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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르세데스 Apr 04. 2024

나는 지방출자출연기관의 일반 행정직 8급 직원입니다

작은 실수가 도화선이 됐을까

글쓰기에 앞서,

그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더니 글감들이 좀 쌓여서 어떤 이야기부터 풀어내야 할지 고민이다.



꾸준히, 규칙적으로 글을 올리려 했으나 현생에 치이거나 게으름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이젠 미리  써놓고 좀 묵혀둔

뒤 글을 올려야겠다.



아, 글을 올리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

요즘 재단에서 1차 추경(추가경정예산의 줄임말.

추경이란, 예산이 정하여진 뒤에 생긴 사유로 말미암아 이미 정한 예산에 변경을 가하여 이루어지는 예산. 본예산에 대비되는 용어이며 줄여서 ‘추경’ 또는 ‘보정예산’이라고도 한다._네이버 지식백과 참고)과 규정집 개정 등으로 이사회를 열어야 했고 이 준비로 인해 매우 바빴다. 사실 준비하는 담당자가 바빴지 난 비교적 한가했다. 하지만 그 바쁘고 예민한 분위기를 탈 수밖에 없었고 규정집을 나도 조금씩 살펴보다 보니 '비밀유지'조항이 있어서 글을 쓰는데 조심스럽고 위축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어쩌다가 직원들과 밥 먹는 자리에서 '뭔가 해소되지 않는 것이 있을 때 글을 쓴다'라고 실수로 말을 해버려서 혹시나 내 글을 볼까 봐 걱정도 되었다. 역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글이면서 현재 진행형의 글은 쫄깃한 맛은 있지만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다.



내 글로 누군가 오해를 받거나 상처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더 조심스럽다. 또한 아직 지방출자출연기관이라는 이 조직에 대해 알 것이 엄청 쌓여있고(이쪽 기관에서 10여 년 가까이 일했어도 수시로 바뀌는 규정과 지침, 그 상위법들을 꿰고 있기가 어렵다.  많은 노하우와 지식이 필요하다.) 난 빙산의 일각만을 맛보며 조금이라도 조직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더불어 나름 쓸모 있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 성실하게 애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난 생계형 직장인.



그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여럿 핑계 나열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본다.

요즘 직장 내 정서적 온도가 매우 낫고 무기력세포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배양 중이라 글을 쓰지 않으면 이 쌓인 악마적 바이러스가 나를 아프게 할 것이기에 쓰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지금은 시간이 꽤 흘러 담담히 말할 수 있는 일.

이것이 요즘 자주 들려오는 "직. 장. 내. 괴. 롭. 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 판단은 내 날것의 글을 읽어주실 독자분들께 맡겨 본다.



지난여름, 둘째 생일 즈음이었다. 내가 4월에 입사했으니 딱 네 달 거의 채운 때였다.

옆 동료들과는 파티션 하나 없이 책상이 연결되어 있어서 뭘 하는지 다 보이는 구조다. 그나마 모니터 보안필름을 한쪽에는 붙여서 조금 안심이지만 햇병아리 신입은 아직도 일이 없어도 불안, 사소한 일처리가 있어도 혹여 실수할까 봐 불안투성이다. 난 지출업무를 맡고 있기에 특히나 인터넷뱅킹으로 계좌이체할 때는 거짓말 조금 보태고 출금통장 계좌번호, 입금통장 계좌번호, 입금자명, 금액 등을 열 번은 족히 뚫어져라 확인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otp 숫자를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누른다. 한 번은 늘 그래왔듯 지출을 부탁한 다른 선생님의 품의기안을 보고 제일 많이 나가는 돈이 있는 운영비통장에서 계좌이체를 하고 '이체증'을 다운로드하여 두레이 메신저로 전송을 했다. 그런데 그 해당기안의 주인인 선생님이 다가오더니 오 지출을 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네? 전 분명히 똑바로, 맞는 액수를 이체했다고요."



"아니, 이건 사업이 달라서 '운영비'통장 말고 '○○기타 보조금'통장에서 나가야 한다고요. 이거랑 이거 잘못 나간 거 업체로부터 받고 여입결의 쓰고 말씀드릴 테니 실수 없이 다시 이체해 주세요."

아뿔싸! 그렇게 송금할 때마다 사고 없이 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심정으로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 예산서를 확인하지 않고 지출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경력자라고 생각한 사람은 이 조직에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 왜 이런 부분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을까?

지출 실수는 나와 그 담당자만의 당혹스러움과 수고로움으로만 남았다.

그 아찔한 실수를 겪고 난 후 바로 한글파일을 열어   다른 사업비를 받아 쓰는 항목의 계좌번호와 명칭을 표로 만들어 정리했고 몇 장 인쇄해서 하나는 내 업무 다이어리에 한 장은 그 담당자 선생님에게 또 다른 한 장은 otp와 공인을 담아두는 상자를 보관한 캐비닛 문에 붙여두었다. 다음엔 이와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곧 이어서)


아직 큰 사건이 나오진 않았는데(직장 내 괴롭힘일까 싶은 이야기는 아직 쓰지 못했고요) 오랜만에 호흡이 긴 글을 쓰려니 버거워 여기서 맺고 조만간 다시 돌아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햇병아리신입사원일기

#직장인일기

#무늬만회계일

#경리에가까

#지출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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