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더욱 유명한 올리브 키터리지는 명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원작 판권을 사서 직접 제작과 주연을 한 작품입니다.
정년 퇴직을 한 평범한 올리브의 노년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영화보다는 길고 그렇다고 일반 드라마 보다는 짧은 4부작인데 아들이 중학생에서 중년가까이 될 정도의 어머니로서의 시간과 정년에 임박한 상황에서 은퇴 후 정원 가꾸기에 몰입하며 시간을 보내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마음속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지만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남편 역시 일터인 약국에서 일하는 젊은 여직원을 아끼며 경계를 넘을 뻔 하지만 선을 넘지는 않습니다.
많이 이상한 올리브는 머리에서 생각한 것을 거르지 않고 그냥 표현하는 직설적인 사람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 까?를 늘 생각하며 자신의 이야기 보다는 남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자 애쓰지 않나 돌아봅니다. 무엇을 먹고 싶을 때도 ‘아무거나’라는 표현으로 그냥 평범하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올리브처럼 본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것도 노년이 되었을 때 후회 없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남의 눈치만 보다, 남이 시키는 것만 하다 늙어버린다면 너무 슬픈 일인 것 같습니다.
원작에는 생의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을 이야기합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해주는 것들이며 여기에도 늘 위험함과 눈에는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고 말합니다. 작은 기쁨은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여종업원을 말합니다. 작은 기쁨과 큰 기쁨도 있지만 정말 어려운 게 삶이라고 말합니다. 올리브는 행복에 있어서 큰 기쁨인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고 심지어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으로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인의 삶에 접어들면서 쉽지 않은 인생의 파도가 휘몰아칩니다. 외아들 클리스토퍼는 뉴욕의 의학박사 수전과 갑작스럽게 결혼하고 캘리포니아로 이사합니다. 올리브는 잘난척하는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귀고리와 신발 한 짝을 훔치는 작은 복수를 할 정도로 며느리를 못마땅해 합니다. 결혼 1년도 안된 어느 날 아들이 이혼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망해하던 중 이번에는 남편 헨리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결국 요양원에 가게 됩니다.
아들 크리스토퍼는 애가 둘 딸린 성격 좋은 여자와 재혼하고 아이의 임신소식에 올리브는 비행기를 타고 아들 부부가 있는 뉴욕으로 1주일 지낼 계획으로 찾아갑니다. 늘 그래 왔듯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1주일을 채우지 못한 채 다시 시골로 돌아온 올리브는 한층 더 늙어버린 자기를 보며 슬픔에 빠집니다(아이스크림을 먹은 저녁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고 자신의 옷에 묻은 커다란 아이스크림 자국에 할망구가 된 것을 실감하며 너무 좌절합니다).
돌아와 보니 남편은 요양원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은 상태였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요양원 직원에게 쏟아냅니다. 아.. 이제 남은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는 할머니 올리브는 키우던 늙은 개마저 죽자 자살을 결심하지만 아이들이 노는 뒷산에서 험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번쩍 정신이 들고 다시 자신의 삶을 추수릅니다. 이웃에 자신과 닮은 할아버지를 만나 외식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가운데 외로움이 너무 깊어 그 할아버지의 품에 기대어 아직은 세상을 등지고 싶지 않다는 삶의 간절함을 이야기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인생이라는 큰 바다에서 삶이 선물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며 하루하루의 지나치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장 먼저 일터에서 내몰리고 품 안에 아들도 멀어지고 함께한 남편과 키우던 개마저 떠나보내야 하는 삶의 잔인한 여정에서 올리브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도 떠나고 싶지 않은 간절함을 담아내는 올리브의 삶을 보면서 이게 소설과 드라마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늦었다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는 그리고 아등바등 그리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