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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국 마늘 Oct 20. 2023

첫 면접에서 떨어지다

영국 취업 도전기

첫 면접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여러 질문에 대비해 갔는데 이렇다 할 질문이 없었던 것이다. 면접관은 두 명이었다. 직속 상사와 매니저. 매니저가 내 이름을 물었다. 


"지영이에요."

"어? 스펠링이랑 발음이 다르네."

"맞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 이름을 '자영'이라고 읽어요. 그럴 때마다 '지영'이라고 발음을 고쳐줘요."


*Jiyoung이라는 이름은 스펠링만 보면 '자영'이라고 발음하는 영국 사람들이 많다. 매니져는 내 이름 발음을 기억하기 위해 'Tiyoung'이라고 메모했다. 


매니저는 간단히 회사 상황을 설명한 후, 내가 맡게 될 직무에 대해 하나하나, 조목조목 알려 주었다. 얘기를 들으며, 언제 나에게 어떤 질문이 쏟아질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설명을 끝낸 매니저는 나에게 물었다. 


"혹시 질문 있어?"


이에 나는 근무 시간, 한 번에 쓸 수 있는 최대 휴가 기간, 직원 복지에 관해 물었다. 내 질문에 답변을 마친 매니저는 시크하게 말했다. 


"이제 우리끼리 의논을 좀 해봐야겠어. 와 줘서 고마워."


20분쯤 지났을 때였다. 조금 맥이 빠진 채로 일어섰다. 일을 바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겠다, 전망이 보이는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회사에서는 Purchase Ledger clerk 역할을 오랫동안 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나는 너무 빠른 진급을 원하는 듯 보인다고 했다. 헤드헌터인 루크가 조언을 했다. 


"누구나 지금 뽑는 자리에서 오랫동안 일해주기를 바라요. 커리어에 대해 포부를 갖는 건 좋지만, 지금 있는 자리에서 얼마 있지 않겠다는 인상을 주는 건 곤란해요."


맞는 말이었다. 나이가 있어 마음이 급한 건, 내 입장이었다. 고용하는 입장에서는 경력 없는 초년생에 불과했다. 주어지는 직무에 충실하기보다, 승진할 생각만 하는 것으로 비추어 좋을 게 없었다.


하루 만에 희망에 부풀었던 마음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구직 광고를 보고, 취업 자리를 저울질하면서 내 마음은 갈팡질팡했다. 막상 한 번 인터뷰를 보고 나니,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실감이 되었던 것이다. 다시 말단으로 들어가 일을 배운다고 생각하니 착잡해지는, 치기 어린 마음이기도 했다. 


다시 루크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 달짜리 임시직이 있는데, 한 번 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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