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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n 27. 2024

열정 가득한 인생

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최근 일상의 위기가 찾아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아이가 있는 가장이 사춘기도 아니고 사십춘기가 왔다고 하면 우습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자꾸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싱숭생숭한 마음이 원시인의 삶도, 독서가의 삶도 열정이 식었다는 생각이 든다. 습한 날씨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 나이지만 여름의 습함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날씨 때문에 이런다는 것이 명분도 없고 나의 상태를 충분히 설명할 수도 없다.


 2개의 글쓰기 모임에 2개의 독서 모임까지 하고 있고 다시 샐러던트의 삶을 도전하려고 준비하는 지금, 다음 기수에는 한 템포 쉬어가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한다. 매일 아침 습관 덕분에 책은 읽지만 글쓰기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다분 날씨 탓만은 아닐 것이다. 글쓰기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무리를 못하고 있어 아침 인증을 못하는 것인데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 글쓰기에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생각이 많으면 행동이 굼뜨게 되는 법, 요즘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찬 내 머리는 어렵게 만든 습관까지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특별한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지만, 현실에 반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는 몽상에 가깝다. 아직 글테기까지는 아니지만 글쓰기 세계에 들어온 이후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 글쓰기에 대한 과도한 생각은 글쓰기에 독으로 작용했다. 독이 계속 퍼지도록 방치한다면 영원히 다시 글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평소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해보기로 했다.


 평소 소설은 정말 읽지 않는데 기분 전환 겸 읽은 소설에서 만난 가상의 인물이 예상하지도 못한 해독제를 선물해 주었다. <나의 돈키호테>라는 김호연 작가님의 신작으로 <불편한 편의점> 시리즈를 너무 행복하게 읽었던 경험으로 주저함 없이 바로 골라 단숨에 읽었다. 중학생 시절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은 적이 있지만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풍차를 괴물이라고 생각해 산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돌진해 부상을 입었던 돈키호테의 모습이다.


 나뿐만 아니라 돈키호테에 대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은 받는다면 돈키호테를 표현하는 최적의 단어가 엉뚱함과 무모함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세르반테스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신념, 세상에 없다면 자신이 만들어낸다는 마음으로 절대 포기하지 않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돈키호테는 이런 강력한 힘을 가진 마성의 남자이다.



 <나의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돈 아저씨는 세월이 흘러 돈키호테가 아닌 산초가 되어 버렸지만 진솔은 자신이 산초가 아닌 진짜 돈키호테였다는 사실을 점점 알게 된다. 마치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였던 것처럼 세상 풍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향 아닌 고향, 대전 선화동에 내려온 진솔이 험난한 환경을 이겨내고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로 성장하며 콘텐츠 생산자로 거듭나는 스토리는 소설이라는 가상의 공간이 아닌 현실의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김호연 작가님 특유의 현실적 감각이 반영된 <불편한 편의점> 시리즈처럼 독재 정치에 항거하던 민주화 운동을 했던 대학생이 점점 현실의 무게로 타협을 해야만 했던 과정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그 안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려고 했던 장영수라는 사람이 반태수라는 작가가 되는 것은 어떤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먹고사는 문제에 불의에 타협하고 자본주의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신념이 없고 꿈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도 한때는 뜨거웠고 정의로웠으며 이 세상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열정을 불태웠던 지난날의 모습이 아닌 지쳐버린 내 모습에 걱정과 고민 속에서 생각에 생각만 거듭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또 다른 반태수가 되기를 꿈꾼다.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계속 밀어붙여야 하는 순간입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이 문장일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의 바탕화면으로 설정해 놓고 오늘 하루 종일 보고 또 보면서 왠지 모를 에너지가 내 안에서 꿈틀거린다. 처음 글쓰기 세계에 들어왔던 내 모습처럼, 글쓰기를 순순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누구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기 위함이 아닌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매일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하는 태도로 매일의 글쓰기를 할 것이다.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 나무옆의자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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