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의 생각》을 읽고
책을 통해 관심이 확장되고 시대의 흐름을 읽고 싶어지다
2021년부터 종이신문을 구독해서 보게 됐다. 하도 세상에서 흉악한 범죄 사건도 자주 일어나고 불안을 조장하는 언론 보도가 오히려 현실을 더 회피하게 만들어 뉴스도 보지 않던 나였다. 작년엔 코로나 19로 더욱 우울한 이야기가 보도되어 더 멀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변화하려는 삶을 추구하다 보니 의식이 점점 확장되어감을 느꼈다. 관심이 오직 나와 우리 가족에서 점점 직장과 공동체로 관심이 가고 아이들이 커가면 커갈수록 사회와 국가, 세계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변화에 발맞춰 미래를 조금이나마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우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라도 회피하지 말고 나에게도 우리 아이에게도 미칠 영향을 잘 분석해서 올바로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다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혀 우리 아이들만큼은 나처럼 ‘우물 안 개구리’로 살게 하지 않고 시대보다 한발 앞서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현시대를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겠구나, 어떻게 해야 시대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지인들의 SNS를 통해 요즘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당장 신문 구독 서비스를 받게 됐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이따금 생각해보지만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는 일, 사회에 조금 더 보탬이 되는 것. 그리고 어떤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융통성이 아닐까 싶다. 문득, 전에 봤던 자료를 찾아보면 더 확장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좀 오래된 감이 있지만 2019년에 방문한 대전의 국립과학관에 ‘미래인재역량 키워드'를 도식화해서 꾸며놓은 공간이 있었다. ‘문제, 인식, 대안, 도출, 협력적’이란 큰 글씨가 가운데 흩어져있고 세부적으로는 ’비판적 상황 해석력, 능동적 자료 탐색, 유연한 인지력, 휴먼 모니터링, 구조화, 협력적 의사결정, 조합력, 소통, 디지털 문해력, 정교한 첨단기술, 조작능력‘등의 키워드가 새겨져 있었다. 그땐 스리슬쩍 '여기 쓰여있는 능력 중에 내가 가진 게 하나라도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당시엔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능동적 자료 탐색, 유연한 인지력, 소통‘ 이런 것들이 조금은 내 역량으로 자리 잡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래역량 키워드에서 세부적인 내용 중엔 유독 ’디지털 문해력‘이 크게 쓰여 있었다. 코로나 19로 모임을 하지 않게 되고 재택근무를 권장하며 회사 내 회의도 화상회의로 하는 언택트시대가 되다 보니 더욱 디지털 시대화 되었다는데, 이 시대에 가장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대는 90년대생일 테고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시대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디지털 문해력도 뛰어날 것이다.
나도 얼마 전까지 일한 곳에서 90년생과 일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한 책으로 알려져 더욱 쟁점이 됐던 책,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궁금해서 리뷰를 찾아봤다. "조직은 나의 삶을 위한 수단이지 조직 자체가 목표가 되진 않는다. 개인적인 삶의 성공, 삶의 질의 향상을 더욱 원한다. 그리고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고 모바일족 1세대로 많은 지식을 스마트폰을 통해 공유하며 이들의 소비는 철저히 비교분석을 통한 스마트한 소비로 이어진다."라는 문장을 마주했다.
내가 경험한 90년생 동료도 책에서 설명한 대로 여유가 있는 삶을 원했고 조직에 매어 살길 원하지 않았다. 좀 더 쉽고 빠르게 돈을 벌 방법을 궁리했으며 기존 수입 시스템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창구를 찾아서 사업을 확장했다. 본사가 만든 직영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 이마트에 입점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디지털 문해력’이 뛰어났기에 쉽게 접근해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즉, 디지털 활용 기술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바로 2년 전 ’디지털 문해력’을 미래인재 능력이라고 꼽은 것이 지금에 와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나는 80년대생이라 90년생의 그 능력을 따라 잡긴 좀 힘들다. 물론 강의를 듣고 열심히 실전 연습한다면 조금은 흉내를 낼 순 있겠지만 말이다.
책을 통해 나의 역량 키우기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해 나가고 사고를 확장해 나가면서 나의 역량도 좀 더 키워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인기 강사인 ’김미경 강사‘도 어느 강의에서 출산 후 육아를 하느라 꿈을 키워보지 못한 여성들을 ’잠룡’으로 표현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마음 속에 꿈틀거리는 성장하려는 욕망은 있는데 현실에서 빠져 나와 뭔가를 시도해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육아와 살림에 치이고 자존감도 한없이 낮아졌을 때라 그 말이 위로가 되고 ’언젠간 나도 뭔가 시작할 수 있을 거야.’라는 용기도 됐다.
책을 읽는 횟수도 늘어가고 책을 읽고 정리하는 것이 습관화되면서 나의 깊이 잠들어 있는 잠재력을 깨워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것,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될 만한 것, 즉 회사 생활이나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일에 있어서 직접적 도움이 될 정보를 찾아보고 배워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기분 전환 겸 들렸던 서점에서 반가운 책을 만났다. 《여덟 단어》, 《책은 도끼다》 등의 책을 쓰신 광고계의 시조새인 ‘박웅현’ 작가와 현대카드, JTBC, SK텔레콤, 롯데카드 로카 등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를 진행한 오영식 디자이너와의 총 10회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책 《일하는 사람의 생각》 이다. 이 책은 미술 이론을 전공하고 월간 〈디자인〉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한 김신 작가가 정리했다. 광고와 디자인에 대한 두 전문가의 의견을 핵심을 잘 살리고 종합적으로 보기 좋게 정리하여 그쪽 분야에 문외한인 나도 쉽게 이해할 정도였다. 광고, 디자인 일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그들의 겪은 생생한 경험 이야기가 좋았는데 창작 과정, 삶의 과정에서 겪은 경험,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일과 사건과 만남들, 특히, 오랜 경험으로부터 얻은 깨달음과 통찰(296쪽)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유독 많은 울림을 주었다.
광고와 디자인은 보기 좋고 수려한 것을 만들지만, 의미를 담아야 하고 맥락이 풍부해야 한단다. 서로 분야의 영역은 다르지만, 광고의 창작과 디자인의 창작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좋아 보이게 만드는 일에서 닮았고, 여기에 시대 정신을 담아야 한단다.(6쪽) 브랜딩이나 광고는 결국 ‘잘 말해진 진실’이라고, ‘내가 어떻게 보이면 좋을까’라는 것에 대한 고민이고 진정성이라는 게 기반이 된다(42~43쪽)는 말 뒤에 “개개인의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를 무엇으로 개념 규정할 것이냐 하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살겠다는 다짐이다.”(44쪽)라는 말에 사람들이 저마다 하나씩 ‘좌우명’을 가지고 산다든지 혹은 ‘현학자들의 명언’을 좋게 생각하고 계속 상기시키려는 노력도 ‘이렇게 살아야겠다.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다짐의 일환이 아닐까 싶었다.
한 가지에 뿌리를 두고 내 안의 내공을 잘 쌓아서 나를 놓치지 않기.
두 전문가의 ‘90년대생’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기업과 브랜드에서 이름이 어떤 위상을 가졌는지 이야기 나누면서 나이 든 세대는 한국적인 것을 촌스럽다고 여기고 오히려 젊은 세대가 복고풍을 좋아하는 걸 이야기하며 “젊은 사람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해줘야 할 것은 우리 것에 주목해서 세계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한다.”(60쪽) 라고 말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말을 못 하는 사람이 영어를 잘할 수 없듯이 먼저 자기 모국어를 충실히 학습하고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하면서 “한 가지 일에 프로세스를 잘 다져둔 사람들이 다른 분야에 접근할 때 적응력이 높은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한 가지에 뿌리를 두고 내 안의 내공을 잘 쌓아서 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63쪽) 라고 한다.
요즘 많은 젊은 엄마들을 봐도 처음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몰라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려고 이것저것 교육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엔 아이가 젤 잘할 수 있는 것을 더욱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아는 김연아 선수도 7살 전에 ‘바이올린, 피아노’ 등 다양한 것을 배우다가 7살이 돼서야 피겨스케이팅을 배우고 그것에 재능을 보여 결국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다른 사례지만 《모든 것이 되는 법》 이라는 책을 쓴 저자, ‘에밀리 와프닉’은 영화, 법학, 음악, 디자인 등 여러 일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 다른 분야를 오고 가는 다능인의 삶을 살았다. 그는 재능도 많고 관심사도 많아서 여러 일을 거쳐왔으나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해서 살짝 발만 담갔다 빼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해도 깊이 있게 푹 빠져 경험을 했다고 한다. 한 가지 일에 프로세스를 잘 다져둔 사람들이 다른 분야에 접근할 때 적응력이 높다고 하는 박웅현 작가의 말에 해당하는 사람이 에밀리 외프닉이지 않나 싶다. 여기서 중요하게 기억할 점은 한 가지에 우선 뿌리를 두고 내 안의 내공을 잘 쌓아서 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
박웅현 작가의 경우엔 아이디어라는 싹을 틔우기 위해 클라이언트의 말에 굉장히 집중하고 함께 나눈 말들을 바로 정리하기도 한단다. 또한, 그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임계점까지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영식 디자이너는 주니어 디자이너 시절 스스로 하루 100개 스케치라는 목표를 가지고 노력했더니 실력이 늘었다고(109쪽), 역시 영감이 그냥 막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젊은 세대와 함께 일하며 젊은 세대의 시대적인 규범이나 정신을 배우려한다(220쪽)는 박웅현 작가의 태도, 포용력도 겸비하면 좋겠다.
창작과 관련한 일에는 보통 영감,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일하는 사람의 생각》 에서도 역시 다루는 내용인데 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해 왔던 관록이 깊은 두 분도 마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하다가 큰 비밀을 발견한 것처럼 실생활에서 번뜩였던 영감을 받은 경험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역시 기본과 꾸준함이 중요한 것인지 계속 관심을 두고 집중하고 생각하는 가운데 영감이 나온다(81쪽)고 한다. 글을 쓰다 보니 아르키메데스도 갑작스레 영감을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꾸준히 가짜 왕관을 가려내기 위해 물질의 질량과 부피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했기에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여 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명 일잘러(일잘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역량들
책에서는 ‘관찰’에 대한 중요성도 이야기한다. 통찰력이 있는 사람은 복잡한 것들 속에서 공통점을 뽑아내는데 일하다 보면 무질서해 보이는 것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범주화가 꼭 필요하다(90쪽)고 한다. 또한, 광고 일에는 개성이 드러나면 안 되고 결국 자신의 독창성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클라이언트가 제시하는 목표나 방향성을 잘 담아내야 하기에 이런 표현을 쓴 것 같다)를 먼저 고려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취향이나 스타일보다는 작업을 하는 태도가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반영되며 콘셉트가 명확한 최적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 끊임없이 정제하고 완성해나간다고 한다.
또한, 우선 ‘풀어야 할 문제가 뭔지’를 봐야 한다고 언급한다.
디자인은 일종의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다. 클라이언트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원하는 그림을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콘텍스트를 고려해나가야 한다. (...) 만드는 사람은 발상을 할 때도 논리적,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256~257쪽)
문제가 정리되고 나면 그다음은 팀워크가 중요하단다. 아이디어는 지금의 일상에서 나오며주파수가 맞는 사람들과 회의를 할 때 시너지가 나온다고 한다. 복잡한 걸 단순화시키는 게 회의이고 ‘이거다’라는 것에 도달하는 빠른 방법이 연륜이며 조직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큰 그림을 보는 안목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연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연륜은 어떤 환경에 자기 삶을 노출시켜 왔느냐의 합 같아요. (...) 어릴 때 어떻게 했느냐,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칭찬을 받으면서, 어떤 책을 보면서, 어떤 영화를 보면서 컸느냐 이런 것들의 합 같아요.”(244쪽) 결국 어렸을 적에 부모님께 어떤 양육을 어떻게 받았는지가 능력 있는 어른으로 자라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구나 싶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능력 있는 권위자가 되기는 정말 힘들다. 우선 후배들의 신임을 받아야 진정한 전문가로 추앙받을 수 있다. 그런 분들이 하는 말들은 말에도 신뢰를 통한 영향력이 있다. 그래서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이 하는 말은 젊은 세대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젊은 세대들도 좀 더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습관을 기른다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봐요.(282쪽)
전 진정성이 생존 포인트라고 봐요. 진정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생존에 문제가 생길 거예요. (...) 생계를 잘 챙기려면 일을 잘해야 합니다. 거짓말하지 않아야 하고, 진정성을 가져야 하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내가 말한 것과 행동이 일치해야 합니다. (283쪽)
특히,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 오늘 하루 가치를 만들었는가, 내가 조금 더 성장했는가,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났는가, 오늘 하루를 허비하지 않았나, 무력감에 빠져있는 건 아닌가,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 수 있나 이런 걸 끊임없이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박웅현 작가의 말이 와닿았다. 나도 현재, 지금을 조금 더 규모 있게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과 조금 닮아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전과 비교해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점점 달라지고 있구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역량 있는 자가 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 성장하고자 하는 열정이란 걸 다시금 깨닫는다.
뛰어난 성취는 일상의 아주 작은 실천들이 축적된 결과
“뛰어난 성취는 단기간의 노력이 아니라 일상의 아주 작은 실천들이 축적된 결과란 점에서 사람들이 매일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행하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238쪽)라고 멋지게 정리를 해준 김신 작가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작년 2020년에 새롭게 시도한 것들이 있다. 그전까지는 나의 성장을 위해 신앙생활과 ‘책 읽기와 기록하기’에 힘을 쏟았는데 2020년 중반부터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고 있다. 중간중간 상황에 맞춰 아침형 인간이 되기도 했으나 스스로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한 건 내 역사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주말이나 공휴일 같은 경우는 밀린 잠을 보충하기도 하지만 평일에는 되도록 4시 반 기상을 지키려고 한다. 미라클 모닝을 경험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핸드폰의 SNS 알림이나 문자 알림이 없는 새벽 시간은 집중도 잘되고 그동안 시간이 없어 가질 수 없었던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매력이 있다.
사실 한동안 엄마의 자리에서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들보다 도태될까 봐 아이만 키우다가 내 젊은 시절을 다 보낼까 봐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아이를 키울 때 여자의 역량이 강화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박하선’이라는 배우도 엄마가 되고 나서 연기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다고 고백했다. 그녀가 말한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것이 미혼여성 역할에서 기혼여성, 특히 엄마 역할을 할 때 자연스럽고 세밀한 감정표현도 잘 된다고 하는 것만이 다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엄마 자리에서 어린 아기를 돌볼 때 ‘내 맘대로 안 되는 것, 내가 뭔가를 하고자 할 때 구속받는 것, 여러 예기치 않는 상황 가운데서 융통성과 판단력을 발휘하는 것, 인간의 본능을 넘어 인간 자체에 대한 심도 있게 탐구하는 것, 특히 나의 밑바닥을 경험하는 것’ 등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나 또한 엄마가 되어 한 생명체를 키우면서 인내심도 생기고 수많은 감정에 관해 관심을 두고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게 되었으며 대충 되는 대로 살아가던 방식에서 나를 깊이 있게 알고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일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 것 같다. 꾸준히 하루하루 지속하다 보면 조금씩 변화의 물꼬를 트게 되고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제대로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에 꾸준히 책 읽기와 기록을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육아, 살림 안에 나를 가두고 비슷한 일상만 반복하는 데서 오는 따분함, 보이지 않는 내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조금 벗어나 몰입의 기쁨을 만끽하며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오롯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다.
지금도 여전히 난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의 기복에 따라 흐리기도 하고 맑기도 하고 여전히 일희일비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도 이젠 내가 좋다. 부족하고 서툴고 덤벙대고 일관성 없을 때도 있지만 이대로 괜찮다. 나대로 괜찮다.
앞에서 준비된 인재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인 ‘진정성, 기본기, 영감, 경청, 관찰, 노력, 일상적 습관’ 등 여러 가지를 언급했지만 김신작가의 말처럼, 뛰어난 성취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실천들의 결과라고 하듯 매일 같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난 내 기준에서 역량 있는 사람이 될 거라 믿는다. 보잘것없이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나도 쓰임 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한 단계 도약했으니 내 글과 끝까지 함께 해준 독자들은 분명 자신의 자리에서 역량과 영향력 있는 귀한 사람이 될 거라 본다.
《일하는 사람의 생각》, 박웅현 X 오영식, 김신 정리, 2020
* 사진 출처 : Tima Miroshnichenko 님의 사진, 출처: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