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기 직전, 헤드헌터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AAT level 2 자격증으로 구직 활동을 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단기직인데, 아카데미라 내 경력을 봤을 때 잘 맞을 거라 했다. 예전에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해서 그렇게 얘기하는 듯했다. 영국의 아카데미는 사립학교 같은 느낌이다.
한국에서 돌아오는 데로 일할 수 있다고, 어필했다. 하지만 역시 기간이 맞지 않았나 보다.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돌아온 다음다음 날, 다시 같은 헤드헌터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내가 돌아오는 날을 기억했다 연락했음이 분명하다.
그 사이 AAT level 3 자격증을 획득했다. 시험을 모두 끝내고 마지막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생각보다 좋은 결과로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헤드헌터는 이 소식에 기뻐했다. 영국의 헤드헌터는 회사와 구직자 연결 성공 시, 구직자가 받는 월급의 일정 퍼센트를 보수로 받는다.
즉, 내가 받게 되는 월급이 많을수록 그들도 좋다. 내가 AAT level 3 자격증이 있다는 건, 더 높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전화받은 날, 바로 한 곳 인터뷰가 잡혔다. 이게 자격증의 힘인가.
거리는 운전해서 35분가량. 남편이 미리 같이 가보자고 했다. 내가 새로운 곳을 혼자 가게 되면, 여전히 내 운전이 걱정된다고 했다. 영국에서 운전한 지도 3년이 넘었는데.
운전해 가보니, 회사 근처 도로가 운전하기 영 좋지 않았다. 좁은 도로에 갓길 주차가 만연했다. 회사가 위치한 곳은 Industrial estate이었다. 소수의 공장들이 모여 있고 주변에 이렇다 할 부대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막상 곧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싶으니, 마음이 복잡하다. 그토록 일하고 싶어 자격증까지 땄는데 말이다.
곧 면접이다. 회계직으로 보는 첫 면접이라 기대 반, 긴장 반이다. 면접은 회사에서 나를 살피는 자리지만, 내가 그 회사를 가늠해 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회사가 나에게 맞는 곳일까.
싱숭생숭한 마음에 여기저기 이력서를 좀 더 넣었다. 그러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닥친 인터뷰에 집중해야지'.
마흔 넘어 새로운 직종에 도전하는 마음은 심란하다. 그것도 영국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드는 두려움을 잠재우기란,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