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는 별들의 노래는 궤적이 되어 울려 퍼진다
나는 나름대로 좋은 음반들을 많이 들어보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알 수 없다. ‘좋은 음반이란 무엇인가?’ 나는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과는 그다지 관계없는 사람이다. 피아노를 조금, 간단한 관악기 몇 개를 조금 다룰 줄 알 뿐이며, 음반의 평가 기준은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좋은 애니메이션 음반’으로 한정한다면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대답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애니메이션 음반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명확하게 떠올리도록 만드는 음반임과 동시에 그 안에 내포된 주제를 음악의 선율만으로 재구축하는 음반일 것이다. 그러한 지론에 따라 나는 MyGO!!!!!의 정규 1집 <迷跡波>를 좋은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迷跡波>는 애니메이션에서 드러나는, 다섯 명의 소녀들이 헤매며 관계해가는 이야기를 집약하고 떠올리도록 한다. 동시에 <迷跡波>는 그 연장선상에서 ‘헤매면서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주제를 음악의 선율만으로 다시금 새로이 느껴보도록 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해낸 것은 내가 들어본 한 放課後ティータイム이 유일하다. 結束バンド도, トゲナシトゲアリ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소녀들은 헤매면서도 끝없이 나아가고자 하는가? 그 해답이야말로 헤매며 나아가는 과정의 발자취를 물결처럼 울려 퍼뜨리는 선율이 최종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주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 발걸음으로 <迷星叫>가 울리기 시작한다. <迷跡波>의 처음을 장식하는 <迷星叫>는 서곡이다. 타카마츠 토모리는 서곡을 울리며 우리는 헤매며 나아가겠노라고 외친다. 토모리에게 ‘외침=노래’라는 공식이 언제나 통용되어 왔음을 떠올려보면, 그녀의 외침은 선율이 되고 노래가 된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로 떠돌지만, 그렇다고 홀로 아름답게 빛나는 것 같지도 않지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오로지 나 자신이 되기 위하여, 우리가 우리로 있기 위하여 기꺼이 헤매고자 하는 노래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이전까지 어지러이 헤매던 관계들을 정리하고 이에 나아감의 의미를 부여하는 갈무리였지만, 음반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체하고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헤매던 소녀들이 한데 모이는 서곡으로 탄생하고 울려 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꺼이 들어주어야 한다. 헤매는(迷) 별들의(星) 노래를(叫).
헤매며 나아가는 다섯 소녀의 과정은 노래라는 발자취로 남는다. <壱雫空>는 이를 선언하기라도 하듯 서곡의 뒷문을 열고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그녀들의 선언은 지금까지의 발자취와 앞으로 남기게 될 발자취를 하나로 품은 채 알 수 없는 세상을 나아가겠노라고 다짐하며 외치는 행위이다. 지금까지 새긴 순간들과 앞으로 새기게 될 순간들, 그 모든 것은 쏟아지던 비가 그치면 한 방울로 떨어져 모이듯 기억으로 모여 우리의 마음속에 전부 깃들게 될 것이라고, 비는 그쳤지만 아직 마르지 않아 미끄러운 길처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일지라도 헤매며 나아가리라고 소녀들은 외친다. 이제 비는 그쳤다. 길은 아직 미끄럽지만 하늘은 푸르렀다. 그 순간을 달리며 함께 노래하는 소녀들이 있다. <碧天伴走>는 그 모습을 울린다. 누구에게나 아픈 상처가 있다. 상처에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런 너와 함께 하고 싶다고 외치며 손을 뻗는 사람만이 곁에 있을 뿐이다. 그 진심이 전해졌을 때 비는 그친다. 이제 소녀들은 푸른 하늘을 따라 달린다(走). 그 모습은 어느덧 울려 퍼진다(奏).
그리하여 헤매는 다섯 명의 소녀들은 각자에게 내재되어 있는 우울감과 불안감을 MyGO!!!!!라는 정체성으로서 하나로 만들고 노래해 나가기 시작한다. <影色舞>, <歌いましょう鳴らしましょう>, <潜在表明>은 그 모습을 노래하는 곡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소녀들의 합일 끝에 탄생한 MyGO!!!!!는 이제 알 수 없는 무의미함과 함께 닥쳐오는 우울마저도 잊어버리며 춤추고, 삶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불안과 기쁨, 그리고 추억이 선사하는 여러 감정들을 멜로디에 실어 부르는 것으로 자신들에게 있어 노래란 인생의 일부분이 되었음을 선언하며, 내가 나 자신으로 있는 것은 아프고 고독하지만 그마저도 과정인 것이라면 품고 외쳐보겠노라고 다짐한다. <音一会>는 그럴 수 있도록 용기를 준 모든 사람들을 향한 토모리의 감사가 담겼다. 자신과 같이 헤매고 있었음에도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와 주었던 사람들을 향한 감사, 그것은 MyGO!!!!!라는 지금 이 순간에 바치는 것이자 CRYCHIC이라는 지나간 추억에 바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소녀들은 추억을 저편에 남기고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클라이맥스는 찾아온다.
추억, 그것은 눈이 멀어버릴지도 모를 만큼 눈부시고 아름다운 과거의 순간이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봄날의 우리는 아름답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봄이 지나면 아름다웠던 순간 역시 지나가고 끝내 추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추억에 붙잡혀 바라보기만 할 뿐이라면 결국 눈은 멀어버리고 영원히 멈춰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결국 우리는 아름다웠던 추억을 때때로 떠올리고 우리를 기다릴 앞으로의 순간들을 기대하며 보이지 않는 앞을 향하여 헤매더라도 나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추억은 놓지 말아 달라고 청할 만큼 눈부시고 아름답지만 언젠가는 놓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해 보면 단편적인 시각이다. 끝내 떠나간 아름다운 시절을 때때로 회상하며 나아간 궤적은 그대로 새롭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덕분에 추억은 놓을 수밖에 없으면서도 놓을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 된다. 끝없이 놓아야만 하지만 그만큼 새롭게 쌓이고 이어지는 추억, 그것은 궤적으로 쌓여 영원히 놓이지 않으리라. <春日影>는 이를 깨달아가는 소녀들의 과정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클라이맥스의 서곡이다.
소녀들은 분열한다. 추억에 사로잡혀 멈춰버리고, 멈추지 않기 위하여 독단적으로 지속하고자 하나 뜻대로 되지 않으며, 이에 상처받아 떠나버리고, 그 모든 것의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른 끝에, 흥미를 잃고 떠나버린다. 목적지는 알 수 없어도 함께 헤매며 미소 짓던 소녀들은 이제 홀로 헤매며 침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 상처로 얼룩진 과거에도 아름다운 추억은 있었다. 이를 모두 딛고 새로 쌓아가는 추억의 과정을 다시금 상처로 끝내버릴 수는 없다. <詩超絆>는 그 바람을 선율에 담아 내지르는 곡이다. 우리의 길이 평행선이라고 해도 아픈 만큼 전해져 오기에 너를 떠날 수 없어. 풀고 싶지 않아, 계속 같이 있자. 노래하자, 우리가 될 수 있는 노래를 노래하자. 여기서 시작하는 거야, 다시 한번. 소녀들은 저마다의 과거에 얽매여 상처받아 흩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있는 미련에 토모리의 외침은 작용하여, 끝내 얽매임을(絆) 뛰어넘는(超) 노래(詩)가 울려 퍼지고 새로운 인연(絆)을 강하게 묶어낸다. 이제는 풀리지 않으리라. 인연은 소녀들의 외침이 울려 퍼질 때마다 메아리치며 되돌아올 테니까.
강하게 얽매인 인연으로부터 MyGO!!!!!는 진정 탄생했다.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그 사실은 선포되어야 한다. <迷路日々>가 울려 퍼지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소녀들은 헤매고 망설이면서 걷는다. 마치 미로와 같다. 어디에 서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함께 헤매는 나날이 계속된다. 하지만 괜찮다. 미아인 채로 꼬불꼬불한 길을 걷고 있지만 함께이기만 하다면 그것이야말로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표니까. 소녀들에게는 아직 외치지 않은 무수한 목소리가 남아있다. 이를 전부 외치기 위하여 함께 연주해야만 한다. 소녀들은 그 사실을 깨달아버리고 말았기에, 헤매더라도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MyGO!!!!!는 함께 헤맨다. 그 동력, 혹은 길잡이는 무엇일까? <無路矢>와 <名無声>는 이를 깨달아나가는 과정으로 울린다. 애니메이션에서 카나메 라나는 MyGO!!!!!의 탄생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합류한다. 이는 음반에서도 동일하다. 라나는 <無路矢>에서 토모리와 교신하듯 노래하며 합일한다. ‘우리는 같은 별에 있지만 나만이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동떨어져 있어. 하지만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면 그것은 교신이 되어 하나가 될 거야.’
이것이 바로 길잡이의 실마리이다. 교신(交信)이라는 한자어를 직역하면 사귀고 믿는다는 뜻이 된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믿는다는 행위에 집중하여야 한다. 미로 속에서도 굳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를 믿어야 한다. 그 깨달음으로 <無路矢>는 울렸다. 그렇다면 이제는 조금 더 깊은 곳에 있는 존재를 믿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名無声>는 그 전조이다. 마지막 트랙에서 최종적인 실마리의 존재를 확정짓기 전에 암시하는 곡인 것이다. <名無声>의 주인공은 ‘나’이다. ‘나’는 부족한 무언가를 추구하기보다는 나인 채로 살아가고 싶다. 그런 내가 찾아낸 오늘의 반짝이는 하늘을 누군가에게 살며시 전해주고 싶다. 그리하여 그 누구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비추며 끌어안고 싶다. ‘우리’를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토모리는 이를 ‘나’로 규정한다. 수많은 ‘나’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우리’는 미로 속을 함께 헤맨다. 그 안에는 믿음이 있다. ‘우리’를 믿으며 더 깊은 곳의 존재를 믿어내는 것이야말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로에서 헤매면서도 조금씩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길잡이이다. 이제 그 존재를 확정짓는 마지막 선율이 울릴 차례다.
노래가 끝나도 소녀들은 여전히 헤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끝이 없는 미로에서 헤매고 있더라도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지금까지의 외침을 통하여 소녀들은 이미 그 해답을 깨달았다. 서로를 믿은 끝에 그 깊은 곳에 존재하는 나 자신을 믿는 것, 그 어떤 모습의 나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것, 한 치 앞도 알지 못한 채 헤매고 있지만 이에 슬퍼하기보다는 나만이라도 나의 편으로 만들어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사랑해 보겠노라고 다짐하듯 외치면서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알 수 없는 미로 같은 인생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栞>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迷跡波>를 길잡이의 존재를 찾아 헤매는 과정을 선율 속에 담아내는 음반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미로를 헤매는 MyGO!!!!!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녀들은 미로를 나아갈 길잡이만을 손에 넣었을 뿐이고, 길은 아직도 이어져 있다. 아마도 그것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이란 미로 같은 것인데 어찌 끝날 수 있을까? 결국 헤매는(迷) 소녀들의 궤적만이(跡) 울려 퍼질(波)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