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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르세데스 Feb 20. 2024

나는 지방출자출연기관 일반 행정직 8급 직원입니다

입사 첫날의 소회

"어머 이제야 A쌤 말하는 걸 보네. 저기 구석에 앉아서 잔뜩 얼어서 긴장하고 있더니, 친구 만나니 좀 녹았나 봐?"

그렇다. 인간 얼음이 되어서 미어캣처럼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어떻게 이 자리에 동화되어야 하나,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고 있던 A가 나였다. 2009년에 같이 일했던 동료이자 한 살 어리지만 친구처럼 지냈던 O가 재단에 출장 왔다. 나는 한껏 반가움에 그녀를 맞이했지만 이미 그녀는 여러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도 그녀와 눈인사도 나누고 말 시키는 사람 없어 입에 거미줄 치고 있던 내가 한 두 마디라도 할 수 있게 되니 굳은 얼굴이 풀렸나 보다. 나보고 얼음같이 앉아있었더란 얘기를 한건 사업팀 옹주임이다. 그의 말을 듣고 다들 업무에 바빠 나는 안 보이는지 알았는데 다 보고 있었구나 싶었다. 속으로 "그럼 긴장 좀 풀리게 말이나 걸어주지."란 생각이 스쳤으나 왠지 호락호락하게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지 않을 조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싸한 느낌은 피해 가지 않지.(슬슬 풀어볼 이야기보따리 대기 중)






 입사 첫날은 재단 소개를 듣고 복무규정에 대해 듣고 여러 가지 직원 교육을 받았다.

 

사실 난 1월에 처음 시험을 치렀을 때도 8급 행정직으로 지원했으나 시험에서 떨어졌다. 시험 과목은 NCS직무표준 15문항_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조직이해능력, 일반상식 15문항_국어, 한국사, 시사경제문화, 전공 20문항_전산회계였고 아무래도 전공과목에서 고배를 마시지 않았나 싶다. 전산회계 1급 자격증 공부와 입사시험을 동시에 했는데 어려운 걸 같이 붙드는 것보다 기본기를 충실히 다졌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1월에는 새해라서 그런지,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 그런지 취업에 있어서 마음이 조급했다. 큰 애가 3학년, 작은 애가 1학년이라 한창 손이 많이 갈 때였고 파트타임이지만 일을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받은 지 겨우 한 달이 채 안 됐을 때라 굳이 취업이 나와 가족에게 이롭다는 생각은 덜했는데 더 늦어지면 경력공백기를 끊어내지 못하고 영영 필드에 취업하지 못할 거 같다는, 적성을 못 살릴 거 같다는 불길한 예감에 마음이 불안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험에서 떨어졌으니 좀 쉬었다가 공부를 하고 있으면서 공고가 나면 또다시 지원해 볼 수밖에.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9월쯤에나 재공고가 있을 거 같다는 지인의 말과 달리 두어 달 후 바로 공고가 떴다. 어차피 시험에서 떨어진 거 전산회계 자격증이라도 따서 자신감라도 챙기고 도전하려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그래도 난 취업이 간절하므로 서류를 준비하고 바로 도서관과 스터디카페를 다니며 시험공부를 했다. 시간만 좀 더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신앙생활에 바쁜 주일엔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저녁 예배를 마치고 배낭을 메고 가서 새벽까지 공부를 하기도 했다. 힘들기는커녕 스스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뿌듯한 느낌에 만족스러웠다.






다행히 간절히 원했던 재단의 '일반직 8급 행정직' 시험에  합격했다. 기쁨도 잠시, 면접도 며칠 지나지 않아 있었다. 결과는 합격. 면접을 보고 서울대어린이병원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근처 창경궁을 둘러보고 좋은 날씨와 멋진 풍경에 마음을 흠뻑 빼앗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에 합격 소식을 눈으로 확인했다.


기쁨의 순간은 늘 왜 이리도 짧은 건지...... 취업했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입사 관련 서류를 서둘러 준비하고 4월 25일, 지방출자출연기관(공공기관)인  청소년재단 정책기획과 에 입사했다.

나와 함께 들어온 입사동기가 달랑 한 명뿐이었다. 그래도 그 한 명이 있어서 첫날의 긴장감 속에 혼자 밥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근무지가 달라서 식사만 하고 헤어져 오후 내내 어색한 내 자리에서 뻘쭘하게 앉아있어야 했다.



#햇병아리신입

#경력자지만아닌듯

#긴장속업무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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