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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Nov 13. 2024

달리기를 싫어했던 남자

가장 잊지 못할 새로운 경험은 어떤 것인가요??

 요즘 내 일상의 중심이자 모든 것이 되어 버린 달리기, 매일 달리지 않으면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하지 못했다는 찜찜함 가운데 하루 종일 고통을 받는 날도 있다. 신기하게도 나는 처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던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심지어 나는 달리기를 싫어했고 체력측정을 위해 마지못해 오래 달리기를 할 뿐 일상 속에서 달리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달려야만 했던 군복무 중에도 포병의 특혜로 3보 이상의 거리는 승차했기 때문에 사실 군 복무 중에도 아침 구보와 체력 검증을 제외하면 딱히 달릴 일도 없었다. 그리고 당시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푹 빠져있었기 때문에 달릴 시간에 차라리 덤벨 한 번이라도 더 들자라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어서 달려야 할 이유도 없었고 달려야 할 명분도 없었다.


 여기에 무릎 연골까지 찢어져서 달리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달리기는 점점 나의 일상 속에 하면 안 되는 운동, 하지 말아야 할 운동이 되었고 아이 어린이집 체육대회 때 잠깐 달려본 것이 전부일 정도로 달리기는 나와 상당한 거리를 두며 점점 멀어져 갔다. 2년 전 현미식물식을 할 때 한 달 정도 축구장 주변 트랙을 달려 체중 감량을 했지만 이마저도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올해 7월 녹색마을 자연학교에 입소하여 과일 단식과 자연 치유에 대해 이태근 선생님께 배우면서 달려 볼 것을 제안받았고, 임실공설운동장을 매일 달리시는 선생님처럼 되고 싶은 마음에 집으로 돌아와 달리기에 대해 하나도 모른 상태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7월의 장마와 무더위 속에서 다섯 번 정도 달렸지만 날씨 때문에 규칙적으로 달리지 못했고 한 때는 달리기를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8월에 접어들면서 매일의 달리기에 도전했고, 모두 "초보 러너에게 매일의 달리기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조언을 해주셨지만, 부상의 위험을 무릅써서라도 달리기를 나의 습관으로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로 매일의 달리기를 강행했고 며칠을 제외하고 가장 무더운 8월 한 달 동안 125km를 달렸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8월, 이런 강행을 했던 이유는 바로 815런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독립운동 후손들을 후원하기 위해 진행되는 815런 버츄얼 달리기를 위해 준비했지만 8.15km는커녕 6km 달리기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6km의 거리를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달릴 정도로 나는 성장했다. 심지어 10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처음으로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며 달리기 인생 최장 거리를 완주하기도 했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10km 마라톤 완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3개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잊지 못할 새로운 경험은 달리기를 싫어했던 내가 매일 달리기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좋아했던 AF1 운동화도 거들 더 보지도 않고 오직 러닝화에만 관심을 두며 일상의 모든 것을 달리기에 두고 브런치 스토리도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임에도 불구하고 책에 대한 글쓰기보다는 달리기에 대한 글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내 글을 애정을 가지고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중 한 분은 나보고 전향했다고 놀리기도 할 정도이다. 일상의 중심이 되어 버린 달리기, 40년을 넘게 살면서 이렇게 한 가지에 푹 빠진 적도 없지만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달리기에 할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달리기에 진심이다.


 마라톤 대회 참가 이후 나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10일 동안 5km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다. 하프 가상 마라톤을 한 경험이 있지만 다시 5km 달리기부터 기초를 쌓아가며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려고 한다. 이런 마음을 품은 것도 잊지 못할 새로운 경험 중 하나이며, 달리기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철인 3종 경기 출전을 위해 물 공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영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자발적으로 한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다. 모두 달리기로부터 비롯된 변화이자 앞으로 평생의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매일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달리기이다.


 나는 달리기를 위해 2년 동안 공들여 만든 루틴까지 바꿨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던 루틴을 버리고, 하루 8시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여 몸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새벽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한 후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달리기를 하는 루틴을 지키고 있다. 지금까지 정적인 루틴을 했다면 요즘은 아주 역동적인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과일 단식을 하며 달리기를 한다는 것에 놀라는 분도 있지만, 전혀 힘들지 않고 10km 정도의 거리는 충분히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15km 이상의 거리는 영양 보충을 하며 달려야 한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이제 조금씩 내 것이 되어 가고 있는 달리기를 하면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나에게 찾아올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경험했던 변화보다 더 큰 변화가 올 것이란 기대감으로 행복한 상상을 하곤 한다. 내년 봄 하프 마라톤을 시작으로 내년 가을에는 마라톤 풀 코스에 도전하여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다시 기초부터 연습하는 지금 이 시간이 어찌 보면 가장 잊지 못할 새로운 경험일지도 모른다. 내일은 새로운 오늘이며, 오늘은 다시 오지 않은 순간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매일 잊지 못할 새로운 경험으로 나의 삶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몹시 쓸모있는 글쓰기에서 제공하는 글감 달력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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