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위한 배경
감정코칭을 배운 지 어언 일 년이란 시간이 되어가는 요즘, 지난 20년 넘도록 "WHY" 사고법에 익숙한 나는 왜가 아닌 무엇 때문이라는 말로 타인과 상황에 대한 호기심을 대신한다. 항상 '왜'라고 말했던 과거의 나는 이제 감정코칭을 배우면서 점점 희미해져 간다. 조금씩 감정코칭의 기술을 사용하는 나를 볼 때면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다.
이공계적인 시선으로 '왜 그랬을까'라는 말이 문제를 찾아내려는 노력이지만 감정코칭의 시선으로는 비난의 말이기 때문에 '왜'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데 일 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하면서 이제야 기본적인 감정코칭의 기본자세를 갖추게 되었다. 아직 부족하지만 '왜'를 안 쓰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장족의 발전이다.
시연 평가 연습을 하는 과정 속에서도 '왜' 대신에 '무엇 때문에'를 사용하며 감정코칭을 하려고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잘 되지 않는 나를 볼 때마다 힘이 빠지고 과연 내가 감정코칭을 할 수 있을까 나약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감정코칭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흔들리는 나를 스스로 한 번 더 부여잡는다.
감정코칭을 배우기 전부터 대화는 끊기면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 있어 화자와 청자 사이에 아무런 말도 없을 때의 어색함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미리 몇 수의 대화 소재를 생각하고 말이 끊기는 일이 없게 대비를 하지만 감정코칭을 할 때는 몇 수의 대비도 소용없을 때가 많았다.
일상의 대화를 할 때도 대화가 끊기는 상황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이기에 어색함으로 가득 찬 감정코칭을 할 때는 침묵의 시간에는 극도의 예민함이 수반된다. 감정으로 가득 차도 부족할 판국에 예민함이 가득하다면 감정코칭이 과연 잘 될 수 있을지 스스로의 의구심에 빠져 헤어날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침묵을 배우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지만 눈으로 몸으로 그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 없이 고요한 상황 속에서 마음 속으로 그의 말을 곱씹으며 마음과 감정을 느끼려는 나의 시도와 노력을 통해 상대방의 감정에 한 발자국씩 다가갈 수 있기에 침묵의 정의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침묵(명사) :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음, 또는 그런 상태
침묵에 대해 굳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나는 침묵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침묵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두운 새벽 고요함 속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내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보았을 때 아무런 대답 없이 말하지 않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유명한 시인이자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직관이 이끌어주는 말과 행동을 '내면의 고요하고 작은 목소리'라고 표현했다. 이런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침묵의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침묵하지 않는다면 결코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집중할 수도 없으리라.
침묵은 하나님의 음성이며 온전함이 존재하는 방식으로 침묵을 유지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나의 온전함이 서서히 드러난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마음은 시간 속에서 존재한다. 나의 마음을 지금 여기로 돌릴 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때(here and now) 진정한 알아차림이 일어나며 이 알아차림은 나를 온전함에 이르게 하고, 온전한 상태로 살아갈 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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