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타파
지난주 일요일, 글쓰기 모임인 몹시 쓸모 있는 글쓰기(몹글) 9기 오프닝 줌미팅을 하면서 전신인 글루틴 프로젝트(12기 진행)까지 포함하면 약 2년 동안 정기적으로 글쓰기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어떻게 하면 매일 글쓰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그토록 강렬하게 바랬던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함과 동시에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신 알레 작가님, 글향 작가님, 김채원작가님, 수풀림 작가님의 응원이 떠올랐다. 특히 글루틴 초기, 너무 글을 못 써서 포기하고 싶을 때 잡아주셨던 분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글쓰기 안전지대”라고 불리는 몹글은 매달 글감 달력이 제공되어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글루틴 포함 몹글 9기까지 나는 단 한 번도 글감 달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부산 사투리인 “내 쪼대로”라는 말처럼 내 마음대로 글을 썼기에 열심히 글감 달력을 준비하신 작가님의 노고에 보답하지 못하고 나만의 글을 썼다. 글감 달력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누구도 나에게 잘못이라 말한 적도 없으며 오히려 글감 달력 없이도 글을 쓸 수 있다고 신기해하시는 분들도 있다.
나의 글은 주로 책 리뷰에 관련된 것이 많았고 요즘은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기에 매일 읽은 책과 달리기로 글쓰기에도 사실 벅차다. 지금도 며칠의 달리기 기록을 쓰지 못한 상태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지만, 나의 글감을 바꾸게 할 정도로 좋은 글감이 있어서 처음으로 글감 달력을 사용해보려고 했다. 11월 7일 글감 달력으로 “올해 가장 빛나는 성장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요?”라는 문장이 나를 처음으로 글감 달력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아직 올해가 끝나지 않았지만 정말 큰 변화가 있어 이 문장에 더욱 매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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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러너스쿠스>라는 나의 브런치스토리 매거진을 통해 여러 번 언급한 것이지만 나는 달리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을 싫어한 것은 아니다. 10년 가까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고 야구, 농구, 풋살 등 구기 운동도 좋아해서 퇴근 이후나 주말을 이용해 운동을 즐겼다. 다행히 아내가 이런 나의 운동 성향을 싫어하지 않아 결혼 후에도,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했었지만 무릎 부상으로 지속할 수는 없었기에 가끔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제외하고는 모든 운동을 내려놓았다. 나이도 들고 운동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나쁜 식습관을 지속하니 점점 체중이 늘어나 110kg을 육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체중 감량을 해야 한다는 소견을 들었지만 “마음껏 먹고 운동하면 된다”라는 생각에 먹기만 하고 운동은 하지 않았고, 운동을 한 날에는 평소보다 더 폭식하며 최악의 식습관에 지배당한 상태였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연치유인 과일단식을 이태근 선생님께 배우면서 최악의 식습관을 고치고 건강함을 회복하려고 하는 와중, 이태근 선생님으로부터 달리기를 해볼 것을 제안받았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라는 속담처럼 과일단식을 하면서 달리기를 했고 식습관을 고치는 것을 물론 체중을 감량하며 올해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체중을 약 35kg 정도 감량하면서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기분 좋은 해프닝이 생기기도 하지만, 나의 다이어트는 이전에 시도했던 그 어떤 다이어트 방법과는 달리 지금도 진행 중이다.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목표 체중인 68kg를 유지할 수 있는 식습관, 생활 방식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 나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 지금도 계속 찾고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지만 다이어트도 모두에게 딱 맞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태근 선생님의 방법을 기본으로 하여 나만의 방법을 찾고 있으며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 중에 올해 가장 빛나는 성장 포인트는 내가 러너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달리기를 극도로 싫어했던 사람이 러너가 되어 매일의 달리기를 하고, 러닝 크루에서 두 달 동안 매일의 운동한 기록을 인증하기 프로젝트를 성공하였으며 난생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10km 마라톤을 한 시간 이내에 완주까지 하였다. 나조차도 이런 변화가 한 번에 찾아와 어리둥절할 때가 많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머릿속에는 온통 달리기 생각뿐이며 오늘 새벽에도 달리기를 하고 매일의 달리기 인증을 완료했다.
어제 나의 20대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오랜 친구를 만나 변화된 내 모습을 검사받으면서 20여 년이 흘렀지만 그때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시간의 흐름은 역행할 수 없겠지만 건강함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그 속도를 느리게 할 수 있다.
불혹의 나이라 더욱 건강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입장이라 이런 변화는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어 더욱 좋다. 체중을 감량했다고 만족하거나 안도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과일 단식과 달리기를 병행하면서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는 매일을 살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의 올해 가장 빛나는 포인트는 싫어하는 것에 대한 관점을 깼다는 것이다. 좋고 싫음이 극단적으로 명확한 나의 성향으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싫어하는 것을 시도하는 노력이 이런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아직 변화가 진행 중이지만 나조차도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지리산 계속에서 빠져 죽을 뻔한 이후로 물 근처에는 절대 가지 않았던 내가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서 수영 강습을 알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내가 물속에서 뜰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달리기를 싫어했던 내가 매일의 달리기를 누리는 것처럼 곧 물 공포증을 극복하고 물살을 가르는 모습이 현실이 될 것이라 믿는다. 우선 내년 마라톤 대회에서 더 좋은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달려서 초보 러너가 아닌 중수 러너의 레벨도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틈틈이 사이클도 하면서 <무쇠소녀단>에 출연하는 배우들처럼 2년 안에는 통영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여 완주한 내 모습을 매일 상상한다.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되는 작은 성공의 열매를 맛보면서 조금씩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정체되어 있고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저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자라는 대나무처럼 나도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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