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국 마늘 Oct 15. 2023

헤드 헌터에게서 연락을 받다

영국 취업 도전기

한국에 가기 직전, 헤드헌터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AAT level 2 자격증으로 구직 활동을 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단기직인데, 아카데미라 내 경력을 봤을 때 잘 맞을 거라 했다. 예전에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해서 그렇게 얘기하는 듯했다. 영국의 아카데미는 사립학교 같은 느낌이다.

한국에서 돌아오는 데로 일할 수 있다고, 어필했다. 하지만 역시 기간이 맞지 않았나 보다.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돌아온 다음다음 날, 다시 같은 헤드헌터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내가 돌아오는 날을 기억했다 연락했음이 분명하다.

그 사이 AAT level 3 자격증을 획득했다. 시험을 모두 끝내고 마지막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생각보다 좋은 결과로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헤드헌터는 이 소식에 기뻐했다. 영국의 헤드헌터는 회사와 구직자 연결 성공 시, 구직자가 받는 월급의 일정 퍼센트를 보수로 받는다.

즉, 내가 받게 되는 월급이 많을수록 그들도 좋다. 내가 AAT level 3 자격증이 있다는 건, 더 높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전화받은 날, 바로 한 곳 인터뷰가 잡혔다. 이게 자격증의 힘인가.

거리는 운전해서 35분가량. 남편이 미리 같이 가보자고 했다. 내가 새로운 곳을 혼자 가게 되면, 여전히 내 운전이 걱정된다고 했다. 영국에서 운전한 지도 3년이 넘었는데.

운전해 가보니, 회사 근처 도로가 운전하기 영 좋지 않았다. 좁은 도로에 갓길 주차가 만연했다. 회사가 위치한 곳은 Industrial estate이었다. 소수의 공장들이 모여 있고 주변에 이렇다 할 부대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막상 곧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싶으니, 마음이 복잡하다. 그토록 일하고 싶어 자격증까지 땄는데 말이다.

곧 면접이다. 회계직으로 보는 첫 면접이라 기대 반, 긴장 반이다. 면접은 회사에서 나를 살피는 자리지만, 내가 그 회사를 가늠해 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회사가 나에게 맞는 곳일까.

싱숭생숭한 마음에 여기저기 이력서를 좀 더 넣었다. 그러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닥친 인터뷰에 집중해야지'.

마흔 넘어 새로운 직종에 도전하는 마음은 심란하다. 그것도 영국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드는 두려움을 잠재우기란, 쉽지가 않다.

작가의 이전글 영국에 오래 살아도 영국인 친구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