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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페디엠 Aug 31. 2020

에린 브로코비치 이야기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 이야기

 

   3명의 어린 자녀의 싱글맘인 에린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그러던 중 교통사고가 나자 소송을 하게 되고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재판에서 상대 변호사가 치밀하게 준비한 덧에 빠져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말실수(욕지거리?)를 하자.. 결국 재판에서 지게 되었습니다. 이래서 미국에서는 변호사들이 욕을 많이 먹는 것 같습니다. 너무도 어려운 형편에 극한 상황에 몰리자 자신의 교통사고 변호사인 에드를 찾아가 아무 잡무라도 시켜달라며 애원하여 그래도 인간적인 에드는 에린이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줍니다.


   변변히 교육도 받지 못한 여자가 스스로의 힘으로 일구어낸 첫 승리의 모습입니다.

  서류를 정리하던 에린이 부동산 관련 문서에 의학기록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좀 더 알아보고자 보스인 에드에게서 얼렁뚱땅 허락을 받습니다. PG&G(pacific Gas % Electric)는 북부 아메리카 전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공룡기업입니다. 천연가스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내리기 위해 냉각수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냉각장치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부식방지제를 3가 크롬을 사용했어야 하는데 비용이 저렴한 6가 크롬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PG&G는 유해성을 알면서도 6가 크롬이 포함된 물을 방류해서 주민들을 병들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하나도 모르는 에린은 의학적인 기록이 포함된 내용에 의심을 품고 부동산 업무를 의뢰한 가정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좀 더 알아보기 위해 해당 물질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법한 대학 교수를 찾아갑니다. 대학교수는 6가 크롬의 심각한 독성을 알려줍니다. 또한 수도국에 가면 그 증거도 확보할 수 있다는 말도 해줍니다. 지역 수도국에도 찾아간 에린은 밤늦도록 문서를 뒤져 귀중한 증거도 찾아내는 쾌거를 거둡니다.


  여기가 에린에게 놀란 두 번째 모습입니다.

  누구나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다 약간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상사에게 물어보고 상사는 대충 이야기를 하고 어물쩍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의 직장인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나 에린은 자신이 궁금한 것을 그냥 넘기지 않고 끝까지 알아내는 열정을 보입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그 당사자를 찾아가고 그다음에 전문가를 찾아가고 심지어 전문가가 제시한 방법을 실천한 것입니다.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직장인으로서는 에린과 같은 열정의 화신을 주위에서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아마 에린도 일이 너무 절실했는데 일할 수 있게 되어 본인의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6가 크롬의 독성과 오염된 물이 결국 주민들을 병들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에린은 보스에게 소송을 하자고 밀어붙입니다. 보스는 산전수전 다 겪은 본인의 경험상 막강한 대기업을 상대로 이길 승산이 거의 없다는 것에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어느 정도 타협하는 선에서 정리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에린은 이에 굴하지 않습니다. 에린에게 놀란 세 번째 장면입니다. 에린은 보스도 설득해냅니다. 거대기업의 막강한 변호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하게 됩니다.


  에린의 인생에 있어서 찬란한 한 장면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편견을 가지고 에린을 바라보던 지역 주민들을 만나서 직접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듣고 설득해나가기 시작합니다. 대기업의 권력과 횡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진실과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함을 보여줍니다. 에린은 PG&G 공장 근처에 우물과 같은 곳에 들어 시료를 채취하기도 하고 죽은 개구리를 손가락으로 건져내는 등 몸을 사리지 않고 증거를 확보합니다. 이러한 열정적인 모습에 주민들도 마음을 열고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서명에 사인합니다.

  매일매일 야근과 소송 업무에만 몰두하는 에린은 옆집 훈남과의 연애도 종지부를 찍습니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온 에린을 기다린 훈남은 나를 선택하든지 일을 선택하든지 하라고 마지막 경고장을 날립니다. 에린은 “내 평생 처음으로 사람들 존경을 얻었어”라고 말하며 자신이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존중감”을 이야기합니다. 마을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훈남의 사랑을 받으며 집안에서 있기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합니다.


  인간은 모두 ‘존중’ 받고 싶어 합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거나 똑똑하거나 다소 멍청하거나 누구나 존중받고 싶어 합니다. 존중과 존경 이러한 표현보다 더 적절한 표현으로 인간은 누구나 관심받기를 갈망합니다. 에린은 어떻게 보면 매우 바람직한 방법으로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어떤 이는 많은 재산을 과시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권력으로, 외모로... 무수히 많은 방법으로 관심을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인간으로서 다른 이를 돕는 것을 통해 관심을 얻을 수 있다면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는 너무 큰 대기업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보다 큰 로펌을 파트너로 정하여 함께 이 소송을 준비합니다. 파트너 로펌의 머리로는 매우 똑똑한 변호사가 에린이 아픈 틈을 타서 지역주민들을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농부의 축사에 들어가기를 꺼려하고 암에 걸려 힘겨워하는 집에 가서 아이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자 ‘그런 감상적인 이야기는 삼가 주면 고맙겠어요’ 라면서 찬물을 끼언습니다. 화난 아이의 아버지는 에린에게 다시는 그런 사람과 이야기하기 싫다고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역시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구나.. 아무리 공부 잘하고 똑똑해도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공감하며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에린 브로코비치 이 영화는 우리가 얼마나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있는지 알게 합니다. 두 번의 이혼을 거친 세 아이의 싱글맘에 대한 편견입니다. 만약 에린이 변호사 에드를 직접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결코 일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보이는 그 사람의 스펙이 다가 아니고 그 내면에 있는 열정과 능력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누가 보아도 별 볼 일 없는 한 남자가 에린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우리 모두는 그 사람이 범죄자나 대기업에서 보낸 나쁜 사람일 것이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놀라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에린을 해코지할 것은 그 사람은 자신의 친척이 PG&G에서 일하다 6가 크롬으로 죽었다고 말하며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합니다. 점점 다른 사람을 신뢰하기 어려워지는 시대에서 참 어려운 딜레마입니다. 그러나 차이의 존중(Dignity of Dkfference, 조너선 색스)이라는 책 제목처럼 다른 사람을 틀린 존재가 아닌 다른 존재로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영화 처음 식당에서 서빙을 보던 실제 에린 브로코비치의 모습과 줄리아 로버츠 뒤에서 신문을 보며 식사를 하는 변호사 에드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하는 이 영화는 전형적인 미국판 해피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배상금으로 3억 3백만 달러(한화 약 4천억 원)이라는 어마 어마한 액수를 받아내고 에린도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습니다. 그러나 실제 인물이 등장할 정도로 멋진 성공스토리를 담고 있는 에린 브로코비치를 그저 즐겁게만 볼 수 없는 것은 650명이 소송에 서명을 했다는 사실, 즉 피해자가 어마 어마하게 많았다는 것과 PG&G에서 기술직으로 일하다 내장이 다 녹아 죽었다는 이야기, 암에 걸려 고생하는 아이의 모습을 성공스토리 만으로 그냥 넘길 수는 없습니다. 어마 어마한 금액으로 이겼다는 것도 인간의 생명과는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의 생명이 돈으로 환산되는 무시 무시한 논리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 사진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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