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가 아닌 빈도
러너가 되고 처음 맞이하는 겨울, 추운 날씨부터 미끄러운 노면 상태 등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새벽 기상 후, 차가운 겨울 공기를 마시면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서 밖으로 나가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는 내 모습이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려야 하는 이유를 찾는 모습에서 조금씩 러너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어제는 그동안 급하게 주어진 업무 처리를 하느라 야근도 많이 하고 쉬지 못한 나에게 선물을 주는 의미로 하루 연차를 썼다. 외근을 다니며 달리기 하기 딱 좋은 길을 보면 한낮을 달리기를 하시는 분들을 부러워했기에 나도 따뜻한 겨울 낮에 달리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겨울 달리기를 하면서 기온과 바람의 영향을 고려해야겠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코로 호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달릴 때마다 콧물이 흐르고, 갑자기 코가 막혀 온전히 코로 숨쉬기 어려워서 호흡이 일정하지 않고 입으로 숨을 쉬면 입 안이 건조해져서 기분도 좋지 않다. 러닝 마스크를 사용해보기도 했으나 코로나19 기간 완벽하게 마스크에 적응한 내였지만, 엔데믹 이후 오랫동안 착용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불편했다. 마스크를 쓰면 조금 덜하겠지만 차가운 겨울 공기는 달리기는 물론 호흡에 있어서도 달리기를 지속하는데 난관이다.
아이가 등교한 후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어준 뒤, 영상 10도 정도의 날씨를 확인하고 밖으로 나갔다. 아침에 달리기 할 때보다 가볍게 입을 수 있어 좋았고, 콧물도 흐르지 않아 호흡하기 편했다. 가볍게 1km 정도를 걸은 후 달리기 시작했고, 대회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오랜만에 10K를 달리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11월 대회 이후, 11월 문고리 마라톤까지 2번만 10K를 달렸기에 오랜만에 달리는 것이다.
대회 준비를 위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는 대신 일정한 호흡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천천히 달렸는데, 심박수가 가파르게 오르지 않아서 10K 달리기보다는 LSD(Long Slow Distance)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2시간 달리기를 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LSD는 처음 해보는 것이라 자신이 없었지만, 연차가 주는 여유로움으로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일정한 거리를 정해진 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달리기를 했다. 예를 들어 5K는 29분 내 완주, 10K는 1시간 내 완주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심박수가 급격하게 올라가도 참고 견디며 달렸지만 솔직히 체력적으로도 부담되고 다음 날 달리기를 하기 위해 체력의 회복도 쉽지 않았다.
초보 러너의 욕심으로 무리해서 달려서 늘 피로가 쌓여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목표 달성을 위해 욕심을 부렸다. 마라톤 대회 참가 후 구간별 달리기 전략도 변경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10K를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이라서 달리기 체력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LSD 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제 처음으로 하면서 겨울 달리기 동안 이 훈련을 지속하기로 했다.
2시간 동안 17.3km를 달렸고 수분이나 에너지겔을 먹지 않았지만, 6분 후반대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었다. 가장 고무적인 점은 심박수가 140 bpm을 유지했다는 것으로 170 bpm까지 치솟았던 것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심박수를 유지했다. 물론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는데 케이던스가 154 spm으로 떨어져 체력 소모와 부상 위험이 높다는 것을 고쳐야 할 것이다.
평일에도 2시간 LSD 달리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체력 회복의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기에, 겨울 달리기 계획을 수정하며 체력 증진에 포인트를 두고 연습을 할 예정이다. 늘 거리에만 집중했지만 이제는 시간에 집중하며 지속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 LSD 훈련을 하며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 것이다. 장거리를 천천히 달리는 연습, 이번 겨울의 핵심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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