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의 가치
겨울이 되어 점차 날이 추워졌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경기가 활황이었지만, 지금은 그 분위기가 갑자기 바뀐 것이 많이 체감되었다.
오마카세와 호캉스등 해외에서 소비하지 못한 부분들을 국내에서 럭셔리하게 소비하는 문화가 잠깐 있었던 것 같고, 회사에서도 MZ들에게 잘 보이고자 옷을 자율화하는 분위기와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로의 잦은 이직도 유행처럼 번졌던 것 같다. 그러다가 작년 초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그만 확 바뀐 것이 느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마카세 예약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는데, 요즘은 예약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주변에서는 정말 심심치 않게 감원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곤 한다.
삶을 마을이라 비교한다면 직장이란 인생에서 큰 물줄기와 같다고 생각된다. 그런 물줄기에서 필요한 식수와 양분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그 물을 활용해서 밭을 일구고 곡식을 키우기도 한다. 그런 물줄기와 같은 직장이 어느 날 사라진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생활하는 나조차도 이렇게 느낄 진대, 가족이 있으신 분들의 무게감은 어떨지. 가족이라는 '삶의 소중한 이유'와 동시에 '그들의 생계'라는 짐을 어깨에 진 수많은 사람들에게 직장의 의미는 그 단순한 두 글자에서 주어지는 무게가 어느 때보다 훨씬 무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때만 하더라도, '직업의 안정성'은 사실 선택지에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때는 굉장히 모험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가서 어쩌면 내가 기대하지 못했던 직장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고, 어떤 형태일진 모르지만 보다 능동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것 같다. 어른들이 강조하시던 '직업의 안정성'이란 단어는 다소 구시대적인 단어라고 솔직히 했던 것 같다. 얼마나 순진했던 것인지 스스로도 놀랍긴 하다. 그리고 떠올려보면, 안정적인 직장을 구한다는 것 자체가 내 마음대로 대는 것도 아니었기에 오히려 직업의 안정성에 그렇게 중점을 두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공무원 지원율이 다소 감소했다지만, 대학교 입학 초기만 해도 공무원과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열기가 정말 대단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인기가 다소 감소한 것도 있는 모양일 테지만, 어쩐지 다시금 인기가 증가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 여러 업계의 상황을 보며 '직업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많이 느끼고 있다.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종종 생각해 보며,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해 보았다.
또래들과 종종 '우리는 정년까지 일 할 수 있을까', 혹은 '일찍 퇴사하게 되면 무슨 일을 하면 살아야 될까'라는 벌써부터 고민하곤 한다. 처음에는 '직장을 어떻게 하면 오래 다닐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그것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좋은 선택지는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것은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됐다. 그보다는 '언제 그만두어도 괜찮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것은 내 의지대로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이후 어떤 일을 할지는 내 의지대로 미리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편이, 어쩐지 직장에서 느끼는 승진에 대한 압박감, 사내 정치에 대한 부담감을 다소 덜어주었다. 직장에서의 업(業)에 불성실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직장에서의 삶과 그 외의 삶에서 더 즐거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회사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직장 밖에서의 나의 모습으로도 이루어져 있다.
직장에서의 승진, 업무에 대한 전문성,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는 분명 중요하고, 직장에서의 내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회사에서의 나의 가치'는 나라는 사람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가치가 직장에서만 유효하다면 그것은 '나라는 사람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이르지는 못한 부분이 매우 아쉬울 것이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직장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직장 밖에서의 나의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 = '회사에서의 삶' + 회사 밖의 삶'
'회사에서의 나의 가치'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회사 안에서만이 아니라, 회사 밖에서의 나의 가치를 높이는 일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회사 밖에서는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일지, 회사에서 가지는 전문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혹은 그런 것 외에 내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일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회사에서의 삶을 떠날 때, 회사 밖에서의 사람에서 내가 경제적으로 어떤 준비와 가치 창출을 할 수 있을지를 냉철히 보고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그래야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안정적인 경제적인 여유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누구나 마주하게 될 현실이기에 하루라도 먼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의 관계', '나의 삶'을 충실히 채워나가야 한다.
업무는 자의든 타의든 열심히 하게 된다. 그러다 승진과 업무, 인간관계에 매몰되어, 나의 삶을 외면하는 경우도 종종 있게 된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의 나의 삶으로도 이루어져 있다. 나라는 사람의 의미, 이웃과의 관계, 무엇보다 가족의 의미를 떠올릴 때, 그 가치를 생각하며 회사 밖에서의 삶을 대하여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회사 밖의 삶을 위해 회사의 삶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익숙함에 속아, 회사에 너무 매몰되어 혹시나 더 중요한 것들을 잊지는 않고 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회사 안과 밖에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라고, 훗날 만날 가족들을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인생의 소중한 경험'과 '선물'들을 함께 잘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에게 당부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