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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국 마늘 Jan 02. 2024

영국에서의 지난 5년

다음 주 일 시작을 앞두고,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5년 전, 한국을 떠나 영국에 온 그 시점부터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었던 영국에서의 삶.


첫 1년은 신혼을 가지면서, 막연히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기를 기다렸다. 나이가 있었기에 조급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기다렸던 소식은 없었다.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구직을 시작하자마자 코로나가 터졌다.


난임이라는 생각지 못한 고통을 겪으며, 코로나를 보냈다. 코로나가 일상이 될 즈음, 다시 구직을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집에만 있던 생활은 내 자존감이 바닥을 치게 했다. 거기에 여러 번의 시험관 시술에도 이어진 실패가, 내 자존감을 더욱 패대기쳤다. 내가 무언갈 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직접 주변 카페나 음식점을 방문해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뭐라도 하자 싶어 이력서를 넣었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연락을 받았다.


8개월 정도, 그곳에서 일했다. 중간에 회계 공부를 시작했고, 2023년 새해가 되기 전에 그곳을 그만두었다.


나를 고용해 준 것에 감사했고,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10대, 20대 아이들과 일한다는 건 쉽지 않았고, 하루 6시간 일하고도 매일 녹초가 되곤 했다.


반면에 회계 공부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어렵지 않으니 공부가 재미있었다. 내가 공부한 AAT는 레벨당 보통 1년씩 공부하는데, 2년 분량을 1년 안에 끝낼 수 있었다.


자격증을 따고 난 뒤, 시작한 구직. 자격증이 생기자, 면접 기회들이 생기는 게 신기했다. 면접에서 떨어질 때마다, 의기소침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취업이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 뭐든지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일해 경력을 쌓자고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다 생각지 못하게 컬리지에서 2년 계약직 제안을 받았다.


영국에서의 내 삶에,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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