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반복하는 힘
함께 글쓰기를 하는 작가님께서 나의 달리기 에세이를 보시고 "찐 러너는 겨울에 태어난다"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이번 겨울을 정말 알차게 보내야 한다고 마음먹은 찰나,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5일 동안 강제적으로 달리기 휴식을 취했다. 매일 달리다, 5일 동안 달리지 않으니 좀이 쑤시고, 예전처럼 게을러질 것 같은 불안감에 어제는 큰 마음을 먹고 달리기를 했다. 발목에서 약간의 통증을 느끼기는 했지만, 늘 통증이 있었던 부위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 한방병원 교수인 후배와 통화하면서 발목 통증에 대해 물어보니 '피로 골절'이 의심된다고 해서 병원에서 CT 촬영을 해볼 계획이다. 근육이 뭉치지 않게 마사지도 하고, 족욕도 틈틈이 하고 있지만 충분히 회복되는 데는 아직 무리인 것 같다. 몸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도록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한데, 아는 만큼 하지 못하는 내 심정과 조금이라도 매일 달리지 않으면 게을러질 것 같은 불안감으로 무리인 줄 알지만 마음 편하게 휴식을 취하지도 못한다.
이럴 때는 내가 나를 보아도 "정말 달리기를 싫어했던 사람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일상 속에서 달리기를 제외하면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달리기가 일상의 중심이자 모든 것이 되었다. 글쓰기의 주요 글감이자 매일의 인증을 하는 단골 소재가 되어 달릴 수 없으면 걷기라도 할 정도로 매일의 운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개월 정도 반복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 데, 달리기 세계로 입성한 지 딱 4개월 차인 지금 습관으로 완벽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도 이번 겨울을 잘 보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든다. 추위에 싸워야 하고 여름의 우중 달리기와는 달리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겨울 우중 달리기에 대한 대비가 없으면 오히려 무더위와 습도와 싸우는 여름보다 더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겨울 달리기를 누리기 위해 타이즈와 러닝 베스트, 바람막이를 구매하여 최적의 달리기 복장을 준비하였고 달리기를 하면서 추운 날씨에 적응하는 방법을 직접 체험하며 나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중이다. 아직 완연한 겨울은 아니라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추위를 느끼지 않지만, 시베리아 고기압이 만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면 어떻게 달려야 할지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고 있다.
겨울 달리기를 할 때는 기온과 풍속을 고려해야 한다고 해야 요즘은 풍속과 풍향까지도 일기 예보를 통해 확인한다. 평소 일기예보를 보기는커녕 날씨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달리기를 한 이후부터는 자기 전 내일의 날씨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운 좋게 트레드밀을 하면 다행이나, 그마저도 하기 어려운 날에는 강제로 달리기를 쉬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날씨를 확인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무더운 여름보다 추운 겨울에 달리기를 하는 것이 더 힘들기에 요즘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 부쩍 줄어들었다. 찐 러너는 겨울에 태어난다는 말이 조금씩 이해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던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겨울에 달리기에 진심인 사람만이 찬 바람과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싸워가며 땀을 흘리고 온몸에 피어나는 열기를 내뿜는 것이다.
달리기는 운동이지만 동시에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어둡고 추운 새벽,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창문만 열어도 정신을 확 차릴 수 있는 차가운 공기가 지배하는 밖으로 나가 달리겠다는 의지가 차가움이 온전히 지배하는 겨울 속에서 찐 러너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겨울이 추운 것은 당연하기에, 추우니까 겨울이기에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찐 러너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춥다고 해서 추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추위와 맞서 싸우며 단순한 것을 반복하는 행동이 쌓이고 쌓여 러너라는 시간의 크기를 만든다. 다름을 만드는 것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며 이 빈도를 채우는 것이 바로 반복이다. 꾸준하게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믿기에 이번 겨울을 반복으로 채우며 내년 봄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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