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지난 화요일, 화장실에서 어지럼증을 느껴 넘어진 후 달리기를 하는데 조심스럽다. 넘어진 순간이 기억나지 않아, 어떻게 넘어졌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손목과 뒷목 부위에 통증이 있는 것으로 봐서 상당한 충격이 있는 것 같다. 골절이 없기에 망정이지 정말 큰 일 날 뻔했다. 병원 가는 게 무서워서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더욱 건강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넘어진 후 잠시 정신을 차리고 다시 1km를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부터는 달리기를 하기보다는 안정과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달리기를 하기보다는 가볍게 걷는다. 시간도 상대적으로 더 쌀쌀한 새벽보다는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조금 빠른 속도로 걷는다. 겨울이라 달리기를 하는 분들이 거의 없기도 하지만 늘 달리던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매우 혼란스럽다.
"나는 달리고 싶은데, 무엇 때문에 걷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달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거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니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달리고 싶지만 달릴 수 없기에 걷기라도 하지 않으면, 혹여 달리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빠른 속도로 걸어보지만 달리고 싶은 마음을 모두 채우지는 못한다.
사과 한 개로 가볍게 점심을 대신하고 주차를 조금 떨어진 곳에 한 후 가볍게 걸어서 외근 업무 장소로 이동했다. 한낮이라 그런지 겨울의 추위를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기에 조금 더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업무를 보고 다시 주차한 곳으로 빠르게 걸으면서 오늘의 달리기를 대신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달리고 싶은 욕망이 차오르고 있었다.
"나는 달리고 싶다"라는 내면의 소리를 못 들은 척하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소지품을 차에 두고 가벼운 외투로 갈아입었다. 비록 달리기 복장은 아니지만 청바지를 입은 상태로도 달리고 싶은 마음을 제어할 수 없어서 아주 천천히 조금만 달려보기로 했다. 혹여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바로 멈출 요량으로 가볍게 웜업을 한 후 달렸다.
7분 중후반의 페이스로 천천히 달리면서 코를 통해 들어오는 겨울의 찬 공기는 그동안 달리기를 하지 못해 달아올랐던 내 안의 욕구불만이란 열기를 식혔고, 새벽에 달릴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 덕분에 달리는데 너무 좋았다. 무더운 여름이 지난 후 선선한 가을이 달리기의 절정이라고 했던 말에 공감할 정도로 가을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겨울 달리기는 성장하는 시기이기에 힘들고 어렵지만 나의 상황과 자리에서 달리기를 하려는 의지를 표출해야 한다. 행동으로 이어지면 정말 좋겠지만 설사 그렀지 못하더라도 달리려고 노력했던 의지만으로도 겨울의 달리기를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지가 조금씩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달리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의지가 행동으로 변하기를 소망한다.
가볍게 3km 정도의 거리만 달려도 몸이 뜨거워지면서 땀이 맺히기 시작했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다리기를 마쳤다. 마음 같아서는 더 달리고 싶지만, 무리하면 좋을 것이 하나도 없기에 오랜만에 달렸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했다. 며칠 달리지 못했다고 마음속에 차 있던 괴로움이 조금은 사라짐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감히 비교할 수조차 있겠냐만은, 엘리트 육상 선수가 부상으로 달릴 수 없을 때의 참담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건강을 위해 달리지만 지나친 달리기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며,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달리기를 하기 위해 상황을 살피고,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달리기를 통해 "과유불급"의 지혜를 배우며 오늘도 한 뼘 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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