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따라그려보자
목요일에는 두번째 그림책 수업이 있었다.
두번째 수업 숙제로 스토리보드 만들기가 있었다. 글과 그림으로 그림책 초안의 초안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초안은 '더미북' 만들기인데, 그건 다음 시간 숙제다.)
원래는 글을 먼저 쓰려고 노션을 켜서 이것저것 써봤는데, 한 페이지에 어떤 주제를 어떤 문체로 얼마나 써야할 지 모든게 너무 막막했다. 그래서 그림을 먼저 그려보기로 했다.
그림책 수업은 16페이지 그림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여서, 표지와 속표지 등을 제외하면 총 5개의 펼침면(10페이지)가 나온다. 그리고 싶은 장면들을 5개로 추려서 시간대 별로 나열했다.
새벽하늘 - 숲 - 흙에서 놀기 - 바다 - 밤하늘
그리고 각각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렸다. 예를 들어 '바다'는 바다에 들어가서 끝없는 수평선을 봤던 장면을 그렸고, '우주'는 어릴 때 상상하던 우주의 모습 - 바다와 같은 우주, 배와 같은 초승달, 콕콕 뚫려있는 구멍 사이로 새어나오는 별빛 - 을 그렸다.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나니 글쓰기가 더 쉬워졌다. 떠오르는 이미지를 묘사하며 글을 써 내려갔다. 어떤 문체로 몇 줄 정도 써야하나 고민했었는데, 쓰다보니 자연스레 시 형식으로 5줄씩 쓰게 되었다. 아래는 '새벽하늘' 글의 일부이다.
파랑 물감이 온 세상을 덮쳐
잠자는 이들마저도 파랑으로 물드는 시간
그리고 에필로그에 좀 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썼다.
수업시간에는 스토리보드 피드백을 받았다. 내 스토리보드를 선생님이 주욱 읽으시는데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도 눈으로만 읽을 때와 소리내서 읽을 때 글이 다르게 느껴졌다. 소리 내어 읽으니 다음 단어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좋은 단어와 어색한 단어가 잘 느껴졌다. 특히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은 글에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조금 길다고 느껴져서, 필요없는 문장들은 줄여야 할 것 같다. 선생님도 어떤 단어나 문장을 빼고 읽어도 말이 된다면, 그 부분은 없어도 되는거라고 하셨다.
시간 순으로 나열되는 장면의 흐름이 좋다고 하셨다. 다음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고, 어떤 장면이 나올지 미리 기대하고 상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스토리의 앞/뒤에 들어가는 속표지 부분에 본문의 그림과 이어지도록 창문을 넣는게 어떠냐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맺는 페이드인/페이드아웃 느낌을 주고 수미상관 구조로 안정적이다.
그리고 오늘 '노키즈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인상적이었다. 같이 수업듣는 분은 아이 둘을 키우신다. 그런데 매년 아이들과 가던 수영장이 있었는데, 올해 갑자기 노키즈존으로 바뀌어서 못갔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이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며, 나중에 아이들을 환영하는 '예스키즈존' 토스트가게를 같이 차리기로 하셨단다. (평소에 아이들과 토스트가게 이야기를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저출산문제를 고려하는 지금 단순히 '출생수'를 늘릴게 아니라, 지금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존중해야할 지 고민하는게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 말이 참 와닿았다. 많은 저출산 대책들이 양육비 지원, 대출비 지원 등 '부모에게 주는 혜택'을 위주로 만들어진다. 그나마도 그 혜택은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 보다는 새로 아이를 낳아서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부부들에게 더 돌아간다. 저출산 대책 중에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자라는지를 고민하는 대책은 얼마나 될까? 한국의 아동・청소년의 행복지수가 세계 하위권인 것은 잘 알려져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가 된다면,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을까?
/
스토리보드까지 완성하고 나니 출판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저작권 문제도 고민되고 처음 그려보는 그림책이어서 출판은 생각안하고 있었는데, 기왕 만드는김에 출판까지 하고 싶은 욕심이 점점 생긴다. 우선은 공모전을 알아보고, 저작권 강의도 등록해놨다.(지자체 무료강의인데 정원초과로 대기중이다..)
그리고 멘토분한테 연락이 왔다! 그림책 학원을 운영하셔서 원래 여기 수업을 듣고싶었었는데, 교육비 제한이 있어서 다른 수업을 알아보게 됐었다. 대신 멘토링을 받기 위해 멘토등록신청을 했었고 선정이 되었다! 멘토선정되신 것을 확인하고 연락을 했고, 곧 멘토링 날짜를 잡으려 한다.
어느덧 갭이어를 시작한지 3주차가 지났다. 시간이 너무 잘가서 마음이 바빠지고 일을 너무 벌려놨나 싶다가도, 하나씩 진행될 때면 뿌듯하고 재밌다. 남은 9주도 즐겁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