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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May 04. 2021

거대한 스케일 속 흔들린 세계관 [엑스맨 아포칼립스]

정리되지 않은 신세계의 스토리


전편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에서 깔끔하게 정리한 두 세계관의 엑스맨 시리즈. 어지러워진 세계를 잘 정리했으니 이제 새로운 캐릭터를 대거 등장시킬 때다. 이제 우리가 기억하는 '스캇, 스톰, 나이트 크롤러, 진 그레이' 등의 활약을 만나볼 시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시리즈 중 가장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뮤턴트들의 능력을 너무 빨리 보여주고 싶었던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급작스러운 설정과 굳건히 정리된 이야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 는 어땠을까.



STORY

엄청난 능력을 고대를 손아귀에 넣었던 뮤턴트 '엔 사바 누르 (아포칼립스)' 는 능력을 두려워한 인간들에 의해 오랜 시간을 잠들어 있었고. 일부 사이비 종교에 의해 부활하게 된다, 어느 부하도 없이 혼자서. 당시 현장 조사 중이던 CIA 요원 '모이라' 는 이 사실을 긴급히 보고. 부활한 '아포칼립스' 는 잠들어 있던 시기의 인류의 역사를 익히고, 세상을 재창조하기 위해 새로운 부하들을 찾아 계획에 나선다.


한편 '찰스 자비에 영재학교' 는 꿈이 가득한 학생들과 함께 잘 운영 되는 중이었고, 새로운 능력을 가진 이들은 차례차례 입학한다. 그러나 10여년을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다 자신을 노리는 주민들의 습격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어버린 '에릭 (매그니토)' 은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그의 능력과 분노를 감지한 '아포칼립스' 는 그에게 접근하는데..


엑스맨 시리즈 중 가장 방대한 스케일

정말 많은 돈을 들였나 보다. 오프닝의 고대 피라미드 시퀀스에서부터 한 눈에 들어온다. 이미 인간과 평화 협정을 맺은 <아포칼립스> 의 세계관은 더 이상 자신들의 정체성을 거부하는 세계와의 싸움을 다루지 않는다. 이젠 똑같은 뮤턴트들의 능력 배틀로 이어진다. 액션 영화 팬들이라면 계속해서 상대의 능력을 두려워하여 이를 철학적으로 무겁게 풀어가는 이야기보다는 화끈한 능력을 원할 것이다.


<엑스맨 아포칼립스> 는 세계를 파괴하려는 거대한 능력자와 그에 맞서는 뮤턴트들의 능력 배틀이 주된 요소이며, 그렇기에 화려한 효과와 액션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세계를 재창조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끌어당기는 스케일은 물론 각자의 특기를 활용한 액션 동선은 지금껏 봤던 시리즈 중 최강이다.


인간 사회를 끌어들이지 않고 오로지 뮤턴트만이 이해할 법한 주제로 싸우는 이야기는 액션 장르 자체로 나름 괜찮다. 그렇다고 엑스맨 고유의 주제를 버리진 않았다. 능력을 활용해 전 세계의 핵 무기를 발사시키고 그간 인류가 이룩해 온 문명을 재창조하겠다는 아포칼립스의 메시지는 피에 얼룩진 문명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고, 모두가 한 명의 절대 권력자에게 무릎 꿇은채 통일된 이상 세계를 살아가야 한다는 경고.


작품 속에서 인간들의 변명은 없다. 그들은 오로지 피해자일 뿐. 모든 문제는 뮤턴트가 일으켰으며 이를 막을 수 있는것 또한 그들 뿐이기에 철저히 뮤턴트의 이야기로 가득 찬 <아포칼립스> 는 액션 영화로 합격이다.



조급했던가.. 흔들린 기초 세계관

작품의 주요 이야기는 두 가지다. 세계를 재창조하려는 아포칼립스의 어두움과 이제 막 마음이 맞는 초보 능력자들의 등장. 한 쪽은 무겁고 한 쪽은 어중간한 무게를 보유하고 있다. 이야기의 균형이 잘 어우러지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우선 최대 능력자 아포칼립스는 끝판왕이다. 대체 누가 그를 이기겠는가. 그의 이상은 이해는 가지만 현재 엑스맨 중에는 그를 대적할 자는 없다. 애초에 이렇게 이기기 힘든 상대를 결국 동료애라는 진부한 클리쉐로 이기는건 좋지만, 이제 막 입학한 초보 뮤턴트 예를 들어 '스캇, 나이트 크롤러' 나 이미 학교 생활 중이었으나 우리는 전혀 소개 받아본적이 없는 '진 그레이' 의 능력 등 아마추어들을 곧장 전투에 끌고가는 설정이 뭔가 어색했다.

이미 초반부부터 찰스는 진 그레이의 능력을 안정시키려 노력한다. 과거 엑스맨에서도 진 그레이의 급작스런 능력 발현이 결국 3편의 망작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리뷰한 적이 있는데, 이 또한 같은 이유로 4편 <다크 피닉스> 의 실패로 갔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진 그레이' 는 중요한 캐릭터이넫, 언제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 캐릭터를 막판에 중요 열쇠로 앉혀놓고는 다음 작품에선 발을 빼버려 캐릭터의 애매모호함을 유발한다.


기존 엑스맨들은 어떠한가. 홀로 밖에서 싸워왔던 '미스틱' 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평온한 생활 속에 능력적으로 강화된 모습은 보기 힘들다. 이렇듯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이들이 최대 능력자와 싸우게 하는 설정은 차라리 4,5편 정도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한다. 결국 마지막 '다크 피닉스' 의 능력으로 마무리 지으며, 4편 떡밥은 던졌지만 억지로 이겼다는 느낌이 강하다.

'에릭 (매그니토)' 의 변화 또한 깊지는 못 했다. 평범한 인간으로 살며 그들을 이해하려 했던 그의 노력과 비극은 너무나 가슴 아프다. 그러나 굳건히 지켜온 믿음을 파괴에 활용한 후, 몇 마디 대사와 과거 동료들의 활약에 마음을 돌려 싸운다는게 그의 심경 변화를 너무 소홀하게 다룬건 아닌가 한다. 게다가 10년을 도주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와서 그의 도움으로 악을 막을 수 있었다는 공식 보도. 이건 찰스의 능력 때문이었나.


그렇게 극적인 재조합은 아니었기에 마지막 찰스와의 이별 장면 또한 과거와 달리 감동은 줄었으며, 아무리 과거 장면을 많이 넣었어도 이 모든 상황을 쉽게 마무리 하려는 전개는 아쉽다. 액션에 너무 많은 힘을 써버려서인지 이야기의 밀도는 흐지부지 해졌다는게 결론이다.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 의 명장면은 오프닝 크레딧이 아닐까 한다. 기다란 관을 지나가며 그간 인류가 만든 주요 역사들의 아이템을 보여주는 연출은 마치 아포칼립스가 역사를 공부하듯, 작품의 메인 요소를 간략하면서 임팩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단점을 길게 쓴 거 같지만 그럼에도 아포칼립스는 꽤 괜찮은 작품이다. 그러나 4편은..


거대한 스케일 속 흔들린 세계관 (★★★☆)

거대한 스케일 속 흔들린 세계관 ㄹ

거대한 스케일 속 흔들린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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