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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너구리 DHMO Sep 27. 2022

숙소에 짐 풀고 철도 패스 구하기

대만유람기 2019 (4) : [1일차-3]


타이베이에서 묵을 숙소로




  이번 여행에서 난생 처음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되었다.


  아내는 친구들과 여행을 다닐 때 가끔씩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곤 했었다. 반면 나는 중증도의 토요코인 죽돌이라 일본만 가면(사실 부산 갈 때도) 거의 토요코인을 썼고, 취직 후 일본 외의 나라에 갈 때에도 호텔 아니면 리조트에만 묵었기 때문에 사실 좀 걱정이 되었다. 경험도 없는 주제에 쓸데없이 겁만 많아서, '게스트하우스는 남이랑 같은 방에서 자야 하고 외지 사람들이랑 열심히 놀아야 하는 곳'이라는 대체 어디서 기어나왔는지 모를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탓이다. 반면 토요코인은 마! 어디를 가든 질이 일정하고! 값도 적절하고 조식도 주고! 을매나 좋노! 으이!


PPL 아닙니다(이미지는 구글링).


  이러던 촌놈이 토요코인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대만에 가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이전에 몇 번 뒤통수를 맞은 전력이 있는 아고다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예전에 아내가 친구들과 대만에 왔을 적에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가 새 지점을 냈는데, 그곳의 2인 독립실이 비었다고 했다. 아내가 무척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온 숙소였기 때문에 비교적 망설임 없이 예약할 수 있었다.



  중산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면 수월하게 숙소에 도착한다. 체크인을 하고 안내받은 방은 비교적 나쁘지 않았다.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으면서도 게스트하우스의 본 목적에 충실하게 어느 정도 개방된 형태였다.


방 앞에 앉아서 맥주 한 잔 하면 좋은 흔들의자. 비 올 때 분위기 죽인다.


방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중정이 눈에 들어온다. 아늑하고 깔끔한 분위기.


방 뒤에 키우고 있는 귀여운 풀때기들


  감사하게도 조식이 제공되는 시스템이었다. 아침 10시까지 1층에 있는 카운터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된다. 메뉴도 제법 다양하다. 재미있게도 우리가 체크아웃을 하는 수요일에는 식당이 문을 닫기 때문에, 걸어서 3분 정도 떨어진 조식전문 식당에 값을 달아 둘 테니 먹으라고 식권을 두 장 받았다. 이렇게 의도치 않게 대만식 조식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 개꿀이자너~



요런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면 된다.


  이 숙소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체크인할 때 며칠 묵을지는 상관없이 수건을 인당 한 장만 주고(!), 갈고 싶으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뭐 코인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으니까 별일 없겠지... 했는데, 그 후에 그런 후폭풍이 몰아칠지는 몰랐지... 




대만 철도 패스 교환하기


  우리 숙소가 좋은 점 중 또 하나는 지하철 역도 가깝고 기차역도 가깝다는 점이었다. 아내가 급하게 잡은 숙소라지만 어떻게 또 일이 잘 풀리려고 이렇게 좋은 위치에 숙소가 잡힐 줄이야.

  앞으로 8박 9일을 좀 더 편하게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일단 철도 패스가 필요하다. 이미 한국에 있을 적에 패스를 사 두었기 때문에, 인터넷 바우처를 타이베이 기차역에 가서 실물 패스로 교환하기만 하면 된다.


이 광경을 보고서야 대만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타이베이 기차역으로 가는 길.


와! 타이베이 기차역 가보셨구나!


정말 겁.나.큽.니.다.


  정말 뭔 역이 이렇게 큰지, 대만 사람들은 대륙에서 쫓겨난 설움을 이렇게 건물을 크게 지으면서 풀기라도 했는지 새삼 궁금해졌다. 서울역은 명함도 못 내밀고, 무슨 공항 정도는 갖다 대야 크기 비교가 그나마 될 법한 사이즈이다.

  관광객 안내 데스크라고 쓰여 있는 델 갔더니, 안내인인 것 같은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할머니가 앉아 있다가 막 중국어로 말을 거셨다. 못 알아듣는 티를 냈더니 대뜸 유창하기 짝이 없는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무슨 외국인한테 영어도 아니고 제일 먼저 꺼내는 언어가 일본어여. 

  아무튼간에 할머니께서는 친절하게 방향을 알려 주시긴 했는데, 영 긴가민가해서 결국 여러 번 다시 물어물어 교환 창구를 찾아갔다. 뚜껑을 열어 보니 결국 그 할머니가 알려 주신 방향이 맞긴 했다. 할머니... 못 미덥게 생각해서 죄송합니다....



  철도 패스 교환하는 얘기를 하기 전에, 일단 철도 패스에 대한 정보를 조금 얘기해 볼까 한다.


  대만의 도시간철도 관리는 크게 두 개의 주체에 의해 이루어진다. 일반철도는 대만철로관리국(Taiwan Railway Administration, TRA)이, 고속철도는 대만고속철도주식회사(Taiwan High Speed Rail, THSR)이 각각 담당한다. 따라서 패스를 살 때에는 일반구간만을 사용할 수 있는 패스인지, 아니면 고속철도를 묶어서 탈 수 있는 패스인지를 잘 알아보고 선택해야 한다.




가. 일반철도 전용 패스(TR Pass) : TRA 관리 노선만 탑승 가능, 고속철도(THSR) 탑승 불가

* 학생용은 5일권 599NTD, 7일권 799NTD, 10일권 1098NTD. 학생증 지참해야 구매 가능.




나. 고속철도 패스(THSR Pass) : 고속철도만 탑승 가능, 기본 자유석, 여유 시 좌석지정 가능


다. 고속철도/일반철도 범용 패스(THSR-TRA Pass)
  : 고속철도/일반철도 모두 탑승 가능, 고속철도 탑승일 선택가능, 기본 자유석, 여유 시 좌석지정 가능


  쯔창호自強號는 우리로 치면 새마을호다. 그러니까 5일 고속권과 5일 표준권의 차이는 새마을호까지 탑승이 가능하느냐, 아니면 무궁화호까지만 타고 다닐 수 있느냐다. 이 정보를 보고, 필요한 패스를 찾아서 구매하면 된다.


  우리는 둘째 날부터 기차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예정이어서, 2일차부터 적용되는 5일 표준 범용패스를 샀다. 다만 대만 현지에 가서 구매하기보다는 한국에서 미리 바우처를 구매해 두는 편이 값이 훨씬 저렴하다. 이건 고속철도 왕복/편도 티켓만 구입하려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클룩 같은 앱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면 한화 만 원 남짓 더 저렴한 가격에 바우처를 구매할 수 있으니 참조하시길. 우리도 클룩에서 먼저 2인용 패스와 가오슝-타오위안 간 고속철도 티켓을 구매해 두고, 타이베이 기차역에 가서 실물 패스로 교환했다.


  단, 패스 교환 시에 THSR이 포함된 패스 바우처는 반드시 THSR 패스 교환 창구로 가야 하고, TR-Pass만을 구매하였다면 대만철로관리국 패스 교환 창구로 가야 하니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대만철로관리국 창구 위치는 모르지만, THSR 패스 교환 창구는 타이베이역 1층 서편에 있다. 모르겠으면 직원 비슷하게 제복 차려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 준다. 여권을 꼭 지참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마시길.


  창구에 가서 "패스 바우처를 사 왔는데, 패스로 교환을 하고 싶다"는 의사 표현을 하면 직원이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차근차근 대응해 준다. 패스뿐만 아니라 고속철도 티켓 바우처도 똑같은 방식으로 교환 가능하다. 직원이 보통 영어를 잘 하니(최근 대만에는 제2공용어로 영어가 추가되었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발음이 좋다고는 하지 않았다


  특히, 고속철도를 타는 일정이 있는 경우, 직원이 "언제 어디서 어디로 가는 지정석을 끊을 건지" 물어본다. 창구 옆에 시간표가 붙어 있거니와, 직원에게 요청하면 종이로 된 시간표를 주므로 참조하면서 지정석을 요청하도록 하자. 지정석이 없더라도 자유석으로 탑승하면 되니, 지정석 자리가 없다고 너무 절망하지는 않아도 된다.


 유저이(가) 5일권 표준 범용패스을(를) 손에 넣었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쳐서 드디어 정식으로 THSR-TRA 범용 패스와 가오슝-타오위안 간 고속철도 티켓을 손에 넣었다. 지나고 보니 별 것 아니었지만, 새로운 나라에서 처음으로 무언가 성공적으로 해치우고 나니 긴장이 풀리면서 급격히 배가 고파졌다.


  자, 그럼 대만에 온 목적 중 하나를 당장 성취하러 떠나 보자.

  뭐긴 뭐야, 먹을 거 찾으러 가는 거지!



역명판빌런은 시먼딩으로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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