결국엔 당신에게 직원이 얼마나 친절하게 해주었는지, 가깝게 있는지, 믿음직한지, 판매 후에도 나를 잘 도와줄 것 같은지 같은 영업사원의 역할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 이런 관점에 있어서 고객과의 '좋은 관계'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준다. 

    관계형으로 능력이 뛰어난 영업사원들은 일반적으로 여러 경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빠르게 얻는 센스를 빠르게 취득하고는 한다.

1. 누가 주요한 의사결정자인가
2. 누가 우리에게 관심이 있는가
3. 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또 관계형으로 뛰어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정도가 높다. 남들에게 선물을 주거나 베푸는 것에 거리낌이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고객들이 쉽게 마음을 연다. 왜냐하면 '이 영업사원은 나에게 물건을 팔 마음이 없더라도 나에게 호감을 표시하는구나'하는 무의식적인 메시지를 받기 때문이다. 관계형으로 뛰어난 영업사원들은 이런 것들을 잘 하는 영업사원들이다.

    내가 아는 선배 중 25년 정도 영업을 했던 일종의 고인물(?) 선배A는 전형적인 관계형 영업사원이었다. A선배는 비록 시스템을 잘 다루거나 제안서를 잘 쓰지는 못하지만 엔지니어가 제품설명을 하는 동안 고객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다고 한다. 그리고 아주 근면성실하게 타겟(?)을 물어뜯는다. 물론 아직 젊은 내 입장에서 A선배의 영업스타일은 약간 올드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것이, A선배가 그렇게 술 값만 내주고 나오고 하는 영업을 수 개월 동안 하다보면 어느 순간 손에 고객사의 조직도와 주요 인사들의 연락처가 들려있다. 물론 그는 그를 도와줄 똑똑한 엔지니어 혹은 사업개발이 필요한 시니어이긴 하나, 이런 쪽으로의 그의 전문성에는 누가 그를 잘못되었다 하겠는가.


2. 인재형 영업사원

    우리가 무언가 제품을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편의점에 들어가 커피를 산다는 것은, 그것을 마시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매 활동은 B2B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기업이 무언가를 구매하는 것은 더 복잡하다. 내가 이 돈을 쓰기 위해 소명하고, 검토하고, 승인받고, 지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고객 대신 이런 구매 활동을 잘 도와줌으로써 숫자를 만들어내는 영업사원들도 존재한다. 나 역시도 이런 계열 영업사원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관계형 영업사원이 흔히말하는 찍새 혹은 Hunter 라면 인재형 영업사원은 딱새 혹은 Farmer 다. 하지만 뭐 요즘 그런게 어디있나, 혼자서 다 하는거지. 이런 인재형으로 능력이 뛰어난 영업사원들은 또 여러 영업 경험들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빠르게 얻는 방법을 찾아나간다.

1. 고객은 왜 우리 제품을 사는가
2. 시장내에서 우리 제품의 경쟁요소는 무엇인가
3. 구매과정에서 우리 제품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일전에 내가 모셨던 어떤 매니저께서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세일즈의 역할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치워두는 것" 이라고 인재형으로 엣지가 있는 영업사원들은 경험이 쌓일 수록 이런 역량이 빠르게 쌓인다. 예전에는 관계형 영업이 영업사원으로써의 주요 덕목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에 너무나 독점적이고 새로운 제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새롭고 파괴적이고 경쟁적인 제품이 너무나 빠르게 출시되고 있는 요즘, 인재형 영업사원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점점 부각되고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것은 사람들마다 강한점이 있는 특징이지만, 모든 영업사원들은 조금씩 경험을 쌓으면서 다른 역량들의 중요성을 깨닿고 조금씩 배워간다.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자신의 특성이 부족하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자. 


3. 전문가형 영업사원

    앞서 분류했던 내용이 Hunter와 Farmer 스타일의 전형적인 구분이었다면, 내가 느낀 그 틈바구니 속 보석같은 포지션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전문가형 영업사원이다. 이들은 주로 1) 고객사 출신이거나 2) 엔지니어 출신이거나 3) 해당 영역 영업을 오래했거나 셋 중 하나이다. 다만 3과 같은 케이스는 보통 여러 분야에서 통달했기 때문에 약간 논외이기는 하다.

    전문가형으로 뛰어난 영업사원들은 우선 자신이 맡은 고객 혹은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무척 높다. 그래서 위에서 인재형이 가진 Generalist의 느낌보다 더 Specialist 의 포지션을 가져간다. 영업사원으로써 그 업계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유리하다. 사실 컨설팅을 할 때도 고객사의 언어를 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 업계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떠한 프로젝트에 들어가서도 무시당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프로젝트를 하는 컨설턴트도 그럴진대, 물건을 팔러온 영업사원이면 오죽하겠는가?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유리한 점은 내가 파는 제품이 고객의 어떤 점에 도움이 되는지를 명확하게 안다는 점과, 고객에게 우선 해당 제품이나 영역에 있어서 전문가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의사나 변호사에게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에게 일말의 존중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이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형으로 뛰어난 영업사원은 비록 영업사원이지만 고객에게 그런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영업사원들은 같은 회사에서 계속 근무하는 고객들보다는 여러 회사들을 돌아다니며 여러 케이스를 접할 수 있으며 때로는 해외사례를 접한다거나, 특정 좋은 제품에 대해서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형으로 뛰어난 영업사원들은 기본적으로 다음같은 스타일을 지녔다.

1. 업계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2. 우리 회사의 제품을 업계의 애로사항에 접목할 수 있다.
3. 끊임없이 공부한다.

    전문가형으로 뛰어난 영업사원들은 그래서 기본적으로 고객에게 호감도가 높다. 이 점이 숫자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큰 역할을 만들어준다. 별다른 목적이 없이 고객을 찾아가도 그들은 인사이트있는 말 혹은 업계 근황을 고객에게 전달해주기 때문에 고객들도 그들과의 시간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능숙한 전문가형 영업사원은 우리 제품을 사야하는 당위성을 심어놓기 마련이다.

    


영업사원과 숫자

    앞서 영업사원과 숫자 캐리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꺼냈었다. 그럼 영업사원들과 숫자는 어떻게 움직이게 될까? 아마 뒤 시리즈에서 여러번 다른 각도로 후술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영업과 숫자는 뗄레야 뗄 수가 없으니까. 이번 시리즈는 영업사원 그 자체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정말 영업세계에서 '타겟'에 대한 이야기만 살짝 해보려고 한다.    

내 존경하는 매니저께서 그러셨다. "100%는 습관"이라고...

    일반적으로 영업사원들은 자신들의 연봉의 일부를 '베팅'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내가 계약을 하는 연봉의 일부는 Variable Salary로 하는 형태이다. 이것이 무엇이냐면 예를 들어 내가 연봉이 100이고, Variable 40%라는 계약서를 받았다고 한다면 내 연봉은 사실 60이고, 나머지 40은 내가 타겟을 달성한 만큼 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IT 영업사원들의 계약금액은 OTE (On Target Earning = 타겟을 모두 달성했을 때의 총 연봉)라고 부른다. 이렇듯 영업사원은 연봉부터가 이미 KPI다. 일반 회사원들 PS(Profit Sharing) 보너스로 연봉의 20%, 50% 받았다고 신문기사난 것을 본적이 있는가? 연봉의 40%씩을 항시 내놓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목표 매출량이 말그대로 내 KPI이고, 연봉의 일부이다보니, 영업부서에서 그것을 달성하는 것은 상당히 신성시 되고 거의 예술의 경지에 올라있다. 다만 내가 영업사원이 되고나서 생각보다 놀란점은 (아니 예측가능했었어야 했는데 라고 말해야하나) 이 직업도 역시 회사의 시스템 안에 있다는 것이다. 영업 활동이 마치 어떤 스타 영업사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그런 것같아 보이겠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회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성공과 실패가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의 튀는 성과도 일종의 리스크다.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영업들을 가르치고, 어떻게 고객을 관리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끊임없이 새로운 리드를 만들고, 매니저를 두어 개인의 실패를 방지한다. 그리고 개인이 포기하지 않을 수준의 목표를 부여한다. 물론 이 시스템이 온전하지 않은 회사도 분명있다. 하지만 업력이 되는 회사라면 반드시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영업사원이 되고자 하는데 뭔가 겁을 먹고 있다면 나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같은 샌님도 하고있지 않은가? 왠만한 일은 회사의 시스템이 도와줄 것이다. 물론 난관도 엄청나게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아니 숫자를 채우겠다는 마음이다. 영업사원은 그것 하나만 있으면 우선 절반은 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매니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100%를 하는 것도 습관"이라고 말이다. 영업을 하다보면 60%... 70%... 타겟이 차오르는 그런 재미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러다가 80~90%라는 어느정도 안정권 숫자가 되면 이제 조금 숨을 돌리게 된다. 근데 안정권이 되는 것으로 만족하는 세일즈가 있고, 무조건 100%를 향해 달리는 세일즈가 있다. 근데 나도 전투력이 부족해서 매니저에게 부른 숫자가 넘으면 만족하고는 했는데, 그럴때면 이번 분기는 100%가 되겠군! 예측해도 절대로 100%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상하게 그랬다. 그럴때면 뭔가 이 영업도 기합이 아닌가 싶다. 이런 말하니 좀 바보같기도 하고 꼰대같기도 한데, 잘하는 세일즈들은 꼭 그렇게 100%를 향해 달려가는 선배들이었다. 



다음은 영업사원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꼭 영업사원만 외국계 IT기업에서 일하라는 법이 있나? 같은 생태계에서 지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IT 영업은 처음이라 - (1) 외국계 IT회사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