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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

결국 꾸준함이다

by 조아

요즘 회복의 시간을 가지면서 새벽에 여유가 생겼다. 달리기 휴식이 있는 날에는 집에서 스트레칭과 보강운동을 하며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은 훗날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와 체력을 만들어 준다. 훈련 계획 속 휴식인 날, 마냥 쉬는 것이 아닌 다음을 위한 준비를 통해 훈련에 집중하고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처음 달리기를 할 때는 무조건 매일 달리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았다. 몸이 혹사당하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몸 안에 피로물질이 쌓여 있는 것도 모르고 무식하게 매일 달렸던 시절과 비교하면 “선택과 집중”에 의해 가장 뛰어난 효율성을 추구하는 중이다. 피로한 상태에서 훈련을 하면 더 피로해지고 부상을 유발할 뿐이다.


이렇게 매일 달린다고 해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휴식한다. 가끔 가족들이 달리기를 하러 밖으로 나가지 않는 나를 보며 의아하게 여길 때도 있지만 휴식도 훈련의 일부이다. 부득이 한 경우 휴식일을 앞뒤로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주 2회 휴식을 통해 내 몸에 집중하며 회복의 시간을 가진다.



마라톤 대회에 집중하느라 온 신경을 여기에 쏟아부은 나머지 한 동안 글쓰기를 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구차한 변명을 하지면 글쓰기를 하지 못했던 이유가 숙명을 위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매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편안하게 잘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안 그래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데 인증의 압박까지 있으니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주로 아침에는 달리기, 저녁에 글쓰기를 하면서 수면에 방해가 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글쓰기 작업은 낮에도 계속되었기에 어느 정도의 틀은 이미 만들어 놓았지만 듬성한 틀 속을 무엇으로 채우느냐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AI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나만의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은 그런 도움조차 거부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악평을 받거나 구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든 상관없이 나만의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리고 잘 쓰고 싶다는 욕심도 변함없지만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꾸준히 글쓰기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어 탈이다. 하지만 꾸준히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생애 첫 마라톤 풀 코스 도전 후 심적으로도 여유가 생겼서 한 동안 내려놓았던 글쓰기를 매일 꾸준히 하는 중이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달리기와 글쓰기를 병행한다는 것이 정말 어려워 하나라도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글쓰기를 잠시 내려놓기도 했지만 달리기 세계에 들어오기 전부터 나를 이끌어주었던 글쓰기를 마냥 내려놓을 수만은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한 번에 글쓰기를 하는 것이 아닌 틈틈이 글쓰기를 하는 연습을 했다. 이전에는 자리를 잡고 완성될 때까지 한 번에 쓰려고 했다면 요즘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조금씩 쓰면서 완성하려고 한다. 성격 상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지만 이런 중간이 없는 성격을 계속 유지한다면 내가 만든 스트레스 속에서 내 수명이 점차 줄어들 것만 같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결국 나를 변화시킨 힘은 꾸준함이다. 매일 달리기를 하며 매일 글쓰기를 했던 꾸준함이 이전의 나와 다른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무엇인가를 매일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가 보다. 매일 꾸준히 했을 때 어제와 변한 것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계속 반복된다면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 줄 것이다.



보스턴 마라톤서 ‘일본 공무원’ 가와우치 우승

- https://naver.me/F1643I8Y


2019년 세계 7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변이 일어났다. 강풍과 비를 동반한 최악의 날씨 속에서 당황한 엘리트 선수들과 달리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달리기 훈련을 멈추지 않았던 일본의 가와우치 유키가 우승을 했다. 심지어 엘리트 선수가 아닌 공무원으로 일하는 동호인 마라토너였기 때문에 그 충격의 강도는 엄청났다.


이것이 꾸준함의 힘이다. 어떤 상황 속에도 변함없이 매일 달리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부상의 위험이 있을 수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불명확성 속에서도 모든 것을 조율하며 오늘의 달리기에 집중하고 내일의 달리기를 준비하는 능력이야 말로 모든 러너가 갖추어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기 합리화를 할 수 있는 수많은 이유와 핑계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아마추어 러너가 보스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의자와 자세를 통해 매일의 꾸준함을 유지할 것이다.


글쓰기도 달리기도 꾸준함을 발휘해야 할 나의 목표이자 도전이다. 이 꾸준함을 통해 나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되고 싶다.


#달리기

#글쓰기

#꾸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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