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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페디엠 Sep 28. 2020

식코

오늘의 미국 의료 모습이 우리의 내일이 되지 않기를..

  

 

   식코의 첫 장면은 미국의 참담한 의료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잘린 손가락 두 개를 놓고 수술비가 싼 손가락 하나만 선택하고 하나는 버려야 하는 비참한 장면과 찢어진 무릎을 자기 스스로 꿰매어야 하는 현실로 시작합니다.   

 

  

  성실하게 살았던 노부부는 각각 암과 심장병에 걸려 병원비와 약값으로 집도 잃고 파산에 직면하여 결혼한 딸 집 창고에 살게 되는 장면,  79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약값을 벌기 위해 마트에서 청소부로 힘겹게 일하는 노인의 참담한 삶,  보험회사의 진료비 지불 거부로 죽은 암환자 가족,  병원비를 못 낸다고 길가에 쓰레기 던지듯 버려지는 중환자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선진국 미국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충격적이고 어처구니없는 모습입니다.  

보험 회사로부터 받는 엄청난 정치후원금

   두통으로 병원을 간 젊은 여성은 뇌종양에 걸린 것을 알게 되어 보험금 지급을 보험회사에 요청합니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그녀가 오래전 단순한 피부병으로 치료받았다는 것을 찾아내어 약관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합니다. 참고로 약관에 명시되어 있는 병의 명칭은 무지막지하게 길고 많습니다. 이건 아예 보험금을 주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보험회사와 연결되어 있는 의사는 엄청난 보너스를 받습니다. 의료보험회사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급여를 받는 의사들은 모두 보험금 지급을 잘 거부하는 의사들입니다. 보험금 지급을 합법적으로 거절하여 보험회사에 막대한 이득을 준 보상으로 보너스를 받고 있습니다. 의료보험회사는 병을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병 치료를 거부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됩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의료시스템이 이 정도이니 더 정말일까? 아니면 다른 모습일까? 마이클 무어 감독은 직접 캐나다, 영국, 프랑스 심지어 쿠바에까지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합니다.

영국과 프랑스의 의료시스템 관찰

   캐나다에서는 다섯 손가락을 다친 사람도 무료로 봉합수술을 받고 영국에서는 놀러 간 미국 관광객이 팔을 다쳐서 입원해도 무료로 치료해줍니다. 프랑스에서는 뇌종양에 걸려도 무료로 수술을 받고 심지어 3개월간의 유급 휴가도 누립니다. 쿠바에서는 미국에서 120달러 하는 천식 치료제가 단돈 5 센트면 살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여행을 온 한 노인은 골프를 치던중 팔을 지탱하는 힘줄이 흩어져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으니 2만 4천 불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다친 상태로 캐나다로 돌아와 수술을 받았다고 말하며 '0'원, 한 푼도 내지 않고 수술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본인도 이렇게 세금으로 혜택을 받았고 다른 사람이 아프면 본인이 내는 세금으로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자신은 심지어 보수당인데, 의료보장에 있어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캐나다는 총리였던 '토미 더글라스'덕이라고 말합니다. 그 사람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합니다. 토미 더글라스(Tommy Dougls,1904~1986)는 우리가 잘 아는 미드 스타(24시) 키퍼 서덜랜드의 할아버지입니다. 2004년 CBC 설문조사로 선정된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으로 뽑힌 토미 더글라스는 캐나다의 공공의료체제를 도입하는데 기여한 결정적인 인물입니다. 1944년 그는 서스캐처원 주의 수상이 되어 무상의료 서비스를 도입하였습니다. 그 후 1964년 대법원에서 서스캐처원 주의 공중 의료정책을 캐나다 전체로 확대할 것을 권장하여 1966년부터 전 국민의 무상의료가 실현되었습니다. 그분의 명연설 마우스랜드(Mouseland)는 [생쥐나 사람은 감옥에 가둘 수는 있지만 그 생각만은 잡아넣을 수 없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로 마무리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F6tX3cZXqc)


  무어 감독은 영국에서 토니 벤(전 노동당 의원)과 인터뷰합니다. 토니 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주의와 함께 무상의료가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우편, 교육, 도서관, 소방, 경찰과 같이 공공을 위한 시스템을 국가에서 책임지듯 의료도 국가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말합니다. 영국 국가 의료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 )는 ‘모든 국민은 지불능력에 상관없이 의료 욕구에 따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다’라는 설립 원칙 아래 합법적인 거주자는 안과, 치과진료, 처방약,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여행자에게도 응급의료나 감염병 치료는 무상으로 제공됩니다(영화에서는 미국에서 영국으로 놀러 온 여행자가 팔이 부러졌는데 무상으로 치료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암환자였던 프랑스인과의 인터뷰

  프랑스 사례로 프랑스 국정의 한 남자는 젊은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13년이나 살았는데 갑자기 종양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보험이 없는 상태로는 치료를 받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프랑스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3개월간 의 항암치료를 무상으로 받고 3개월간의 유급휴가를 보장받았다고 합니다. 그 시간 동안 남프랑스에서 요양을 했다고 합니다. 보험료가 우선이 아닌 환자가 우선이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마이클 무어 감독의 이야기로 정리됩니다. 의료 민영화 이야기가 회자되는 우리의 현실 앞에 무어 감독의 이야기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모두 한배를 타고 있습니다. 아무리 서로 다르다고 해도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것입니다. 어디든 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뜻이 달라도 서로 돌봐주며 사는 게 이치죠. 남의 좋은 아이디어는 따라잡게 돼 있고 더 좋은 차가 나오면 그 차를 타고 더 좋은 와인이 있으면 그 와인을 마십니다. 환자를 위하는 더 좋은 제도가 있고 아이들 교육과 육아에 더 좋은 방법이 있고 서로에게 더 잘할 수 있는데 우린 뭐가 잘못돼서 그렇게 못하는 걸까요? 그들은 나가 아닌 우리 속에 살아갑니다. 그 기본을 못 갖추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죠. 힘을 가진 자들은 변화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들은 미국인들이 서구에서 유일하게 무료 의료혜택이 없이 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의료비와 학비 융자금과 육아문제처럼 우릴 억누르는 모든 것에서 해방되는 날 조심들 하시길 바랍니다. 미국은 새롭게 태어날 테니까요.’      


   얼마 전 코로나 19로 어려운 상황에서 17세 한인(황군)이 코로나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이 터졌습니다. 렉스 패리스 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 시장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황군이 한 응급치료시설에 갔으나 이 소년이 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해주지 않았다고 폭로하면서 알려진 이 사건을 통해 한 나라의 잘못된 의료시스템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목격하게 합니다.   


  최저층을 어떻게 대우하는지를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다고 말하듯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을 가장 잘 대우하는 사회야 말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일 것입니다.  한 나라의 복지제도가 잘못 결정되고 그것이 고착화되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한 어느 나라는 한 정치인의 신념이 제도로 반영되고 국민 전체가 혜택을 보는 것도 보았습니다.

‘우리’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사진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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