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하는 이들은 제주에서 무엇을 할까? 그야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 홀로 다니는 여행이 익숙하지 않아 그런가 혼자 여행하는 이들을 보면 문득문득 궁금했다.
‘저 사람은 오늘 어디를 여행하며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어쨌거나 나의 이번 제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를 하나 꼽자면 바로 ’책방‘이다. 본래도 어디 여행을 가면 근처 책방 구경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치만 여행지에서 가까울 때 지나치지 않고 둘러보던 정도지, 여행의 주 목적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가고 싶은 책방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고, 책방 근처에서 둘러볼 수 있는 다른 장소를 찾아 여행하는 날이 여럿 있었다. 책방을 주 목적지로 삼아 여행하는 ’책방 유람‘이라고나 할까.
책방 유람을 하게 된 건 당연히 책에 관심이 많고 책방 구경이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몸을 사린(?)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사고가 얼마나 일어나겠냐만 여성 홀로 둘레길을 걷다가 실종되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봐온 데다, 제주에 와서는 가는 곳마다 사람을 찾는다는 현수막이 왜 그리 눈에 잘 띄던지. 그래서 인적 드문 제주 둘레길이나 오름 등을 여유롭게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것은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 때 하기로 미련 없이 미뤘다.
이유가 어쨌든 ’책방‘은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책을 보는 일만큼 개인적인 일도 없으니 말이다.
책 말고도 보고 즐길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 게다가 온라인 서점에서 핸드폰 터치 몇 번으로 책을 사면(그것도 더 싼 가격으로) 하루도 되지 않아 내 손안에 주문한 책이 들어오는 세상에서 오프라인 서점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내가 사는 곳만 해도 학교 다닐 때 두세 군데 있던 동네 책방들이 이제는 다 사라졌으니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즘은 각각의 특색을 지닌 독립서점이 지역마다 여럿 생겨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거다. 또 언제부턴가 책방이 마치 맛집 같은 ’핫플‘이 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 장소가 되었다. 물론 책방을 관광지처럼 둘러보며 잘 나온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게 목적인 듯 사진만 찍고 가는 이들도 더러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책방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종류의 출판물들을 접할 기회가 생기게 되고, 그들 중 누군가는 마음에 드는 새로운 책을 발견할 수도, 그 재미가 책에 대한 꾸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동네의 독립서점은 체인화된 대형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지점에서나 똑같은 베스트셀러가 진열되어 있고, 비슷비슷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표준화된 대형 서점과 달리 독립서점엔 책이 아주 많진 않아도 그 서점만의 감성과 특색이 있다. 만화를 비롯해 그림책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곳, ’이것이 과연 책인가?‘ 싶을 정도로 특이한 독립 출판물이 가득한 공간, 전문적인 예술 서적이나 인문 서적을 만날 수 있는 곳, 향긋한 커피가, 또는 음식이나 와인이 함께 있는 공간 등등 색깔 있는 책방들이 적지 않다.
이런 책방들 저마다의 재미가 쏠쏠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점은 흥미 있는 책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책방이다. 그게 무슨 당연한 소린가 싶겠지만, 같은 책이라고 해도 그 책들이 어떻게 조합되어 진열되어 있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너무나 크게 달라지기 떄문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책들이 어떤 주제로 연결되어 함께 진열돼 있을 때 느끼는 놀라움은 늘 기분 좋은 자극이 된다. 그런 곳에서 호기심에 이끌려 한 권 한 권 책을 집어 들어 보다 보면 ’혼자 여행하니 외롭고 심심하다‘는 마음은 무슨! 혼자라 책으로 더 깊이, 흥미진진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