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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May 27. 2021

비주얼과 사운드로 띄워주는 악녀의 탄생 - 크루엘라

외형은 강한데 내형은 약하다

작품은 알지만 실제로 다 본 사람은 별로 없을듯한 디즈니의 고전 작품 <101마리 달마시안 시리즈>.

영화 <크루엘라> 는 이 시리즈에 등장한 여성 빌런 '크루엘라' 를 주인공으로, 어찌하여 그녀는 악녀로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그리고 있다.


이는 원작에는 없는 스토리로 그냥 묻어두기엔 매력적인 그녀의 기원을 나름 재미있게 구성한 오리지널 스토리이며, 다소 설정 차이는 있으나 쿠키 영상의 마무리와 함께 자연스레 원작 스토리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싱크로율 초대박에 디즈니 답지 않은 음울한 분위기와 화려한 패션, 음악, 펑키 스타일이 넘치던 예고편을 통해 많은 이들이 기대하던 작품 <크루엘라> 는 어땠을까.




STORY

어릴 적부터 유별난 성격에 자기 개성이 강했던 소녀 '에스텔라' 는 이어지는 학교에서의 사고로 런던으로

이사 간다. 그 과정에 어머니 '캐서린' 의 일로 잠시 어느 고급 저택에 방문한 이들.


그런데 어머니 '캐서린' 은 상대 여성이 키우던 세 마리의 달마시안에게 공격당하여 낙사하고, 홀로 도망친 '에스텔라' 는 우연히 만난 두 소매치기 소년 '재스퍼, 호러스' 를 만나 함께 지낸다.

10년 후, 넘치는 패션 디자이너 재능을 보여줄 곳 없던 '에스텔라' 는 우연히 유명 디자이너

'바로네스 남작 부인' 의 눈에 띄고, 그녀 밑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만 생각하며 까탈스러운 그녀의 성격 이외에도 어머니 '캐서린' 을 죽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복수를 위해 그녀는 악녀 '크루엘라' 로 변신하게 된다.



Who's Cruella

'크루엘라' 의 풀네임은 'Cruella De Vil'.

잔인하다는 'Cruel' 과 여성을 뜻하는 'Ella', 악마를 뜻하는 'De Vil' 이 합쳐진 이름이다.


작품을 좀 더 즐기기 위해 우선 원작 <101마리 달마시안> 을 알고 가면 좋겠다.


달마시안을 키우는 두 남녀 '로져, 아니타' 는 우연한 기회로 만나 결혼하게 되고, 그들이 키우는 달마시안도

여러 마리를 낳으며 대가족이 되었다. 그런데 '아니타' 에게는 성격 고약하고 돈 많은 악녀 '크루엘라' 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달마시안의 점박이 무늬에 반한 그녀가 강아지들을 납치하여 음모를 꾸민다는 내용이 원작이다.


여기서 그녀는 종처럼 부려먹는 도둑 '재스퍼, 호러스' 와 함께 비열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101마리 달마시안> 은 61년의 애니메이션 원작 시리즈 이외에도 '1996년, 2000년' 경에 실사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당시 '크루엘라 '역을 맡은 배우 '글렌 클로즈' 는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으며 영화 역사상 최악의 빌런 약 39위에 오르는 등 임팩트 있는 캐릭터였다.


원작에서는 '크루엘라'가 어찌하여 달마시안에 집착하는지, 어떻게 고약한 성격을 가졌으며 돈이 많은지 나오진 않으나 디즈니 세계관에 등장하는 여성 빌런들과 같이 매혹적인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


그녀에게 아주 특별한 건 없다. 그녀가 속한 세상은 디즈니가 다루는 판타지 월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과 같으며, 그렇기에 '크루엘라' 에게는 다른 빌런처럼 마법을 쓰는 등의 능력은 없다. 우악스러운 성격과 외모, 현실에 있을법한 악당이기에 매력적이다. 귀신보다는 실제 사람이 더 무서운 법 아니던가.

https://youtu.be/c877S-3raz8



70년대 런던 탑골 패션의 향연

<크루엘라>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그리고 본편이 공개된 지금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기대한건 두 가지.

비주얼과 사운드에 있을 것이다. 패션계에 종사하는 두 인물 '크루엘라, 남작 부인' 의 이야기이기에 영화 속엔 고급스러우면서 펑키한 스타일의 의상이 여럿 나온다.

마치 패션쇼를 보는듯한 구성은 보는 즐거움은 있으나 짤막하게 등장하니 메인 복장 이외에는 세계관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모된 듯한 느낌이 들어 조금은 아쉽다. 하지만 길게 보여지는 장면들의 복장은 분명 임팩트가 강하다.


작품의 의상 감독은 주로 고급스런 시대극의 복장을 잘 표현했던 '제니 비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가 캐리어 중 가장 큰 도전이기도 했던 그녀는 이번 작에서 자신이 살아왔던 70년대의 런던 패션을 기억하며 시대 고증하는 의상을 선보였다.


작품에서 대립하는 두 여성 캐릭터는 각 시대를 대변한다. 고급스럽고 정교하며 얌전한 이미지를 가진 남작부인은 주로 '보그 잡지' 등을 참고하였고, 그에 반해 70년대에 유행하던 젊은이들의 펑키 스타일과 자유분방함을 대표하는 '크루엘라' 의 패션은 '비비안 웨스트 우드' 등을 참고. 그녀의 화려한 등장이나 복장, 헤어스타일 등은 구시대에 대응하는 진취적인 여성으로써 복수에 나선다는 설정과 같은 길을 걷는다.

예고편에서 가장 인상적이던 파티장에서의 의상 체인지. 화이트/블랙 드레스 코드에서 시선 확잡으며 붉은 색으로 변신하는 그녀의 모습은 공식적으로 남작 부인에게 던지는 도전장이자 신세대의 등장을 의미한다.


'크루엘라' 의 전체적인 느낌은 인기 밴드 '블론디' 의 메인 보컬을 참고하였고, 짙은 눈화장과 빨간 입술 등 원작의 헤어스타일을 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구시대와 신세대의 대립을 함께 보여주며 좀 더 임팩트 있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귀가 즐거운 악녀의 행진

디즈니 작품의 특징은 오리지널 OST 와 함께 뮤지컬스러운 연출인데, 아쉽게도 이번 작에선 그렇지 않다.


현실 세계이기도 하며 원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 <Cruella De vil> 을 빼고는 노래가 없는지라. 그렇다면 이 악녀의 활보를 뒷받침해줄 음악은 무엇이 있을까.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는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펑크록 등 다양한 음악을 넣기 위해 무려 2,000곡 가까이 들었고, 겨우 추려내어 몇 곡을 영화에 실었다고 한다. 아마 저작권료가 어마어마 할듯 하다.


그 중엔 한국 사람들이 모르는 곡이 대부분이겠으나 '크루엘라' 가 여러모로 활약하는 장면에 딱 들어맞는 분위기와 함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역할은 톡톡히 하였다.


그래서 어떤 수록곡이 있었는지 찾아보며 OST 검색이 늘어날거 같은 사운드는 악녀 '크루엘라' 를 뒷받침해준다.


임팩트 있는 외형, 연약한 내형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요소들이 딱 들어맞는 싱크로와 작품 분위기, 캐릭터 형성엔 도움이 되었으나 이야기는 아쉽다. 그녀를 도와주는 조연들의 활약은 도드라지지 못한채, 오로지 '크루엘라' 한 사람을 위한 들러리 느낌이 강하다.


물론 이 작품은 <크루엘라> 라는 단독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그녀가 악녀로 변신한 이후 겪게 되는 내면의 고통과 알게 되는 비밀 등을 보듬어주고 이를 어느 정도 컨트롤 해줄 인물이 없다.


지금껏 디즈니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이든 실사화 된 작품이든, 주인공을 둘러싼 조연들의 감초 역할이 극의 흐름을 변화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어느덧 <크루엘라> 에서 그들은 그녀의 말에 따라 '까라면 까라' 는 식으로, 혼자 할 수 없는 뒷일들은 수행하는 인물로 그려져 전체적인 캐릭터 밸런스의 활용은 아쉽다.


여기에 나조차 어느 정도의 악녀를 기대했는지는 모르나 상대인 '남작 부인' 과의 대결은 밋밋했다. 정식으로 도전장을 던진 후, 모든 화려한 등장 연출 속에 비주얼적인건 남았지만 이에 대응하는 남작 부인의 행보도.


이후 세계관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오로지 눈에 띄는 무언가를 보여주기식에만 그치고 있어 서사적인 부분은 빈약했다.


반전의 반전을 알게 된 후 새로운 행보를 걷는 그녀의 마지막 복수 작전 또한 오로지 '크루엘라' 혼자서 모든걸 진행하는 탓에 싸워야하는 존재의 악랄함도, 세계관 자체가 좁아져버리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디즈니 작품이라는걸 떠나서 우리가 보편적으로 봐왔던 드라마를 보여주는 <크루엘라> 는 외형은 강했지만 내형은 부실했던 면이 있지 않았을까.


과연 여러분은 <크루엘라> 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을까. 예고편과 온갖 기사들, 예상 리뷰를 통해 강조된건 싱크로율 대박인 '엠마 스톤' 과 화려한 연출이나 비주얼, 음악이었다.


그러나 원작과의 연결고리는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스토리의 흥미로운 점에 대한 글은 가려진듯 하다.


피겨 스케이팅 세계의 치욕적이던 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아이 토냐> 에서 감독이 보여줬던 여성 빌런의 드라마는 고스란히 <크루엘라> 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실화의 재구성과 완전 오리지널 창작의 괴리는 분명히 있으며 내외적으로 모두 임팩트 있는 캐릭터 '크루엘라' 가 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비주얼과 사운드가 띄워주는 악녀의 탄생 (3점)

https://youtu.be/tAzl11GcI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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