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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을 대하는 러너의 자세

긴 연휴를 보내고 달리면 생기는 일

by 조아

달리기를 하다 보면 늘 마주하게 되는 것이 있다.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 오늘은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추석 연휴 내내 가족과 함께 보내며 마음은 편했지만, 몸은 묵직하게 굳어 있었다. 사실 달리기 전부터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나를 믿고,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바람은 부드러웠고, 햇살은 따뜻했으며, 잔잔히 반짝이는 물결은 시작을 응원하는 듯했다.



초반은 좋았다.

몸이 풀리면서 리듬을 찾기 시작했고, 6km, 10km, 그리고 15km까지는 꽤나 안정적이었다. 그러다17km를 지나면서 낯선 통증이 올라왔다. 골반이 묵직하게 당기기 시작했고, 페이스는 자연스레 무너졌다. 그 순간, 마음 한켠이 흔들렸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지금 이 불편함이 나를 성장시킬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증은 몸의 언어다. 그건 멈추라는 신호이기도 하고, 성장을 준비하는 몸의 대화이기도 하다. 나는 그 신호를 억누르지 않으려 애썼다. 그저 그 통증과 함께 달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결국 21.1km를 완주했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하루가 오히려 내게 더 많은 것을 남겼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종종 완벽한 날만을 원한다. 모든 조건이 맞고, 모든 흐름이 부드러운 날. 하지만 달리기는 늘 말한다. “그런 날만 기다리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오늘처럼 몸이 무겁고 마음이 흔들리는 날에도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그게 진짜 꾸준함의 시작이다.

통증은 불완전함의 증거이지만, 그 속에는 성장의 씨앗이 숨어 있다. 오늘 느꼈던 묵직한 아픔은

내 몸이, 그리고 내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느리더라도, 불편하더라도, 오늘의 나처럼 꾸준히 달리다 보면 어느새 내 안의 달리기 세계는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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